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솔베이 발레 지음, 손화수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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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내가 11월 18일을 경험하는 것은 이번이 121번째이다.

'하루가 계속 반복된다'는 설정만으로도 흥미로운 책이지만, 이 소설은 아무래도 시간 속에서 혼자만 앞으로 흘러가는 사람의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야할 것 같다.

주인공 타라는 매일 11월 18일을 살아간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되돌아가지만, 타라의 몸과 기억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손의 화상은 아물고, 머리카락은 자라고, 반대로 토마스는 매일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그녀를 바라본다. 같은 하루를 수없이 반복하는데도 사랑하는 사람과 기억을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 먹먹한 감정을 준다. 반복되는 건 하루인데, 정작 가장 크게 변하는 것은 타라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많은 질문을 던진다. 시간은 왜 흘러야 하는가, 기억은 관계를 얼마나 지탱하는가, 인간은 반복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는가. 타라가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아침을 맞이하는 과정을, 우리는 그녀의 일기장을 보듯이 지켜봐야 한다. 큰 사건이 없어도 왜인지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타라는 자신을 '세상을 조금씩 소모하는 존재'라고 표현한다. 자신이 먹은 음식만 사라지고, 자신이 가져간 물건만 세상에서 없어지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괴물처럼 느끼는 장면이 그녀의 표현을 통해 가슴에 와닿는다. 하지만 세상을 소모하는 것이라고 하면, 흘러가는 하루를 사는 우리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책의 문체는 놀랄 만큼 담담한데, 그 담담함 속에서 불안과 고독이 더 선명하게 전해진다. 그저 하루를 또 살아내는 사람의 기록을 보여줄 뿐인데, 우리는 그 기록을 읽으며 우리의 하루까지 돌아보게 된다.

시간을 소재로 한 소설을 그동안 많이 읽어봤지만, 사실 이렇게 '반복'을 존재와 관계의 문제로 깊게 확장한 작품은 처음이었다. 역시 부커상 최종후보작이구나 싶다. 읽는 동안에는 타라와 함께 시간 속에서 길을 잃는 기분이 들고, 독서를 마치고 나서는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내일'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오래 남는 사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분명 천천히 오래 기억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은행나무 #부피의계산에대하여 #솔베이발레 #국제부커상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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