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프리다 맥파든 지음, 이경아 옮김 / 밝은세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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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프리다 맥파든의 《세입자》는 익숙한 공간인 '집'을 가장 불안한 장소로 뒤바꾸는 심리 스릴러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살아가는 세 사람은 블레이크와 약혼녀 크리스타, 그리고 새로 들어온 세입자 휘트니다. 시작은 단순하게 경제적인 이유로 세입자를 들인 것뿐인데, 썩은 사과가 선반 위에서 악취를 풍기고, 세제가 바뀌어 피부 발진이 생기고, 한밤중 이해할 수 없는 소음이 이어지고, 결국 금붕어까지 죽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이렇게 사소한 이상 징후들이 하나씩 쌓일수록 독자는 본격적으로 등장인물들을 의심하게 된다.

처음에는 휘트니가 수상해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블레이크의 시선 역시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누가 거짓을 꾸미고 있는지 계속 의심하게 만드는 전개가 역시 프리다 맥파든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주 재미있다. 화자가 바뀔 때마다 같은 사건이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고, 내가 방금까지 확신했던 판단은 순식간에 뒤집히게 된다.

이 작품에서의 공포는 귀신이나 잔혹한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연코 사람에게서 온다. 평범해 보이는 이웃, 친절한 미소, 아무렇지 않은 말 한마디가 읽을수록 점점 불안하게 느껴진다. 역시 프리다 맥파든이 왜 심리 스릴러의 강자로 불리는지, 충분히 설명해주는 책이다.

하지만 《세입자》는 화려한 반전만 앞세우는 소설이 아니다. 인간의 불안과 편견, 그리고 의심이 얼마나 쉽게 관계를 무너뜨리는지 역시 집요하게 파고든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속도감을 주고,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의 전율이 짜릿하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손에 땀을 쥐고 읽을수 있는 심리 스릴러다. 읽는 내내 등장인물들을 의심하고, 완독후에는 그 의심마저 완벽하게 이용당했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프리다맥파든 #책추천 #세입자 #스릴러추천 #미스터리소설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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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가 XXX였던 건에 대하여
정해연 외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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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들에게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또 하나의 얼굴이 있을 것이다. 『최애가 XXX였던 건에 대하여』는 그 상상에서 출발해 미스터리, SF, 액션, 판타지를 케이팝이라는 세계와 절묘하게 엮어낸 앤솔러지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들의 화려한 조명 뒤에 숨어 있던 불안과 경쟁, 책임과 용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가장 먼저 만나는 단편 「아이돌 그룹 러비쥬 살인 사건」은 걸그룹 멤버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밀실 미스터리다. 파트 분배와 질투, 성공 뒤에 감춰진 균열이 서서히 드러나며 '무대 위의 반짝임'이 얼마나 위태로운 균형 위에 세워져 있는지 보여주는 단편이다. 「엔딩 요정의 비밀」은 외계 행성 서바이벌이라는 기발한 SF 상상력을 통해 스포트라이트 밖으로 밀려난 존재들의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모든 아이돌이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PMC 아이돌」은 군필돌이라는 기발한 설정으로 유쾌한 웃음을 선물하면서도 결국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용기를 보여주고, 「눈물을 마시는 요괴」에서는 화려한 아이돌과 한국적인 퇴마 판타지가 만나 신비롭고도 서늘한 분위기가 난다. 마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생각나는 단편이었다.

이렇게 네 편 모두 장르가 다르면서도 재미만큼은 서로 뒤지지 않는다. 우리는 무대 위에서 빛나는 사람들을 보며 환호하지만, 이 단편들을 통해 그들이 감당하는 두려움과 책임까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단편들에 나오는 아이돌들은 사건을 해결하고, 누군가를 구하고, 끝내 자신의 신념을 선택하는, 어쩌면 스타라는 말 그대로 별처럼 빛나는 인물들이라고 하겠다.

네 명의 작가가 아이돌이라는 같은 소재를 전혀 다른 느낌으로 풀어낸 덕분에 마치 콘셉트가 다른 네 편의 영화를 연달아 본 듯한 기분이 드는 책이다. 반짝이는 무대는 끝나도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조명 뒤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아이돌들의 모습을 보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조명 뒤 모습은 또 어떨까 괜시리 상상하게 되는 기발한 상상이 톡톡 튀는 재미있는 앤솔러지였다.

#최애가XXX였던건에대하여 #정해연 #김아직 #정명섭 #박지선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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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조선희 지음 / 샘터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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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혈연이여야만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를 읽으며 떠오른 질문이다. 이 책은 남편과 사별한 뒤 새로운 노년을 고민하던 조선희 작가가 제주에서 생판 남들과 함께 '미로헌'이라는 집을 짓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점차 이들의 동거가 단순히 특별한 실험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하게 될 현실적인 대안처럼 느껴졌다.

미로헌 사람들은 가족도, 친구도 아니다.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다섯 사람이 "무연고 우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지붕 아래 살아간다. 하지만 함께 산다고 모든 것을 같이 하지도 않는다. 마당은 좋아하는 사람이 가꾸고, 다른 사람은 그 풍경을 즐긴다. 밥도 각자 먹다가 마음이 맞으면 함께 식탁에 둘러앉는다. 억지로 맞추지 않기에 오히려 오래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인상적이었다. "자유로움은 독거와 비슷하고, 안전성과 재미는 독거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는 문장이 이들의 삶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또 기억에 남는 건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방식이었다. "아프면 소문을 내라"는 규칙은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법적 보호자는 아니어도 병원에 함께 가고,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기억해 주고, 불안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가족이라는 이름보다 더 생활에 가까운 보호막이 되어 주는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또 감정이 상할 것 같으면 미리 알리는 '녹색 신고', "지시 말고 질문, 지적 말고 의논" 같은 미로헌의 원칙들은 함께 살아가는 기술이 결국 관계를 지키는 예의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갈등은 누구와 살아도 생기지만 중요한 건 푸는 방식이라는 말, 가까워도 불편하지 않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 서로 연습한다는 이야기가 맴돈다. 혼자 잘 사는 법보다 함께 잘 늙어가는 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자. 언젠가 나 역시 나이 들어 외로움을 걱정하게 된다면, 미로헌 같은 풍경을 한 번쯤 꿈꿔도 될까 싶다. 가족이 아니어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서도 기꺼이 서로의 보호막이 되어주는 삶. 그래서 더 따뜻하고, 기억에 남는 에세이다.

#샘터 #나이60생판남들과산다 #조선희 #브런치북출판대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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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나는 북유럽 - 풍경 너머의 삶을 만나는 북유럽 인문 여행
나영주(찰스)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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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하면 오로라와 피오르드, 감성적인 풍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나영주 여행 크리에이터의 《다시 떠나는 북유럽》은 그 풍경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삶과 철학을 보여주는 여행 인문서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나온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어서인지, 단순한 관광 정보가 아니라 '왜 이곳을 다시 찾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내준다.

이 책은 노르웨이의 웅장한 피오르드와 브릭스달 빙하, 덴마크의 휘게, 스웨덴의 라곰, 핀란드의 숲과 호수, 아이슬란드의 거대한 자연을 차례로 소개한다. 특히 기후 변화로 조금씩 사라지는 브릭스달 빙하를 바라보며 "지구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고, 우리는 그 흔적 위를 걷고 있다"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함께 강조한다. 또 아이슬란드 여행에서는 날씨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예상할 수 없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저자의 태도가 인상깊었다.

또 저자가 북유럽을 설명하는 방식도 좋았다. 저자는 "더 해야 한다"보다 "덜어 내도 괜찮다"는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고 말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신만의 속도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여행이란 결국 다른 나라를 보는 일일뿐만 아니라,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북유럽은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곳'이라는 저자의 말도 오래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북유럽은 나에게 더 이상 언젠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아니라, 꼭 한 번은 직접 걸어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웅장한 자연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곳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와 삶의 속도도 직접 느껴보고 싶어진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든든한 길잡이가, 나처럼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에게는 가장 따뜻한 여행의 예고편이 되어주는 책이어서 좋았다.

#다시떠나는북유럽 #책과나무 #나영주 #에세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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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 재앙의 책
오다 마사쿠니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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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평소 공포스럽고 기괴한 설정의 소설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화: 재앙의 책』은 그 기준을 한참 뛰어넘는 작품이다. 읽는 내내 기분이 서서히 잠식되는 느낌이 든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혹시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나면 어쩌지' 하는 찝찝한 상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하는 걸작이다.

이 책에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입과 귀, 눈, 살, 코, 머리카락처럼 누구나 가진 '몸'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책을 먹으면 책 속 세계에 잠식되는 〈식서〉, 타인의 귓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읽는 〈미미모구리〉, 잘라낸 코를 심어 인간을 재생산하는 〈농장〉, 머리카락을 신처럼 숭배하는 〈머리카락 재앙〉이 그 단편들이다. 설정만 보면 황당한데도 내용을 까보면 이상하리만큼 설득력이 있어서 더 소름이 돋는다.

단순히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기에 더 현실과 가깝게 맞닿아 있다. 오다 마사쿠니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 혐오를 아주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다. 저자의 단편들을 읽다보면, 공포의 대상이 괴물이 아니라 결국 인간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우리는 먼 옛날 지옥에 떨어져서 여기 있는 거야. 익숙해진 나머지 지옥은 더 아래쪽에 있다고 착각하는 거지."라는 소름끼치는 문장이 바로 이 책을 대표한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머리카락 재앙〉이 가장 인상 깊었다. 잘린 머리카락을 "산 자의 세계에서 추방된 시체 같다"고 표현하는 문장을 읽으니, 평소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마저 낯설게 보인다. 오다 마사쿠니는 이렇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데 정말 뛰어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호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다소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피와 신체 훼손에 대한 묘사도 적지 않고, 읽고 나서도 찝찝한 기분이 오래 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속 파고들어 읽게 되는건,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이야기의 힘 때문이다.

『화: 재앙의 책』은 이처럼 무서움을 선사하는 것에 비단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의 가장 어두운 감정까지 들여다보게 만드는 단편소설집이다. 한 편을 읽을 때마다 기괴한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며, 마지막 장을 다 읽고 나면 현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장 뛰어난 공포는 귀신이 아니라, 결국 인간에게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나게 해주는 작품이다.

#화재앙의책 #오다마사쿠니 #시공사 #공포소설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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