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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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병원에서 깨어난다. 운전석의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은 소년은 고아가 되었다. 그 후 소년에게 많은 일이 일어난다. 아버지를 들이받은 차의 운전자를 무장공비로 둔갑시켜 소년을 자유투사의 아들로 둔갑시키는 안전기획부의 공작은 황당하지만 1980년대 답다. 또한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자신의 감정을 주변사람들에게 전염시키고, 물건 혹은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사연을 짚어내는 사이코매트리를 획득한 초능력자가 된다. 소년은 특별한 능력 덕에 주변에 휘둘리면서도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어머니를 찾아나선다.  

처음 읽은 김연수의 책이다. 흥미진진한 도입부로 시작하면서도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소설은 아니다. 기억의 편린들을 두서없이 모아놓은 듯, 이리저리 오가는 전개가 흡인력과는 거리가 멀다. 과연 이야기가 어디로 이를지에 대한 흥미진진함보다도 작가가 전하고픈 메시지가 무엇일까에 대한 추리로 골똘히 생각하게되는 류의 글이었다.  

지금도 잘 살고 있다면 나보다 훨씬 손위가 되는, 1980년대의 소년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것이다. 청중을 단번에 사로잡기 위해 드라마틱하도록 수없이 다듬은 명사의 강연 따위는 현실에 없다. 하늘을 날아 우주에 이르는 상상은 그저 상상이 아님을 내 경험에 의해서 공감한다. 언뜻 뜬구름 잡는 흐름이 나의 개인적인 기억들을 깨웠던 것이다. 콘크리트 위로 매캐한 최루탄 가스가 안개처럼 끼였던 회색빛의 서울 거리를 아버지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헤매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홀로 어디에 있는가.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감성을 가볍게 건드리려는 글이 아니다. 핏줄을 찾는 소년의 행로는 한국 현대사의 그늘과 엮여 있다. 아찔할 정도로 변화하는 시대에서 과거의 상처를 잊어버리는 행각은 무척 편리하다. 그럼에도 기억을 잊을 수 없는 이들에게 삶은 어떠할까. 망각이 미덕인 세상에서 기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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