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보드북)
권정생 지음,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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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간간이 아빠가 퇴근길에 사다주시는 책을 읽곤했다.

아빠 외투 속, 붕어빵 봉투 뒤에 한 권씩 숨어 있던 책들은

오빠와 내가

긴 겨울밤을 보내는 하나의 재미였다.


똥이라고 하면 본디 재미있거나, 웃기거나, 창피한

제목과 내용 일색이었던 것과는 달리

강아지똥은

읽고 난 후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다.

 '강아지똥'이 나온지 벌써 21주년이란다.

세월은 흐르고 있지만

강아지똥의 빛은 여전하다.

흰둥이로부터 온 강아지똥

강아지똥은 더럽다고 무시당하고,

자신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엔 별처럼 고운 꽃이 된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여전하다.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고,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두려운 것.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아무도 알 수 없기도 하다.

강아지똥이 골목길에 누워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또한 지나가는 일이라고,

한바탕 겪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될 것이라고,

나도 그랬었다는

어른들의 말은 위로가 되지 않고,


다른 서로의 모습을 인정하기까지 걸리는

친구들의 시간도 참기 어렵다.

하지만 

내 가치를 인정해주고,

함께 해주는 민들레가 올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나 스스로 귀하고 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골목에서 비를 맞아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강아지똥이 스스로를 희생해 꽃이 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강아지똥은 자신의 모습을 잃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지만

누군가 알고 있었던

자신의 가치를 실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모습으로든

강아지똥은 제 역할을 다 한 것이니까


너 또한 언젠가 꽃으로 피어날 테다.



강아지똥을 읽은 아이들은

이 책을 쉽게 잊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유아를 위한 보드북 출간이

더 기다려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쓸모 없다고 생각될 때

지금 무얼 하고 있나 후회될 때

직장에서 뱉어진 씨처럼 버려질 때

어릴 적 읽었던

이 책을 떠올린다면,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내가 꽃임을 재생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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