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른의 어휘 공부 - 나의 말과 글이 특별해지는
신효원 지음 / 책장속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최근 4주 일정의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서 두 번째 도서로 만난 신효원 작가의 『어른의 어휘 공부』. 사실 이번 독서 모임을 시작할 때부터 가장 기대하고 궁금해하던 책이었다. 평소 대화를 하거나 글을 쓸 때 매번 똑같고 한정된 단어만 되풀이할까 답답함이 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던 나였다. 내 언어의 표현력을 확장하고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다는 바람을 안고 책의 첫 페이지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신효원 작가는 어린이언어연구소장이자 20여년간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외국인을 비롯한 수많은 학습자를 지도해 온 한국어교육학 석사 출신의 전문가이다. 초등학생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교재와 교구를 개발하는 등 공신력 있는 연구 활동을 이어온 이력 때문에 자칫 책이 교과서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페이지를 넘기자 그런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저자는 단어 하나를 제시할 때마다 에세이처럼 감각적이고 다정한 문체로 이야기를 시작해 읽는 독자의 공감을 끌어낸다. 거기에 50여개의 주요 어휘가 가나다순으로 정리되어 있는 책은 사전처럼 곁에 두고 찾아보기 좋으며, 무엇보다 단어의 사전적 정의에 그치지 않고 '이 어휘를 어떤 상황에서 쓰면 좋을까?'를 자연스럽게 연상하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어휘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짚어주는 부분이었다. 작년에 화제였던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4』를 볼 때, 한 출연자가 인터뷰에서 감적이 극에 달했을 때 "호젓했다"라는 단어를 사용해 인상에 남은 적이 있따. 당시 출연자는 후미진 곳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이나 측은함, 감정의 끝에 다다른 아련함을 표현하려고 그 단어를 썼던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해주었다.
그러나 책에서 밝히는 "호젓하다"의 본래 쓰임은 사뭇 달랐다. 작가는 한밤중에 조용한 길을 혼자 운전할 때처럼 후미지고 조용하여 등골이 오싹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 때 쓰는 어휘가 바로 "호젓하다"라고 설명한다. 즉, 단순히 쓸쓸한 것이 아니라 약간의 무서움과 서늘함이 내포됨을 뜻하는 말인 것이다. 만약 그때 그 인터뷰에서 감정적인 쓸쓸함과 정적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처연하다" 혹은 "아릿하다", "애절하다", "헛헛하다" 같은 어휘가 훨씬 더 정교하고 적합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모호하게 지나쳤던 단어의 정확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책을 읽으며 갖는 어휘 공부가 주는 커다란 묘미였다.
책의 깊이와 정보량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정독하며 깊이 있게 소화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고 있지만, 글을 쓰거나 대화를 나누기 전에 수시로 펼쳐볼 수 있도록 종이책으로도 구매해 책상 위에 두고 사용할 계획이다. 이 책은 풍부하고 알맞은 어휘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더 정교하게 다듬고 싶은 모든 사람, 특히 대중 앞에서 이야기하거나 강의를 진행하는 분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나의 소중한 동료이자 친구인 은혜 대표이다. 강의를 준비할 때 늘 고민하며 멈칫거리는 순간이 있었는데, 이 책이 커다란 자신감과 편안함을 선사해 줄 거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적확하고 다정한 어휘의 힘으로 내 언어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