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남은주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저자인 남은주 작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교육학을 공부한 뒤 한겨레신문사에서 오랫동안 기자였다. 기자 시절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기록해 왔으며, 2018년 베를린으로 이주한 뒤에는 번역가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림책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해』와 『바퀴 빌라의 여름방학』 등 다양한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다.
이번 신간은 작가의 기존 역서들과 마찬가지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인물이 어떻게 내적으로 성장하는지 잘 보여준다. 저자가 베를린 난민 공동숙소에서 사회복지사 실습생으로 일하며 마주한 현실을 냉철하게 담아준 책을 통해 독자들이 그동안 깊이 알지 못했던 이주민들의 실제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가장 가까이서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 싶었던 세 가지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겠다. 첫 번째, 저자가 학교 세미나에서 스위스의 ‘무슬림 피난민 남성성 재구축 프로젝트’를 소개할 때의 일화이다. 저자는 기자 경험 덕분에 사회적 통찰력이 있다고 자부했지만 피난민 전문 교수님에게 날카로운 지적을 받는다. 서구-백인-남성-중산층의 시각으로 교육받은 탓에 부유한 무슬림 가장이라는 모델로 전형화하여 비판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배운 틀에만 갇혀 정작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일화를 보고, 나 역시 나만의 잣대로 누군가를 쉽게 오인하거나 잘못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반성해보았다. 기회가 된다면 저자처럼 스스로의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깊이 있는 토론에 직접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언어가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특정 계층이 권력을 나누고 통제하는 도구로 쓰인다고 말한 부분이다.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가장 먼저 사회에서 배제하는 역할을 하고, 심지어 모국어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얼마나 표준적이고 교양 있는 언어를 쓰느냐에 따라 철저하게 서열을 매기는 것을 여러 일화를 통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는 우리의 모국어인 한글을 편하게 쓰지만 언어 장벽을 겪은 이주자나 장애인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에는 인색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되었다. 높은 언어적 허들을 단단히 쥐어주어 삶을 힘들게 만들었으면서 말로만 차별이 없다고 외친 것은 없는지, 언어 외에 또다른 허들을 만들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보았다. 독일에서 직접 생활한 저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언어 차별 이야기는 무척 충격적이었고,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았다.
세 번째,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이다. 관청에서 행정 처리를 미루다가 주말 직전인 금요일에 통지서를 한꺼번에 발송하면 민원인들은 그제야 급하게 사무실에 몰려든다. 결국 주말을 앞두고 마음이 급해진 상황에서 경험 없는 실습생이었던 저자는 대처 방법을 몰라 당황하며 부조리한 시스템을 원망하는 일화였다.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약자들은 항상 순위에서 밀려나고 최전선의 노동자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도 가끔 사회 시스템이 불편한데, 낯선 땅의 이민자들은 얼마나 더 힘들지 깊이 공감했다. 사회적 우선순위라는 편리한 약속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에서는 앞서 소개한 이야기 외에도 난민들이 왜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하고 양질의 교육에서 밀려나는지 등 이주민의 삶의 애환을 냉철하게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다소 낯선 표현이 일부 등장하여 아주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주민을 바라보는 우리의 좁은 시각을 넓혀주고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이었기에 좋았다.
이 책은 중학교 진학을 앞둔 자아 형성 시기의 학생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진정한 배려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바르게 이해하고, 이주민과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사랑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남은주 #창비 #사건은왜항상금요일밤에일어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