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세계 - 보이지 않는 숨, 질병, 그리고 생명의 역사
칼 짐머 지음, 이상훈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우리가 매일 마시는 공기가 사실은 하나의 세계였다는 것.

평소에는 한 번도 의식하지 않았던 ‘공기’라는 존재를 이렇게 오래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공기의 세계』는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았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숨을 쉬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공기’ 안에 무엇이 담겨 있고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익숙한 일상 속 빈틈을 설명해준다.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공기가 단순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내쉬는 숨, 누군가의 기침, 바람과 구름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과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루이 파스퇴르의 실험, 콜레라와 결핵을 둘러싼 과학자들의 논쟁, 공기 전파 감염을 밝혀내려 했던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공기의 이모저모를 보여준다.

과학이 항상 처음부터 완벽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뜻밖이었다. 이미 존재했던 증거도 시대의 믿음과 편견 속에서 쉽게 외면될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계에 대해서도, 결국 계속 다시 질문하고 또 질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어렵거나 무겁기만 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매일 마시는 이 공기를 조금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을 북돋아주는 책이다. 읽고 난 뒤에는 집 안의 공기, 지하철 안의 공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의 공기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공기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서로 연결된 존재인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기의 세계』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 칼 짐머 특유의 이야기 방식 덕분에 과학 이야기를 한 편의 탐구 이야기처럼 풀어내는 책이다. 어려운 개념도 사람과 사건 중심으로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공기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 함께 존재하는 거대한 세계처럼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익숙했던 세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산초당 #다산북스 #칼짐머 #공기의세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의 여름은 문장이 된다 - 일본 광고 카피로 만나는 사랑, 청춘, 인생의 장면들
이시은 지음 / 빅피시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여름이라는 계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어쩌면 날씨보다 그때의 장면과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여름은 문장이 된다』는 그런 순간들을 짧은 문장 하나로 다시 꺼내 보여주는 책이다.

24년 차 카피라이터 이시은이 모은 일본 광고 속 여름의 문장들은 단순한 광고 문구가 아니라 마치 오래 기억에 남는 한 편의 이야기들과 같다. 포카리스웨트처럼 청춘과 여름의 이미지를 담아낸 광고부터, 여행과 일상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JR 열차 광고까지 생생한 여름맛이 느껴지는 책 속 광고들은 잊고 지내던 우리의 지난 여름들에 관한 기억을 자연스럽게 불러온다.

짧은 카피지만 안에는 굉장히 많은 감정들이 담겨있다. 어떤 문장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련함을, 어떤 문장은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매일 스쳐 지나가던 풍경도 누군가의 시선을 거치면 하나의 멋진 장면이 되고, 짧은 한 줄의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기도 한다.

이 책은 단순히 광고를 모아둔 책이 아니라 좋은 문장이 어떻게 사람의 기억 속에 머무는지를 보여주는 에세이에 가깝다. 카피가 만들어진 배경과, 브랜드가 담고 싶었던 이야기를 함께 읽다 보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광고에도 누군가의 고민과 시간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광고 현장에서 일해 온 카피라이터이자, 일본 광고 카피를 기록해 온 카피 아카이빙 블로그 운영자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 속 문장들은 단순히 예쁜 표현을 소개하는 걸 넘어서서, 왜 이 문장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지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제 여름이 다가온다. 이번 여름의 뜨거운 햇빛, 길어진 하루, 지나간 계절의 기억까지도 모두 각각의 문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문장은 결국 우리의 평범한 순간을 마치 사진처럼 기억에 남기는 힘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배운다.

#우리의여름은문장이된다 #이시은 #빅피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500명의 인물로 읽는 세계사 - 함무라비부터 워런 버핏까지 역사의 증명사진으로 남은 위대한 얼굴들 ㅣ 테마로 읽는 역사
찰스 필립스 지음, 김봉중 감수, 임지연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500명의 인물로 읽는 세계사》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역사를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수많은 사건들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500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멀게만 생각되던 역사가 어느덧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인물부터 처음 알게 된 인물까지 정말 다양한 삶이 담겨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칭기즈 칸처럼 세계의 흐름을 바꾼 정복자, 세종대왕처럼 문화의 방향을 바꾼 인물, 뉴턴과 갈릴레오처럼 인간의 생각을 확장한 과학자, 그리고 예술과 스포츠, 사회운동 분야에서 자신의 흔적을 남긴 사람들까지 한 시대를 만든 수많은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는 결국 몇 명의 위대한 인물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새로운 것을 발견했고, 누군가는 부당함에 맞서 싸웠고, 누군가는 자신만의 분야에서 끝장을 봤다. 그렇게 각자의 삶이 쌓여 어느샌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되었다는 점이 꽤 인상 깊었다.

왕이나 영웅 중심의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이름난 지도자뿐 아니라 인권을 위해 싸운 사람들, 예술로 시대를 기록한 사람들,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꾼 사람들까지 함께 담아내기 때문에, 역사를 훨씬 넓은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500명의 인물을 한 권으로 한꺼번에 만나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한 사람의 선택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얼핏 평범해 보이는 한 사람의 삶도 나중에는 역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500명의 인물로 읽는 세계사》는 어렵고 딱딱한 역사책보다, 인류가 함께 써 내려온 오래된 이야기책에 가깝다. 페이지를 넘기며 매번 새로운 얼굴을 만나고, 그들의 삶과 업적을 통해 지금의 우리의 생활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세계사를 잘 몰라 처음부터 재미있게 시작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이미 알고 있던 역사를 다른 시선으로 보고 싶은 독자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전방위 역사 이야기책이 될 것 같다.


#500명의인물로읽는세계사 #현대지성 #찰스필립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 동네 흉가로 놀러 오세요
전건우 지음 / 시공사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사실 그저 조금 이상하고 유쾌한 흉가 체험 이야기일수도 있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 동네 흉가로 놀러오세요』는 폐가라는 익숙한 공포 소재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코미디에서 호러로, 호러에서 미스터리와 스릴러로 자연스럽게 변주되며 독자를 쉴 틈 없이 끌고 가는 전방위 공포 코미디 책이다.

시골 마을 피읍리를 살리기 위해 기획된 흉가 체험, 그리고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들어낸 연쇄살인마 귀신 이야기가 불길하게도 현실의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런 스토리 설명만 들어도 벌써 재밌다. 그런데 폐가에서 벌어진 의문의 죽음부터 마을에서 이어지는 불길한 사건들까지! 처음에는 장난처럼 보였던 일이 점점 섬뜩한 진실로 다가오는 과정이 독자를 바짝 긴장하게 한다. 게다가 “여기서 끝일까?” 싶은 순간마다 또 새로운 단서와 반전이 등장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사서 읽어보길 권유드린다.

전건우 작가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흉담』처럼 일상의 공간에 공포를 심어 넣고, 익숙한 소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 특유의 장점이 이번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단순히 무서운 장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다음 장면을 궁금해하게 만드는 힘, 그리고 장르의 재미를 끝까지 유지하는 능력이 정말 돋보였다.

이 책은 무겁고 잔혹한 공포소설이라기보다, 빠른 전개와 예상하지 못한데서 오는 방향 전환의 재미가 큰 작품이다. 웃다가 서늘해지고, 가볍게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사건 속에 빠져들게 된다. 폐가라는 공간에서 시작된 작은 거짓말이 어떻게 거대한 이야기로 커지는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태기를 깨고 싶거나, 머리 복잡한 생각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장르소설을 찾는다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의 재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전건우식 장르 맛탐방 같은 소설이라 하겠다.

#시공사 #전건우 #우리동네흉가로놀러오세요 #흉가체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남은주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단순히 어떤 사건이 금요일 밤마다 일어나는지가 궁금했다. 완독후에 다시 생각해보니, 제목 속 사건은 그냥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가장 절박한 시간이자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순간을 의미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는 전직 기자였던 남은주 작가가 베를린 난민 공동숙소에서 사회복지사 실습생으로 지내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18년 동안 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오십이라는 나이에 새로운 삶을 선택하고, 낯선 나라에 가서 이주자이자 돌봄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화려하고 자유로운 도시처럼 보이는 베를린의 이면에는 차별과 혐오, 언어의 장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저자는 그들의 삶 가까이에서 마주한 현실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책에서는 난민과 이주자를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자는 조금씩 그들의 두려움과 상처를 알아간다. 금요일 밤마다 도움을 요청하러 찾아오는 사람들, 고향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이웃들, 작은 친절로 서로를 버티게 하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책에 녹아있다. 결국 사람을 이어주는 건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곁을 내어주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전쟁을 피해 온 가족, 학교에서 제대로 환영받지 못하는 이주 배경 아이들, 극우 세력의 혐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절망만을 말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손짓과 눈빛, 음식과 작은 배려로 연결되는 장면들은 오히려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낯선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그리고 누군가의 작은 관심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느낄 수 있다.

사실 거대한 변화보다도 더 필요한 건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시대에, 내 삶이 어려울지라도 타인을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

#남은주 #창비 #사건은왜항상금요일밤에일어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