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작별 - 돌보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남유림 지음 / 도서출판 독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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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7개월의 생이 끝났다. 아이가 죽었다.”

📌“이 책은 슬픔의 기록이다. (...) 그러나 가장 순수한 사랑의 기록이다.”

『단정한 작별』이라니. 그런데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엄마의 이야기라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담담한 제목이다. 이 책은 눈물을 억지로 끌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슬픔을 끝까지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의 시간을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기록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슬픈 걸수도.

저자 남유림씨는 자신의 감정을 조금도 꾸미지 않는다. 죽음을 동경했던 젊은 시절의 마음, 희귀질환을 안고 태어난 딸을 살리기로 결심한 순간, 열아홉 번의 수술을 함께 견디며 보낸 시간, 그리고 아이를 떠나보낸 뒤에도 여전히 아침을 맞이해야 하는 현실... 어느 장면 하나 극적으로 포장되어 있지 않는데도 오히려 그 담백함에 가슴이 시큰하게 울린다. 아이의 영정사진 앞에 앉아 끝내 울지 못하는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사랑은 거창한 말보다 매일 반복되는 돌봄 속에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하루를 기꺼이 내어주는 시간 또한 사랑이다. 저자는 아이를 돌보며 비로소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는데, 그 문장을 읽으며 사랑은 주고받는 감정이 아니라 사실 함께 살아내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품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울면서도 다시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삶이라고 이야기한다. 삶은 여전히 아프고, 사랑했던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기에 차마 말할수 없을 만큼 먹먹한 책이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살아가겠다는 저자의 묵묵한 다짐이 나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단정한 작별』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은 삶을 더 깊이 바라보게 만드는 에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시간의 의미,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 그리고 슬픔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는걸. 마음이 지쳐 있는 날 한번 더 펼쳐보고 싶다.

📌“그리고 살 것이다. 슬픔에 울부짖고 슬픔에 지면서도 나는 살아낼 것이다.”

#단정한작별 #남유림 #도서출판독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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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솔베이 발레 지음, 손화수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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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내가 11월 18일을 경험하는 것은 이번이 121번째이다.

'하루가 계속 반복된다'는 설정만으로도 흥미로운 책이지만, 이 소설은 아무래도 시간 속에서 혼자만 앞으로 흘러가는 사람의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야할 것 같다.

주인공 타라는 매일 11월 18일을 살아간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되돌아가지만, 타라의 몸과 기억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손의 화상은 아물고, 머리카락은 자라고, 반대로 토마스는 매일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그녀를 바라본다. 같은 하루를 수없이 반복하는데도 사랑하는 사람과 기억을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 먹먹한 감정을 준다. 반복되는 건 하루인데, 정작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은 타라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많은 질문을 던진다. 시간은 왜 흘러야 하는가, 기억은 관계를 얼마나 지탱하는가, 인간은 반복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는가. 타라가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아침을 맞이하는 과정을, 우리는 그녀의 일기장을 보듯이 지켜봐야 한다. 큰 사건이 없어도 왜인지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타라는 자신을 '세상을 조금씩 소모하는 존재'라고 표현한다. 자신이 먹은 음식만 사라지고, 자신이 가져간 물건만 세상에서 없어지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괴물처럼 느끼는 장면이 그녀의 표현을 통해 가슴에 와닿는다. 하지만 세상을 소모하는 것이라고 하면, 흘러가는 하루를 사는 우리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책의 문체는 놀랄 만큼 담담한데, 그 담담함 속에서 불안과 고독이 더 선명하게 전해진다. 그저 하루를 또 살아내는 사람의 기록을 보여줄 뿐인데, 우리는 그 기록을 읽으며 우리의 하루까지 돌아보게 된다.

시간을 소재로 한 소설을 그동안 많이 읽어봤지만, 사실 이렇게 '반복'을 존재와 관계의 문제로 깊게 확장한 작품은 처음이었다. 역시 부커상 최종후보작이구나 싶다. 읽는 동안에는 타라와 함께 시간 속에서 길을 잃는 기분이 들고, 독서를 마치고 나서는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내일'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오래 남는 사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분명 천천히 오래 기억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은행나무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베이발레 #국제부커상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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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이야기 ㅣ 이야기의 낮과 밤 2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김희용 외 옮김 / 유선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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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고전은 예나 지금이나 늘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다. 작가를 알아야 하고, 시대적 배경도 이해해야 할 것 같아서 책을 읽으려고 할때 선뜻 손이 가는 편은 아니었는데, 《고독 이야기》는 그런 부담을 자연스럽게 덜어주는 책이다. 작가가 아니라 '고독'이라는 하나의 감정을 중심으로 여러 작품을 엮어냈다는 구성이 꽤 신선했고, 덕분에 유명한 고전들을 시험 보듯 읽는 대신 지금의 내 마음에 맞는 문장들을 찾아가는 기분으로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고독을 외로움과 같은 의미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마냥 쓸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 자신을 가장 솔직하게 마주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책 속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문장은 조용한 위로처럼 다가왔고, 버지니아 울프는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프란츠 카프카가 보여주는 낯선 고립감,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그려내는 늦은 밤의 적막, 알베르 카뮈가 바라보는 인간과 세계의 거리감까지, 같은 '고독'이라는 감정도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작가들의 문장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독자인 내가 지금 어떤 고독을 지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돌아볼 수 있다. 누군가의 문장을 읽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내 이야기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기보다, 밤이 조용해졌을 때 한두 편씩 꺼내 읽기 좋은 책이라고 하겠다. 문장이 많아서가 아니라 여운이 길어서 자꾸 손을 멈추게 된다. 읽고 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대신 방금 읽은 문장을 한참 곱씹게 되는 책이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야기에 익숙한 요즘이라 그런지, 이렇게 천천히 머물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곱씹어 읽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고독 이야기》는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책이라기보다, 오래된 문장들을 지금의 감정으로 다시 만나게 해주는 책에 가깝다. 고전을 어려워했던 사람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고, 이미 익숙한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또 다른 시선으로 문장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조금 길어진 날, 그리고 이유 없이 마음이 조용한 밤에도 곁에 두고 싶은 그런 책이다.

📌완전히 혼자. 그는 내일도 혼자일 것이고 언제나 혼자일 것이며 그 누구도 그래 본 적 없을 만큼 혼자일 것이다. -기 드 모파상, 『손님』

📌나와 닮은 사람들과 살아가기가 불가능한, 그런 날들이 있지. 세상에서 그보다 슬픈 일은 없어. 그보다 우스운 것도 없지. -조르주 상드, 『어느 여행자의 편지』

#고독이야기 #유선사 #이야기의낮과밤 #고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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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5미터 세계사 - 방구석에 누워만 있었는데 역사 천재가 되어버렸다
히스토리카 지음, 김효진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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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역사는 늘 거대한 사건과 위인들의 이야기일 것만 같다. 《반경 5미터 세계사》는 오히려 내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이 더 많은 역사를 품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다. 유리잔 하나, 종이 한 장, 셔츠 한 벌처럼 너무 익숙해서 한 번도 의미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수천 년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지식을 알려주려 애쓰기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유리가 로마 제국과 교역을 잇고, 종이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퍼뜨리고, 직물이 산업혁명과 현대 산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읽다 보면 '세계사'라는 거대한 흐름이 생각보다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하나의 큰 흐름으로 연결되는 과정도 꽤 흥미로웠다.

직물 이야기를 예로 들면 이렇다. 옷감 하나를 만드는 기술이 산업혁명의 시작이 되고, 직기를 움직이던 원리가 오늘날 컴퓨터의 시작과도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작은 기술 하나가 세상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새삼 어마어마하게 느껴진다. 종이와 책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누리는 정보와 기록의 문화가 수많은 시간과 기술의 축적 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지금 이 순간, 책 한 권을 읽는 마음가짐도 조금은 다르게 생각된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를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한 장을 읽으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책을 덮고 나서는 주변 물건들을 괜히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평범한 컵 하나에도, 책상 위 종이 한 장에도, 셔츠 한 벌에도 수백 년의 시간이 스며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세상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사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물건 하나에도 누군가의 발견과 실패, 기술과 문화, 교역과 문명의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 책은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에 가깝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데도 읽고 나면 생각보다 오래 여운이 남는다. 역사가 어렵다고 느껴졌던 사람에게도, 방구석 물건들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한 번쯤 추천하고 싶은 교양서다.

#반경5미터세계사 #히스토리카 #더퀘스트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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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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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인스타그램 이키다 @ekida_library 님의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모든 얼굴은 하나의 이야기다.'

《테오》는 아주 작은 친절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또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관한 소설이다.

테오는 카페 벽에 걸린 92점의 연필 초상화를 발견하고, 하나씩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한다. 그러나 테오는 단순히 그림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 얼굴의 주인을 직접 찾아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 과정에서 상처와 후회, 사랑과 그리움처럼 누구나 품고 살아가는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한 장의 초상화가 잊고 지냈던 기억을 꺼내고, 오래 묻어 두었던 마음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테오는 세상을 구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눈앞의 한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귀 기울이는 사람이다. 별것 아닌 행동처럼 보이는 그의 친절은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관계를 회복시키며, 결국 공동체 전체의 분위기까지 바꿔 놓는다. 마치 친절은 전염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이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도 인상적이었다. 책에서 초상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기억을 담아낸 기록과도 같다. 예술의 가치는 얼마나 유명한 작품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그 예술을 통해 한 사람을 기억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는걸 상기시켜준다. 이 책이 입소문만으로 밀리언셀러가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테오》는 읽는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소설이다. 억지 감동이나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데도 어느 순간 문장을 붙잡고 오래 머물게 된다. 70대에 처음 장편소설을 발표한 앨런 레비가 이런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작품은 탄생할 수 있다는 걸 그의 작품이 증명해 준다. 거창한 기적보다 누군가를 한 번 더 바라보고, 한 번 더 친절해지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전염시키는, 따스한 책이다.

📌가능만 하면 난 평생 이렇게 살고 싶어. 매일 저녁 여기 서서 같은 나무, 같은 수평선, 같은 하늘을 그리는 거야. 하늘 아래 같은 그림은 없는 법이거든.

📌어쩌면 우리 또한 갓난아기들처럼 평생 동안 어떤 얼굴을 찾으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를 달래주고, 채워주고, 사랑해 주고, 환영해 주고, 알아보고 뛰어와 줄 그 얼굴과 시선을 갈망하며 살아갑니다.

#테오 #앨런레비 #오팬하우스 #힐링소설 #이키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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