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해 봐! 둥둥아기그림책 15
지미 팰런 글, 미겔 오르도네스 그림, 엄혜숙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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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해봐

 

육아에 지친 어느 날,

엄마에게 좋은 생각이 났다.

평일에는 남편이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니 어쩔 수 없고,

주말에는

아이가 일어나자마자 아빠~” 하면 그 날은 아빠가 아이를 책임(?)지고,

아이가 일어나자마자 엄마~”하면 그 날은 엄마가 아이를 책임(?)지고 돌보기로 했다.

엄마 입장에서 봤을 때, 어차피 애를 봐야 하는데, 하루라도 아이가 아빠를 외치면 더 좋을 것 같아서 했다는 것이다.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장난말처럼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했고, “그래도 되겠다.”는 합의 아닌 합의가 이루어졌다.

 

첫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3개월간 출산 휴가에 들어간 나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아이가 잠잘 때 잠깐 눈 붙이고, 집안일 하고, 누워만 있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아빠, 해봐. ~~~”

하기 시작했다.

 

 

첫째의 첫 마디는

~.” 였다.

 

기분이 묘했다.

 

 

택배를 받아 온 날, 첫째가 포장을 뜯으며 말했다.

아빠, 해봐!”

아빠한테 뭘 해보라는 책인가?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아빠가 최고야와 비슷한 책인가 싶었다.

엄마, 내 책 아닌거 같아, 아기 책이야.”

동생한테 읽어줘.”

아빠!, 음매~ 아빠! 매에 …….”

동생에게 책을 다 읽어주더니 첫째가 말했다.

엄마, 이 책 이상해! 아빠가 아들한테 아빠그러고, 아들은 울기만 해.”

 

 

 

첫째가 읽는 것을 같이 들은 나도 사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자 소개를 읽기 전까지!!

이 책은 미국의 유명한 MC이자 개그맨이며 배우인 지미 패런이 딸 위니의 첫 번째 말이 아빠!’이길 바라며 쓴 책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빠가 아들한테 아빠!”라고 부르거나 아빠가 해봐.”가 아니라, “아빠!라고 해봐.”였던 것이다.

첫째에게 아빠라고 해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하니 금세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동생에게 다시 읽어 주게 했다.

 

첫째(6) : “아빠~~~ 해봐, 아빠~ 라고 하라니까?”

둘째(4) : “아빠~!”

첫째 : “음매~”

둘째 : “음매~”

첫째 : “아빠~ 해봐.”

둘째 : “아빠.”

첫째 : “~~~~~.”

둘째 : “~~, 크크크.”

첫째 : “율아, 아빠라고 하라는데 자꾸 동물들이 울기만 한다. 율은 아빠~’하는데 그렇지?”

 

큰 애보다는 둘째가 훨씬 좋아하는 책이다. 하지만 첫째는 나름의 문장을 만들어 동생에게 설명해 주는 모습이었다. 책에만 있는 글이 아니라 자기가 이해한 것을 보다 어린 동생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서 같이 읽고 싶은 모양이다. 말과 당나귀가 헛갈리는지 중간중간

엄마, 이게 뭐야?”

묻고는 읽어주었는데,

둘째도

엄마, 이게 뭐야?”

묻고는

킁킁.”

개굴개굴.”

먼저 읽는다.

 

 

책에 있는 아빠라는 하나의 말보다 훨씬 많은 아빠를 말하게 하는 책이다.

아빠, 해봐를 읽는다고 해서 (광고 문구에서처럼) 정말 아빠를 먼저 말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들에게 바쁜 아빠, 곁에 없는 아빠의 부재를 메울 수 있는 정서적인 책이라는 것이다.

엄마만큼이나 혹은 엄마보다 더 많이 아이의 사랑을 원하는 아빠의 모습,

사랑하는 아이가 아빠~”하고 불러 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 저녁에는 우리 아빠한테 전화 한 통 넣어드려야겠다.

아빠~”

하고 부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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