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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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을 한지 2년이 되었을 때였다. 지방에서 올라와 먼 타지에서 일을 하고, 미래를 향한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호기롭고 좋아보였던 그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번아웃에 빠졌었다. 학창시절, 군대 그리고 쉴 틈없이 복학 그리고 운좋게 취직에 성공했던 나는 사회구성원 중의 하나로서는 제 역할을 잘해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른 출근에 밤늦은 퇴근이 반복되는 삶, 성취감없이 반복되는 일상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어딘가 고장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다. 그리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사직서를 내고 해외여행을 떠났었다.

생애 처음 떠난 무계획 해외여행을 통해 정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 낯선 언어와 건물 그리고 문화, 그 곳에서 만난 귀중한 인연들까지...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낯선 공간 안에서 외부에 눈을 돌리기보다 내 스스로에 대해 생각을 해본 것이었다. 회사를 다닐 때 손에 닿일 것 같지 않지만 꾹 참고 인내하면 언젠가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던 목표와 꿈이 항상 머리속을 맴돌았었는데, 끊임없이 걷고 또 걷고 시간을 아낌없이 소비하다보니 그런 것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내가 진정 원하는 자유와 행복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던 그 때의 귀중한 시간 덕분에 지금 고되고 피곤한 일상 안에서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다 얼마전, 박해수 작가의 <나의 완벽한 무인도>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책을 펼치고 한 장 한 장 넘기자마자 그때 나의 이십 대가 생각나 지금까지의 삶에 대해 반추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문장을 읽을 때마다 자연이 생생한 무인도로 들어가 살아가는 것에 대해 주인공과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다.



바닷물이 차다. 신기하게도 처음 발을 담글 때는

몸이 움찔할 정도로 차가운데 찰나의 순간만 지나면

언제 그랬나 싶게 수온과 나의 체온이 비슷하게 맞춰진다.



주인공 '지안'이 암흑으로 둘러쌓인 무인도에서 자신을 해하려는 야생동물이 알았을 때 비로소 안도하며 불을 끄고 창 밖의 별빛을 구경한다.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캐러들어갈 때 금세 체온과 비슷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지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무인도의 별빛을 보고 차가운 바다속으로 들어가 평안의 시간을 깨닫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원효대사의 해골물처럼 내 불안의 원천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지안'을 보고 나 또한 내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걸어볼 수 있었다.




고독의 소리는 모래들이 사각이는 소리,

꼬마물새떼가 내는 소리, 쉼없이 치는 파도 소리다.

결국 삶이란 수많은 소음들 속에서 사는 소리라고,

지금 내 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수많은 소리와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지안은 '무인도'에서도 결국 진정한 고독을 찾지 못했다. 아침이면 울리는 뱃고동 소리 그리고 늘 주변을 감싸는 자연환경이 '지안'에게 삶이란 수많은 소음들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 주 간의 해외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부터 한 달간 칩거에 들어갔던 때가 기억이 난다. 한창 일해야할 나이에 남들의 눈에 패배자로 보일 것 같은 피해의식과 스스로가 해내지 못했다는 좌절감이 무척 컸기 때문이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새벽 조깅을 하는 것을 제외하곤 하루종일 방에 누운채 지냈던 한달. 외로움에 대해 신경쓰지 않던 나도 결국 사람이란 사회적 동물, 환경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곤 알바도 하고 도서관에 나가 책도 읽고, 재취업을 준비했었다.

고독을 찾아 '무인도'에 간 '지안'은 어찌보면 주위환경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던 귀중한 시간들을 통해 다시금 소통할 수 있는 준비기간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궁금해하며 읽어보았었다. 박해수 작가의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그래서 참 좋았었다. 분명 소설은 일방향적으로 작가가 하고 있는 이야기를 그저 읽는 것 뿐인데, 읽으면서 내 마음을 묻고 답하고, 책에 있는 삽화와 함께 자연의 재질을 상상하는 그런 재미가 있었다. 올해, 이 책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말한다. 처음은 낯선 게 맞다. 처음은 두려운 게 맞다. 사람들은 다르다. 이 말들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 당연한 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화이트칼라(사무직이나 전문직 종사자) 직업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것을 보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자기 자식은 화이트칼라가 되기를 원한다. 서울·수도권 지역의 일을 찾고 힘들게 사는 '수도권 편중화'를 비판하면서도 자기 자식은 주말 기차를 타고 대치동 입시학원에 보내고 있다. 지난 10년 전 초봉과 그리 다르지 않은 초봉에 일하고 있는 요즘, 이십대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 모두 무인도에 가서 살면 안될까 생각해보았다. 적어도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고 행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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