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작가 등단 4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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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년 전, 위화 작가의 『원청』을 접하며 그의 작품 세계에 처음 빠져들었다. 출퇴근길마다 보았던 살아 숨 쉬는 서사와 운명에 대한 던짐은 마음 속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러던 중 운영 중인 샌드공방에 위화 작가의 내한 행사 다과 주문이 들어왔고, 심지어 레터링 스티커 제작 요청도 들어왔기에 기쁜 마음으로 뜻깊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참석한 형장에서 나는 행사 담당자에게 팬심을 전했고, 그 덕분에 선물로 받게 된 책이 바로 『인생』이다.


『인생』은 시골 마을을 찾은 화자가 늙은 농부 ‘푸구이’를 만나 그의 파란만장한 과거를 전해 듣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구술 방식 덕분에 독자는 마치 현장에서 노인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듯한 깊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국공 내전과 문화대혁명 등 중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이야기는 거창한 이념 대신 평범한 서민의 삶에 집중한다. 덕분에 시대적 격랑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인물들의 몸부림이 더욱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품 속 여러 사건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푸구이의 딸 평사의 결혼에 대한 대목이다. 어릴 적 큰 열병으로 말을 못 하게 된 펑샤가 다정한 남편 어리를 만나 소소하지만 진실된 행복으로 가는 시작을 맞이하는 모습, 그 장면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된 삶 속에서도 서로를 지극히 아끼는 가족들의 온기는 가혹한 비극의 연속 속에서 희망을 빛이 점점 커지는데, 팍팍한 현실을 살아내는 서민들에게 가족이란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어 인상 깊었다.


장이머우 감독의 동명의 영화 <인생>에서는 체제의 고통과 부조리 안에서 살아가는 서민의 애환이 더욱 더 잘 드러난다. 마오쩌둥 그림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체제에 순응하는 당시 서민들의 모습이 그대로 묘사되는데, 이는 어떠한 정치적 신념에 따른 선택이라기보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그저 살아남기 위한 온전한 노력으로 보인다. 역사라는 거대한 풍파 앞에서 개인은 무력해 보이지만, 주어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 나가는 의지만큼은 숭고하게 느껴진다. 격변의 시대를 견뎌낸 이들의 삶과 ‘생존’에 대한 의지는 거창한 가치보다 대단한 게 아닐까 싶다.


연이은 비극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서사가 다소 고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본질을 관통하는 작품의 힘이라 생각된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함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와 의미를 찾아가는 푸구이의 삶은 불확실한 미래로 고민하는 3040 세대에게 큰 위로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삶에 대한 거창한 해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고 삶의 본질을 조용히 되돌아보고 싶은 자들에게 일독을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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