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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세계
고혜원 지음 / 다이브 / 2026년 7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백의 세계》, 흑과 백의 돌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한 수씩 놓아가던 연화의 뒷모습이 아른거리는 소설이다. 이 책은 바둑을 소재로 수를 겨루는, 결국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어머니를 잃고 태어나 별궁으로 밀려난 공주 연화는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배운다. 그리고 바둑 스승 정균을 만나면서 돌을 두는 법이 아니라 사람을 읽고, 때를 기다리며, 끝내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법을 익혀간다.
📌"살아남으셔야죠. 바둑에서든 궁궐 안에서든."
이 책에선 바둑이 단순한 승부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의 은유로 그려진다. 포석을 깔고, 활로를 만들고, 때로는 작은 것을 내어주며 더 큰 집을 지키는 과정은 연화가 성장하는 모습과도 같다. "바둑은 자고로 손으로 하는 대화"라는 말처럼, 상대를 이기는 이야기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이야기에 더 가까운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대국 장면조차 긴장감 속에서 진행되지만, 동시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연화는 사실 큰 목소리로 세상과 맞서는 인물이 아니다. 묵묵히 버티고, 조용히 배우고, 끝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길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앞모습을 보고 싶어서 바둑을 배우겠다고 말하는 장면, 어린 나이에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생명을 바라보며 활로를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연화의 외로움과 단단함이 동시에 전해져 심금을 울린다. 라진을 비롯한 인물들과의 관계 역시 차갑기만 한 궁궐 안에서 연화에게 작은 온기가 되어준다.
이 책이 경주의 공주 무덤에서 약초와 바둑돌이 함께 발견되었다는 역사적 기록 하나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름조차 남지 않은 한 공주였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강인한 삶을 선물한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의 세계》는 결국 자신만의 '집'을 지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상이 내 자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을 때, 포기하지 않고 한 수씩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연화를 바라보며, 문득 나 역시 지금의 삶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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