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신기하고 이상한 것이 참 좋아!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73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야마무라 코지 그림, 고향옥 옮김 / 길벗어린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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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을 배워 간다는 건,
자기만의 비밀을 하나씩 잃어가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엄마 뱃 속에서 나와
혼자 힘으로 숨을 쉬고, 움직이며
세상에 익숙해진다는 건,
호기심을 잃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너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 것들.
지레짐작으로 혼자 판단하고 묻지 않게 되어버린,
나에 대한 반성이 있는 책이었다.

풍선껌에 조그맣게 들어있던 만화책을 보며 킥킥댔고,
때로는 풍선껌이 아니라 만화책을 사기 위해 풍선껌을 사기도 했다.
차르르 넘기면 움직이는 그림이 신기해
오빠를 따라 그려보기도 했다.

쉬는 날이면
검정색종이와 돋보기를 들고 마당에 나가
햇빛을 모아 태우기도 했다.

과학주머니에서 처음 본
감광지를 가져다
햇볕에서 그늘에서 물건을 올려두고 기다리기도 했다.

대중목욕탕에서 몸을 불리고 나오면
쪼글쪼글해진 손가락과 발가락이 신기했다.
다시 돌아오는 건 신비롭기까지 했다.

왜 그런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그걸로 충분했던 때였다.

그런데
그 시간을 잊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씁쓸하다.

한창 논문을 쓰고 있다.
거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툴고, 어렵다.
늘상 쓰던 글과는 차원이 다르고
한 줄을 쓸 때에도 어떤 단어를 써야 할 지 고민을 한다.
새로운 세계란 그런 것일까?
이 또한 익숙해진다면,
서툴러서 궁금하고,
궁금해서 찾게되는
그런 일은 없어지게 되는걸까?

엄마가 그랬다.
배울 수 있을 때 배우는 거라고,
우리는 평생 배울 수 있다고.

배움이 있다면
씁쓸해 할 필요도
아쉬워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신기하고 이상한 것이 좋았던 아이들은
저마다의 답을 찾아 갈 것이다.
지금, 신기하고 이상해서 기뻤던 순간을 잊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왜 그러한지는 다음 문제일 지도 모른다.

끊임 없이 궁금한 것,
끝없이 찾아가는 것.

그게 길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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