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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 지음 / 현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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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육을 업으로 10년. 나는 나무나 숲과 관련된 활동이나 프로그램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나무나 숲을 그렇다고 환경교육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때문에 아무리 강사분이 이런저런 특징을 말씀해 주셔도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4년 정도가 지나니 몇몇 나무는 눈에 들어오기 사작했다. 특징들도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그리고 편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게 되었다.여전히 나무와 숲은 나를 편안하게 행복하게 한다. 산림을 전공한 것이 아니기에 나무 하나하나의 생물학적 특성은 잘 모른다. 다만 어떤 나무 한그루보다는 작더라도 함께있는 것 즉 숲이라 할 수 있는 느낌을 좋아한다. 그런 분들에게 딱맞는 책이다. 어려운 용어로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숲이나 나무와 느낌을 나누기를 즐기는 분들말이다.

나무와 숲과 그리고 자연과 교감을 나누고 느낌을 갖는 것이나 방법이 어려운 일이 아님을 편하게 책을 읽어나가면서 깨닫게 된다. 체험환경교육이 상업성을 띄게 되면서 1-2년새에 소위 '자연놀이'가 무슨 나름의 특허인 것처럼 '독점'하려는 양상을 가끔 보게 된다. 그런 현상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름의 방법들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스스로의 느낌들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다시 확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것은 곧 자신감과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자연체험이나 자연의 감수성 등의 얘기들이 특별한 사람들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자신감.

'인간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천부의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로 시작해서 '자연과의 감응은 나와 자연이 딴 몸이 아니라는 자각에서 시작합니다. 나의 들숨에 포함된 산소는 나무의 날숨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나무가 광합성으로 몸체를 불리는 것은 나의 날숨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나뭇잎의 숨구멍을 통해서 들숨으로 흡수했기 때문이라는 자각말입니다. 이런 자각이 심화되고 확장되면 이 세상의 삼라만상이 모두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의 머리말로 시작해서 숲의 春·夏·秋·冬의 느낌들을 오감을 통해 체험했던 개인적 경험이 실려 있다.

책 장을 넘길 때마다 숲의 사진들이 장마다 있고, 심심찮게 페이지 전체에 나무나 숲이 환하게 들어온다.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저녁에 숲 산책을 나온 느낌으로 읽었다. 하루나 이틀 저녁 시간의 짬을 잠시만 내면 여러분도 숲을 그리고 자연과의 감응을 위한 자신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숲을 걸으면서 또는 숲을 가기 전에 읽어보면 좋겠다. 에필로그로 숲의 오감체험을 간단히 정리해주는 친절함까지....내 몸과 자연만 있으면 봄·여름·가을·겨울 숲을 즐기고 가슴에 담는 가능한 방법들을 쉽게 그리고 쉬운 용어로 정리해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한다.

'숲을 통해 자연과 감응하고, 지연의 질서에 순응함으로써 얻는 교감의 즐거움을 새삼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라는 표현에서 지은이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마음에 쏙 드는 작은 숲을 만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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