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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교실 ㅣ 벗 교육문고
조향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4년 2월
평점 :
이육사의 <광야>에서부터 우리 현대문학의 풍성한 시와 소설들, 박지원의 고전문학, 서양에서는 톨스토이와 위고의 위대한 작품들, 영화 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삶의 본질을 성찰하는 글들과 지금 이 순간 가장 치열한 역사의 현장인 밀양 이야기까지 마치 물결처럼 흘러가는 문장에 휩쓸린 듯싶다.
이 책은 하나의 문학 수업이다. 교사로서 시인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사유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시인으로서의 감수성은 아이들의 사소한 마음을 섬세하게 읽어내면서 그들이 이 경쟁사회에서 가질 수밖에 없었던 약간씩은 일그러진 삶의 태도들을 설득력 있게 바로잡아 준다. 그리하여 학생들은 이기심과 경쟁의 허울을 벗고 인생과 세상에 대한 통찰에 조금씩 다가갔으리라. 또 한편으로는 상처받은 어린 영혼들에게 삶을 긍정하고 절망을 이겨내는 힘을 길러준 것 같다. 내가 알기로 시인 역시 누구 못지않은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영롱한 시편들을 만들어내었고 삶의 본질을 궁구하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조시인과 같은 국어 선생님이 존재할 것이다. 나에게도 역시 그런 국어 선생님이 계셨다. 그분은 수업 종료시간을 5~10분 정도 남겨놓고 책을 덮도록 하셨다. 그 짧은 시간 그분은 늘 새로운 얘기들을 들려주셨다. 인생에 대해서 때로는 사회에 대해서, 특히 내가 고3이었던 1980년에는 참혹한 광주의 비극이 있었고 그분은 격정적인 말씀을 토해놓곤 하셨다. 그분은 내 삶의 길을 열어주셨다.
우리 세대에게는 문학 수업이 따로 없었다. 있었다 하더라도 조향미 시인과 같은 탁월한 스승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은 행운이었으리라. 조시인의 수업은 문학 수업일 뿐만 아니라 역사 수업이고 사회 수업인 동시에 무엇보다도 철학 수업이기 때문이다.
책 초반에 육사의 시를 언급하며 시인이 표현한바 ‘쓴대로 살고, 산대로 쓰는’ 사람은 바로 조향미 시인 자신이다. 소외된 사람들의 현장에 늘 함께 하는가 하면 퇴직 후 땅과 함께 하기 위하여 밀양의 생태공동체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우리네 삶과 우주의 근본을 벗어나지 않기 위하여, 이를테면 깨달음에 닿기 위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책 속에는 이러한 고뇌어린 사유와 실천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쉽게 읽히지만 절대 간단하지 않은 책, 참으로 오랜만에 출석한 문학 수업은 내 영혼 역시 맑게 씻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