베트남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25
정승원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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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떠오르고 있는 핫한 여행지 베트남.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베트남을 찾고 있다. 또한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더 많은 국제적 관심을 받게 되었으며 한국에서도 현재 베트남 여행 패키지, 항공업계 프로모션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 1207만 명 중 한국인은 348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4% 증가한 수준이라고 한다. 베트남의 인기가 압도적으로 많은 지금, 베트남 여행 가이드북 또한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내가 추천하고자 하는 책은 바로 상상출판의 '셀프트래블' 시리즈다.

'셀프트래블' 가이드북은 혼자서도 쉽게 여행 계획을 짤 수 있도록 각 지역의 볼거리, 먹거리, 쇼핑, 숙소 등의 여행 정보를 가이드처럼 친절하게 소개한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간단한 설명과 함께 사진도 배치했다. 또한 '19~'20 최신판이기 때문에 기존 여행지들의 변화된 점을 꼼꼼하게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에게 외면을 받는 곳들은 과감하게 삭제했기 때문에 '정확하고 믿을 만한 정보'만을 얻을 수 있다.

총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는 베트남에서 꼭 해봐야 할 것들, 두 번째는 베트남 관광지 정보, 세 번째는 베트남 날씨, 비자, 베트남어 등 여행 준비에 필요한 것들이다.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서 계획을 짜다 보면 정보가 중구난방이라 더 혼란스러운데 이 책은 단계별로 여행의 시작에서부터 마무리까지 한눈에 보기 쉽게 나와 있어서 계획 짜기도 수월하다.

첫 번째 파트로 넘어가기 이전에 이렇게 간단히 책에 대한 소개(책 활용법)와 함께 여행 추천 일정이 나와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여행 추천 일정. '여행 계획 세우기는 귀찮은데 큰 틀 정도는 잡아야 하지 않을까?' 혹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를 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 꼭 필요한 알짜배기 정보다. 자신의 취향대로 쏙쏙 골라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정말 편하다. 나는 도시파인데 추천 코스가 하노이랑 호찌민이다. 알려준 대로 페이지를 펼쳐 보니 정말 내 취향이다. 게다가 하루 코스를 알아서 짜준다. 대충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는 것! 작가님이 여행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책을 구성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가장 중요한 여행지에 대한 정보! 첫 번째 여행지는 바로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다. 하노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지도, 이동 수단, 추천 일정 등이 나와있다. 그리고 각 스폿의 주소, 위치, 운영 시기, 요금 등의 중요한 정보, 알아두면 좋을 팁까지 정말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게다가 관광지뿐만 아니라 식당, 쇼핑센터, 마사지, 숙소도 있다. 여행 계획을 평소 세우지 않던 사람이나 세우지 못하는 사람도 이 책을 보면 정말 스트레스 안 받고 쉽게 세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 하나하나 검색해보면서 찾아내야 할 정보들이 이렇게 한눈에 보기 쉽게 나오니 너무 편했다.

그리고 마지막 여행 준비 부분. 여행 전에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이 여기 다 나와있다. 베트남 날씨, 환전, 교통수단, 준비물 체크리스트, 필수 베트남어 등등. 이렇게 꼼꼼하게 알려주는 책이 있다니 놀랍다. 아마 이 책을 덮는 순간 자신의 손안에 훌륭한 여행 계획표 한 장이 들려있을 것이다. 여행의 A부터 Z까지 꼼꼼하게, 진짜로 1:1 전용 가이드가 내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책만 있으면 정말 '셀프트래블'이 가능하다.

그 어떤 책보다도 자세하고 쉽고 알차고 친절했다. 성공적인 여행의 시작은 바로 '나와 맞는' 알찬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나의 취향대로, 내가 필요한 대로 정보를 쏙쏙 뽑아서 쉽고 빠르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준다. '셀프트래블' 시리즈와 함께라면 아마 성공적인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바람대로 이 책이 베트남을 방문하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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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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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별이 총총. 까만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존재하듯이 이 작품 속에서도 ''이라고 부를만한 인물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마냥 밝지만은 않은 별들이다. 시리우스와 북극성같이 아주 밝은 별 주위에는 이름 모를 별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름도 없는 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별. <별이 총총>에 등장하는 9명의 인물들이 그렇다.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숨까지 막힌다. 홋카이도라는 공간적 배경의 차가운 분위기 때문인지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아홉 명의 시점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한 인물의 반생, 즉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루의 기구한 삶이 오롯이 빛난다. 이러한 지하루의 삶은 친어머니 사키코로부터 시작됐고 친딸인 야야코에게까지 이어진다. 삼대에 걸친 여성들의 쓸쓸함과 고요함을 독자로서 지켜보고 있자니 읽기 힘들었고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사키코는 남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밤업소에서 일하게 되었고, 결국 그곳에서 또 남자에게 마음을 뺏겼으며, 사키코의 딸인 지하루 또한 그렇다. 야야코는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다부진 마음을 지닌 그녀들인데 잠깐 스쳐 지나간 사람들과 상황들이 그들을 힘들게 만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꿋꿋이 살아간다. 너무 슬퍼도 살아간다. 하지만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 있는 법. 이게 바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가면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인물들을 불쌍하지 않게 잘 표현한 사쿠라기 시노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야기의 시작인 나 홀로 왈츠에서는 사키코의 이야기가 나온다. 스낵바 <루루>에서 만난 '야마'라는 남자. 사키코는 야마를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그저 한심한 조직폭력배일 뿐이다. 그는 결국 조직폭력단 간의 분쟁으로 인해 총을 맞아 죽어 사키코는 큰 슬픔을 느꼈지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야마가 죽지 않고 사키코와 결혼했으면 아마 더 큰 불행이 닥쳤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사키코의 딸인 어린 지하루가 등장하는데 아마 이때부터 모녀의 불행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전부터일지도. 어린 딸을 포기하고서라도 사랑을 지켜내고 싶었던 사키코와 그저 엄마와 같이 평범하고 싶었던 지하루 간의 상반된 관계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나오는 바닷가의 사람, 달맞이 고개, 도망쳐 왔습니다에서는 지하루가 스쳐 지나간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다 답이 없다. 어째서 지하루에게도 똑같은 시련이 닥치는 것인가요. 고구마를 먹은 듯이 답답했지만 숨어 사는 집에 지하루의 은인인 '레이카'가 등장했을 때 약간 갈증이 해소됐다. 아주 약간. 아마 지하루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겨울 해바라기. 여기에서는 지하루와 함께 사키코가 다시 등장하는데 여운이 엄청나다. 자신의 기구한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면서 사랑의 허상을 쫓아간 자신을 후회하는 듯하기도 하고, 여전히 사랑을 갈망하는 듯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지하루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려왔다. 지하루는 말로는 할 수 없었던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했는데 그 작품을 사키코가 보고 갔더라면 어땠을까. 마지막 야야코는 지하루의 딸인 야야코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야야코도..?'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열린 결말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야야코는 그 누구보다 씩씩한 사람이다.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인지도 잘 몰랐던 그녀는 계속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그리 소중하다거나 가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삶의 의지를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야야코의 할머니인 사키코, 어머니인 지하루. 그들은 그저 어디에 있건 무슨 일이 있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흘러간 것이었다. 떠돌이별처럼 말이다. 야야코의 손에 들린 별이 총총이라는 책은 아마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책이 될 것이다.

'가장 밝은 별은 가장 어두운 밤에 뜬다'라는 말이 있다. 사키코, 지하루, 야야코는 그 누구보다도 힘들고 어두운 밤을 보냈지만 그 누구보다도 더 밝게 빛났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이 비록 슬프다 할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아간 사람들이다. 지금 지하루와 야야코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영원히 빛을 잃지 않고 살아갔으면 한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그녀들의 이야기 <별이 총총>. 삼대에 걸친 모녀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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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팔 독립선언
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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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다섯. 나는 아직 스물여덟도 아니고, 독립을 한 것도 아니고, 뚜렷한 직장이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작가의 글에 크게 공감을 했다. 이처럼 28살이든 아니든 누가 읽어도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이십팔 독립선언>을 읽는 내내 '사람 사는 것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저게 곧 내 미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스무 살 때 학교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첫 독립(용돈을 받았으니 완전한 독립은 아니고 반 독립)을 하게 됐는데 본가에서 나와서 사는 것이 정말 외롭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그때 깨닫게 되었다. 학교를 오가는데 5시간 정도 걸렸으므로 통학은 절대 불가능이라 생각했다. 글쓴이도 마찬가지로 출근길 지옥철을 참지 못하고 회사 근처에 있는 집을 구해 독립을 하게 된다. 다만 자유와 편안함을 얻는 동시에 '외로움'이 따라온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는 꿋꿋이 살아간다. 비록 남들보다 늦은 이십팔춘기를 겪고 있지만 씩씩하게, 어른스럽게 이겨나가고 있는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지하철 좀비''은행의 노예'도 아닌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28살이 될 사람들은 미래의 나를, 28살인 사람들은 현재의 나를, 28살을 지난 사람들은 과거의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질풍노도의 중고등학생 때도 사춘기를 겪지 않았었는데 스무 살하고도 다섯 살 더 먹은 지금 '이십오춘기'를 겪고 있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때는 그래도 학교라는 어떤 울타리가 있었기에 안전한 곳에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는데 졸업과 동시에 무력감이 찾아왔다. 나의 감정은 매일매일 요동치고 또 우울하고, 겨우 높여놨던 자존감은 다시 떨어졌다. 차라리 어렸을 때 오지 왜 지금에서야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건지. 그래도 이럴 때 책이 큰 힘이 되긴 한다. 특히 거창한 글도 아닌 이런 사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읽을 때 말이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누구나 겪는 일이지'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한다. 자기계발서나 에세이가 뻔하고 상투적인 말들뿐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건투를 빕니다'라는 말이 왜 그렇게 내 마음을 울린 것일까. 길이 없는 것 같고, 포기하고 싶고, 주저앉고 싶은 그 순간 저 문장을 보자마자 울컥했다. 피하지 말고 싸워라.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나 보다. 28살의 글쓴이가 25살의 나에게 위로를 해주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인데 간혹 자기 인생인 양 참견하는 사람이 있다. 겨우 몇 살 더 많은 주제에 나에게 설교를 하고, 자기 말이 다 맞다는 식으로 훈계질을 한다. 오히려 나는 그런 사람을 보면 약간 안타깝다. 나에게 저런 행동을 보인 사람들은 대개 썩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 문장을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어주고 싶다. "우리는 각자 존재하니까, 난 내 갈 길 갈 거니까 참견 좀 하지 마세요"라고. 그리고 세상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작가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또 그 꿈을 이루면서도 계속해서 노력하는 작가님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육체적인 독립뿐만이 아닌 정신적으로도 독립을 한 어른을 보는 것 같다. 게다가 독립 출판물이었던 이 책이 기성 출판물로 세상에 나온 것도 큰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었는데도 또 다른 것에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작가님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세 살 어린 나는 이미 모든 게 늦어버렸다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독립'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독립하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는 ''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읽는 독자들은 그 모습에 자신을 투영한다. 누구나 겪을만한 이야기, 겪어본 이야기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독립하고 싶다'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나도 독립..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하기 이전에 나의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마음가짐을 바꾸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미리 독립 예행연습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 우리가 뒤늦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기 때문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바로 <이십팔 독립선언>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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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지하철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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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지하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말할 수 있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그 상상은 <용과 지하철>의 주인공인 나타에 의해 현실이 된다. 이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하나의 액션 아이디어는 바로 지하의 동굴에 갇힌 용을 풀어주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소년 나타가 있다. 나타는 우연히 장안 천책부 우수 비행 교위인 심문약의 비행기를 타게 되고 그날 이후로 비행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게 된다. 반면에 정작 날아야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용들은 날지 못하는 게 장안의 현실이다. 왜냐하면 장안의 사람들은 용을 지하철이라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하 동굴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비참하게 살고 있는 용의 희생이 있기에 장안의 사람들이 편리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나타는 옥환 공주와 함께 장안을 돌아다니다가 지하룡을 보게 된다.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나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늘을 날아야 하는 용이 깜깜한 동굴에 갇혀 있다니? 하늘을 나는 달콤한 기분을 맛본 나타는 그 기분을 용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용을 구출해내는 과정은 정말 기상천외하다. 용주를 삼키고, 용의 비늘을 얻는 등 어린아이들의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들이 마구 등장한다. 이런 과정들이 이 이야기의 전부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 순수한 소년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마보융 작가의 전 작품인 <장안 24>와 마찬가지로 어른들의 싸움도 등장한다. 그들은 도시를 구하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명예를 높일 수 있을지 잔머리 굴리기 급급하다. 장안을 구한 사람은 황제도 아니고 장군도 아니고 도사도 아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용의 마음을 돌린 나타의 몫이 크다. 용을 하늘로 다시 돌려보낸다는 생각은 오직 어린 나타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무작정 공격을 하려는 어른들과는 달리 진실된 마음으로 용과 소통하려 했던 나타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쉽고 단순한 스토리이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준 <용과 지하철>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불리기에 전혀 아깝지 않다. 물론 아이들이 읽어도 정말 좋을 것 같다.

용을 구출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긴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역린에 대한 이해다. 역린이란 용의 가슴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으로 분노, 노여움을 의미한다. 폭포를 거슬러 오른 잉어가 등용문을 뛰어넘으면 용이 될 수 있는데 용이 되는 바로 그 순간 장안 사람들은 용의 역린을 떼어낸다. 후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들의 분노를 강제로 떼어내는 것이다. 역린은 땅속에 모이고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악룡을 탄생시킨다. 그들은 자신들이 악룡을 만들어낸 건지도 모른 채 오히려 용의 포획량을 늘리기까지 한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불러오는 법. 한마디로 인간의 욕심이 악마를 만들어낸 것이다. 역린을 건드려서는 안됐다. ‘역린의 유래인 한비자의 한비자라는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용은 상냥한 짐승이다. 가까이 길들이면 탈수도 있다. 그러나 턱 밑에는 지름이 한 자나 되는 비늘이 거슬러서 난 것이 하나 있는데, 만일 이것을 건드리게 되면 용은 그 사람을 반드시 죽여버리고 만다. 군자에게도 또한 이런 역린이 있다.

그러므로 악룡이 장안을 공격하려고 했던 것이다. 역린을 건드렸기에 그들은 분노했다. 만약 인간들이 자신들의 편의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타처럼 진심으로 용을 길들였으면 용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옥자가 생각났다. 역시 인간들의 욕심이 문제다.

드넓은 도시 장안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 지하와 하늘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마치 한 편의 만화영화 같았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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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7
정용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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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령 같은 인간 신해준. 이름도, 생명도, 감정도 없는 유령처럼 그는 신해준이라는 이름 대신에 474번이라고 불리며 교도소 내 사람들과 소통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담당 교도관인 윤에게만은 달랐다. 윤의 진심 어린 배려 때문에 신해준은 마음의 문을 열게 됐다. 사실 읽는 내내 불안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범이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리 없는데 과연 신해준도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연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먹잇감의 발견인 건지 헷갈렸다. 비정상적인 그에게는 살인이라는 행위가 심심풀이의 수단이기 때문에 윤 한 명 죽이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신해준이 윤에게 마음을 열게 된 이유가 호기심 혹은 동질감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해준이 진짜 악마라면 윤은 성장이 덜 된 악마 같은 느낌이다. 물론 윤의 이러한 성질은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고 자기 자신만 안다. 하지만 신해준은 바로 그것을 알아본 것이다. 끼리끼리란 말이 있지 않은가. 악이 악을 알아본 것이다. 자신과 똑같이 악으로 가득 찬 윤의 눈을 보고 그는 동족이라고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장처럼 신해준 같은 살인범을 보면 욕을 하고 인간 취급도 안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윤은 신해준의 과거, 살인을 할 수밖에 없었던 타당한 근거를 알려고 했고 심지어는 그에게 동정심을 느끼기도 했다. 윤의 특기는 기다리는 것이다. 참을성이 있다는 뜻이냐고? 절대 아니다. 그는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기다림을 좋아했고 잘 했다. 개미나 강아지 같은 생명이 서서히 잠들어가는 모습, 누군가 몰락하는 모습, 누군가의 비밀이 탄로 나는 모습 등을 적절한 거리에서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다. 완전한 악마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사악하다고 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 윤은 계속 거리를 유지한 채 신해준이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렸으며, 신해준은 그 미끼를 덥석 물었다. 일종의 밀고 당기기를 한 것이다. 이 소설이 참 잘 쓰인 소설이라고 생각한 것이 단순히 악은 나쁜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윤이라는 훌륭한 장치를 통해서 독자들이 에 대한 존재론적인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살인범은 인간이 아니라 악마다.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쓸모없는 존재다. 그들이 하는 흔한 변명 중 하나가 병을 갖고 있어서혹은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 조금의 불편함을 느꼈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 것이다. 작가가 신해준이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의 내면을 계속해서 서사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한 장 한 장 읽을수록 이 불편함은 조금씩 해소된다. 작가는 악마를 변호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을 드러내려고 했던 것이다. 바로 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소설 속에서도 등장했듯이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살인자, 사이코도 아니고 속을 모르겠는 사람이다. 침묵이 더 무서운 법이다. 악이 침묵한다면 우리는 악을 알아낼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고 처벌을 내릴 수도 없다. 또한 알아내려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악에 무지한 사람이 된다. <유령>은 우리가 악에 무지한 사람이 되지 않게끔 도와준다. 악의 입을 열어서 악의 실체를 드러낸 작품 <유령>. 악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악이 침묵할 수 있게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된다. 그들은 침묵할 권리조차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신해준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비난할 권리가 있다. ‘을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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