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세계체제 4 - 중도적 자유주의의 승리, 1789-1914년 근대세계체제 4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박구병 옮김 / 까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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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중도적 자유주의의 승리, 1789-1914년'대로 책의 키워드는 '중도적 자유주의'이다. 중도적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사상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학문적 밑바탕이 없는 나로서는 저자가 말하는 중도적 자유주의의 정확한 개념을 감히 안다고 말하기 힘들다. 다만 대략적으로 말해보자면 권력을 귀족과 군주가 아니라 인민이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프랑스대혁명이 보여주었고, 그로부터 근대의 자유주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중도적'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는 이유는 보수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자유주의가 점차 주류를 점해갔기 때문이다.  

1815년 나폴레옹 전쟁이 종식되고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의 평화로운 백여년 간의 시기를 저자는 중도적 자유주의가 주도적인 이념으로 대체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개인의 창의성과 이익추구권을 존중하면서도 국가의 존재와 역할을 긍정하는 중도적 자유주의는 19세기를 벨 에포크, 즉 아름다운 시절로 수놓았다. 비록 비서구세계의 착취로 이룩한 그들만의 황금기였을지 몰라도 말이다.  

다르게 보면, 중도적 자유주의의 출현과 발흥이 역사의 진보라고 보기 힘든 면도 있다. 산업혁명을 축으로 하는 제국주의 국가의 팽창에는 기존의 군주정이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기업가들이 중심으로 한 부르조아 계급이 국가의 핵심으로 대체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념의 출현을 시작으로 보는 것보다는 바뀐 체제의 필요성에 의해 이념이 고안된 것이 맞지 않을까.  

'근대세계체제'는 시리즈의 일환이라고 한다. 프랑스대혁명과 산업혁명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해석을 담아두었다던 3권을 읽어보지 못하고 아무 기반없이 4권을 읽게되어 충분한 독서는 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힘의 충돌이 아니라 사상을 키워드로 읽어낸 19세기의 서구의 역사는 새로웠고 유익했다. 특히 중도적 자유주의가 파급시킨 학문과 사상의 분화는 우리가 말하고 누리는 개념이 불과 백여 년 밖에 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또한 같은 진보운동인 패미니스트와 노예제 폐지론이 충돌하는 예시에서 보듯, 지금 누리는 권리가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란 걸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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