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대디
제임스 굴드-본 지음, 정지현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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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사는 대니는 1년 전 아내 리즈를 차 사고로 잃고 일에만 몰두한다. 아들 윌은 엄마가 죽은 이후 선택적 함구증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 대니는 건설 현장 인부로 일하는데 4년간 일했던 직장에서 별안간 해고당한다. 그는 다른 일자리를 찾지만 모두 경력을 요구해서 탈락만 한다. 집세까지 밀린 상황에서 대니는 우연히 공원 길거리 공연가들을 본다. 그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환호를 받고 돈을 버는 장면을 보고 대니는 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코스튬 의상점에서 가장 저렴한 판다 인형탈을 구입한 그는 인형탈을 쓰고 공원에서 춤추는 판다가 된다.


한편 아들 윌은 학교에서 마크라는 아이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공원에서 괴롭힌 당하던 윌은 판다 인형탈을 쓴 대니로부터 구해진다. 윌은 이후에 다시 공원에서 판다 인형 탈을 쓴 대니를 만나고 그가 아버지일 거란 생각은 못 한 채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소설은 슬픔을 이겨내는 대니와 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은 아내이자 엄마인 리즈가 죽고 나서 서로 자신의 슬픔을 잊기 위해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대니가 밀린 집세를 내기 위해서 춤추는 판다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이들의 관계는 점차 나아진다.


작품에서 '춤'은 둘의 관계를 이어주고 회복하는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리즈는 어릴 적 발레를 했고 춤추기를 매우 좋아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도 '더티 댄싱'이었다. 리즈가 살아생전 대니는 춤을 못 춰서 아내와 함께 춤을 춰주지 않았다. 아내가 즐겨보던 영화 역시 잘 보지 않았다. 하지만 대니가 춤추는 판다가 되면서 춤을 잘 추기 위해 폴댄서인 크리스털에게 춤을 배운다. 그리고 아들 윌과도 춤을 통해 마음을 열고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소설은 대니와 윌 말고도 슬픔 속에서 고통을 겪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람에게 배신 당하고 폴댄서 스트리퍼가 된 크리스털, 전 재산과 다리를 잃고 괴팍해진 집주인 레그, 아빠를 잃고 친구들을 괴롭히게 된 마크까지. 모두 각양각색의 슬픔을 가지고 있다.



<댄싱 대디>는 주인공의 상황이 우울하지만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유머러스하게 전개해나가며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또한 작가분이 각본도 쓰시는 분이어서 소설의 이미지가 잘 그려졌다. 영상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에서 TV 드라마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또 보고 싶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족 성장 소설이었다.





"네가 화난 것도 알아, 마크." 이제 윌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네 인생은 망가졌는데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돌아가서 화나지? 너무 억울해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도 망가뜨리고 싶을 거야. 넌 너무 불행한데 남들만 행복한 건 억울하니까. 아무도 네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을 거야. 그래,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많아. 하지만 난 이해해." 윌이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 난 네 마음 이해해. 얼마나 아픈지 알아. 하지만 남들을 괴롭힌다고 아픔이 줄어드는 건 아니야. 고통은 사라지지 않아. 날 계속 때리고 놀리고 괴롭혀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왜냐하면 너희 아빠는 우리 엄마처럼 돌아가셨으니까. 어떻게 해도 다시 돌아올 수 없어."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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