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스
워푸 지음, 유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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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소설. <픽스>라는 큰 이야기 속에 7가지의 범죄 사건이 담겨있다. 7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실제 타이완에서 일어났었던 일들이며, 누군가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건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왜 이런 사건들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일까?

 

그 답은 제목에서 발견할 수 있다. FIX라는 단어는 조작하다, 수리하다, 바로잡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조작된 7가지의 사건을 소설을 통해 수리하고(고치고), 독자들과 함께 바로잡는 것이 이 책이 만들어진 목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가 후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저자인 워푸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건을 증오한다고 했다. 그래서 워푸는 '범인이 잘못 지목된 추리 소설'이라는 형태를 빌려 무고한 피고인들의 억울함을 덜어 그들을 돕고자 했다. 더 나아가서는 사건의 오류를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올바른 소설 창작 기법을 알려주기까지 한다. 마치 추리소설 작법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추리소설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기존 추리소설 마니아들도 충분히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추리소설 작가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픽스>는 각각 다른 7가지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아귀'라는 존재로 인해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픽스>의 가장 큰 재미 요소는 바로 '아귀'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원고, 혹은 미완성된 원고를 발견한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사건의 오류를 하나하나 지적해서 메일까지 보내다니. 그래서 7가지 이야기의 저자들은 적잖이 당황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감히 나의 이야기를 지적하다니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귀'의 날카로운 추리력에 다들 할 말을 잃고는 그의 의견을 쉽게 수용하고 만다. 과연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의문점인 '아귀'의 정체는 누구일까. 그를 둘러싼 비밀이 너무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30년간 일어난 타이완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사건을 재구성한 소설이다. , 잘못된 수사와 사회적인 편견이 가득한 타이완 사회를 비판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현실 비판적 추리소설인 것이다. 우리들은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진실인지 아닌지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 언론에 의해, 대중에 의해 휩쓸리는 것이 다반사다. 우리가 진실을 강요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운 요즘이다. <픽스>는 이러한 우리들의 태도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소설을 읽는 동안만큼은 '아귀'와 함께 적극적인 독자가 되어 진실을, 그리고 올바른 사회를 바라볼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 진실을 마음 깊이 고정시켜서 계속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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