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조선희 지음 / 샘터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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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꼭 혈연이여야만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를 읽으며 떠오른 질문이다. 이 책은 남편과 사별한 뒤 새로운 노년을 고민하던 조선희 작가가 제주에서 생판 남들과 함께 '미로헌'이라는 집을 짓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점차 이들의 동거가 단순히 특별한 실험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하게 될 현실적인 대안처럼 느껴졌다.

미로헌 사람들은 가족도, 친구도 아니다.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다섯 사람이 "무연고 우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지붕 아래 살아간다. 하지만 함께 산다고 모든 것을 같이 하지도 않는다. 마당은 좋아하는 사람이 가꾸고, 다른 사람은 그 풍경을 즐긴다. 밥도 각자 먹다가 마음이 맞으면 함께 식탁에 둘러앉는다. 억지로 맞추지 않기에 오히려 오래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인상적이었다. "자유로움은 독거와 비슷하고, 안전성과 재미는 독거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는 문장이 이들의 삶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또 기억에 남는 건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방식이었다. "아프면 소문을 내라"는 규칙은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법적 보호자는 아니어도 병원에 함께 가고,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기억해 주고, 불안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가족이라는 이름보다 더 생활에 가까운 보호막이 되어 주는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또 감정이 상할 것 같으면 미리 알리는 '녹색 신고', "지시 말고 질문, 지적 말고 의논" 같은 미로헌의 원칙들은 함께 살아가는 기술이 결국 관계를 지키는 예의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갈등은 누구와 살아도 생기지만 중요한 건 푸는 방식이라는 말, 가까워도 불편하지 않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 서로 연습한다는 이야기가 맴돈다. 혼자 잘 사는 법보다 함께 잘 늙어가는 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자. 언젠가 나 역시 나이 들어 외로움을 걱정하게 된다면, 미로헌 같은 풍경을 한 번쯤 꿈꿔도 될까 싶다. 가족이 아니어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서도 기꺼이 서로의 보호막이 되어주는 삶. 그래서 더 따뜻하고, 기억에 남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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