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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ㅣ 問 라이브러리 5
강수돌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별들이 온 힘으로 굴러서 해는 떠오르고
화분에 작은 싹 하나도
매순간 심호흡으로 자기 생을 밀어올린다
강수돌 교수의 근작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에서 인용된 조향미 시인의 시구이다. 사유와 노동의 이분법,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 경제와 사회의 이분법을 넘어 새로운 길로 나아가자는 대목에서 제시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책의 갈피마다 아니 낱말 사이사이에 깊숙이 밴 땀 냄새다. 전국을 누비며 열정적인 강연을 하러 다니면서도 조치원 텃밭에서 열심히 배추벌레를 잡는 실천적 삶을 살아가는 강수돌 교수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래서 곧고 바르다. 군더더기가 없다.
두껍지 않으면서도 이 책은 상당히 여러 가지 영역들을 다루고 있다. 일과 삶에 대한 우리의 가치관에서부터 시작해서 경쟁사회에서의 인간소외 문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구조조정과 이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이어간다. 아울러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 할 세계화, 신자유주의 문제에 대하여 명쾌하게 정리한 후 이반 일리치 선생과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얘기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나는 80년대 초반 대학생활을 시작한 이래 민족, 통일이라는 화두를 놓아본 적이 없다. 아직도 그것은 미완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생태주의를 비롯한 다기한 새 흐름들에 대하여 긍적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것들이 우리가 바라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정도로 이해했고 ‘함께’ 한다고 생각했다. ‘함께’ 한다는 것은 ‘하나’가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내 안에서 그것은 조금 불편하기조차 했다.
허나 이념은 세상을 바꾸지 못했고, 오히려 그 제자들은 이 거짓 세상에 굴종하고 ‘적응’하여 부조리를 증폭시키는 짓거리들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경우조차 적지 않다. 절망, 변절이 만연하고 정직한 삶의 깃대조차 모든 곳에서 꺾이고 있지 않나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를 읽으면서 나는 무릎을 치며 자신을 질책해야 했다. 우리가 과연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 제대로 대응을 하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국제 금융자본의 독재와 신자유주의가 우리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전일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지금 변혁의 패러다임 역시 변해야 한다. 현실에 대한 생동감 있는 분석과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실천적인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수돌 교수의 책은 나로 하여금 마치 오래 전 ‘팜플렛’을 읽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팜플렛’이 책과 다른 점은 이론이 아니라 바로 오늘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강수돌 교수의 책 역시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한다.
‘강수돌 교수’는 노동하는 사람이고 확실히 실천하는 사람이다. 혜안을 가진 사람이다. 지금 『세계화의 덫』을 읽고 있는데 이렇게 예견력과 분석이 탁월한, 그러면서도 흥미진진한 책을 벌써 10년도 넘은 세월 전에 번역해서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