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씨앗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83
조리 존 외 지음,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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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발령받아 근무를 갓 시작했을 때
부모님들이 물은 질문 중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 선생님, 결혼하셨나요?

- 선생님, 아이가 있으신가요?

내가 결혼하지 않은 것과
학생들을 돌보는 것에 무슨 깊은 관계가 있다고 그러는 걸까?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얼마든지 내 학생들을 사랑으로 키울 수 있다고 자부했고,
실제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러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학급의 아이들을 바라보니,
왜 어머니들이 내게
결혼을 했는지와, 아이를 낳고 길러보았는지를 질문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말썽꾸러기 학생이어도,
친구들과 매번 싸우는 학생이어도,
고칠 점이 많은 헛점 투성이 학생이어도,
부족한 점이 많아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어도,
모두가 태어날 때 축복 받은 아이였고,
자라면서 가정에 기쁨이 된 아이였다.

하나의 아이를 기르면서 수없이 많은 밤, 잠을 설쳤을 엄마와
하나의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고민했을 아빠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자랐을 것이다.
교실에서는 말썽꾸러기, 개구쟁이, 사고뭉치라 하더라도 말이다.

학생에서 누군가의 아이, 자녀로 보이던 그 날,
낳아보니 알겠다던 말,
키워보니 알겠다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얼마 전, 친정에 갔더니,
해바라기 씨가 담긴 자루가 마루에 나와 있었다.
엄마가 지난 가을에 수확했던 건데
깔 시간이 없어 넣어두었다며 놓아두라고 했다.
주머니에서 꺼내 껍질을 까보니
생각보다 단단했다.
펜치를 가져다 모로 세워 누르니
- 탁
하며 껍질이 열렸다. 
멀쩡해 보여서 깠는데, 버려야 할 것이 있었고, 
삐적 말라 버려야 할 지경인데, 까보면 튼실한 씨가 든 것도
제법 있었다.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것이 씨앗이었다.

나쁜 씨앗

저자 조리 존

출판 길벗어린이

발매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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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버려진 해바라기 씨앗이 하나 있다.

누군가로부터 버려진 순간,
스스로를 버린 씨앗이다.

버린 사람의 탓일까,
버린 씨앗의 탓일까?

나쁜 씨앗이라고 부른 사람의 탓일까,
나쁜 씨앗이라고 불려도 머무른 사람의 탓일까?

'나쁜 씨앗'에서는
그 시작을 묻기보다
현재를 말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예전에 나빴던 내가
이제는 변하길 원하고,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학급에서
1년을 생활하면서
쉽지 않은 어린이들을 만나곤 한다. 
학급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관계'이다.

누군가가 나쁜 씨앗이라 부른다 하더라도,
스스로 나쁜 씨앗이라 생각하고 못되게 행동한다 하더라도,
나쁜 씨앗이 맺은 '좋은 관계'는
얼마든지 나쁘지 않은 씨앗으로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본다.

비단 그것이 학생이 아니라, 자녀라면 더더욱!

욕심을 버려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내 아이를,
내 학생을 나쁜 씨앗이라고 말하기 전에
나는 그에게 좋은 부모인지,
좋은 선생님인지,
우리의 관계는 어떠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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