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 전면개정판 ㅣ 대가 고전·인문 시리즈 (LINN 인문고전 시리즈) 1
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진성 옮김 / 린(LINN)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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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인스타그램 책읽는쥬리 @happiness_jury 님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내용만 대충 알았지 열심히 읽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즐거운 경험이었다. 흑사병이 휩쓴 피렌체를 떠나 교외 별장으로 피신한 열 명의 남녀가 열흘 동안 하루 열 편씩 이야기를 나누는 이야기이다. 사랑, 욕망, 배신, 속임수, 행운과 불운까지, 이 모든 것이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다. 600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도 사람 사는 모습이 어쩜 이렇게 지금과 비슷한지 상당히 놀라우면서도 재미있다.

수도사와 수녀의 위선, 재치로 위기를 빠져나가는 사람들,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과 욕망 같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고전이 이렇게 재미있었다고? 싶다. 오히려 인간이 얼마나 솔직하고, 또 얼마나 뻔뻔할 수 있는지를 아주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게 고전의 매력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외설적인 이야기들도 꽤 나오지만 그것마저도 인간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풀어내려 했던 보카치오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번 도서출판 린의 전면개정판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데카메론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인명과 지명을 다시 확인하고 비문과 오문을 바로잡았으며, 피렌체 교외에서 실제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살렸다고 하므로, 훨씬 생동감 있고 읽기 편한 이야기가 된 듯 하다. 무엇보다 중세 필사본에 담긴 210여 장의 그림을 글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글만 읽을 때보다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랑하고 웃고 욕망했는지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을수 있었다.

페스트라는 죽음의 한가운데서, 사람들은 공포에만 휩싸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데카메론』은 죽음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거창한 교훈보다 웃고, 사랑하고, 실수하고, 욕망하는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라 더욱 마음이 간다. 이번 개정판은 그런 인간적인 모습의 『데카메론』을 생생한 그림들과 함께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 오래된 고전을 특별하게, 그리고 새롭게 펼쳐보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데카메론 #조반니보카치오 #도서출판린 #LINE인문고전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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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 - 도시의 가장 낮고 뜨거운 일터에서 발견한 인생의 존엄
장샤오만 지음, 허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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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단면을 저자의 어머니의 눈을 통해 근거리에서 바라보고 고스란히 느껴볼수 있을것 같아 무척 기대중인 책. 저자와 어머니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며 느껴지는 유대감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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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피 -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장편소설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지음, 최혜정 옮김 / 슬로우리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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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의 『박피』는 읽으면서 몇 번이나 ‘이게 정말 사랑 이야기인가?’ 싶었던 책이다. 이 질문은 사실 이 소설의 핵심을 관통하기도 한다.

성형외과 의사 지호는 사람과의 관계에 계속 실패하고 지친 끝에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담아낸 AI 리얼돌 ‘성미’를 만든다. 성미는 지호가 원하는 말을 해주고, 원하는 모습으로 존재하고, 무엇보다 지호를 거절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외로운 사람에게 너무 완벽한 사랑처럼 보인다. 하지만 완벽해서 오히려 무서웠다.

📌“내 모든 영혼을 걸고 사랑해.”
“거짓말하지 마. 당신은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 아니, 애초에 감정을 느낄 수가 없는 거였지.”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상대는 감정을 느낄 수 없다. 이쯤되면 지호가 사랑한 건 성미라는 존재일까,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낸 욕망일까 궁금해진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멈춘 시기에, 성형외과와 리얼돌, 무속신앙과 첨단 기술이 한데 섞이는 설정도 꽤 기묘하다. 아버지의 병과 함께 “자연에 반하는 행동” 때문에 불운이 찾아왔다는 무당의 말을 듣게 되면서 이야기는 SF, 로맨스에서 조금씩 심리 스릴러로 변모해간다. 지호의 불안이 커질수록 나도 같이 불편해졌다.

특히 ‘피부’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드러낸게 재미있는 책이다. 성형으로 매끈하게 만들어진 얼굴, 완벽한 리얼돌의 피부, 그리고 그 아래 감춰진 욕망과 외로움. 제목처럼 하나씩 껍질을 벗겨내다 보면 결국 드러나는 건 기술이 아닌 인간의 마음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 실수하며 살아. 이 세상에 완벽한 관계가 어디 있어.” 하지만 완벽한 관계를 만들려고 할수록 오히려 관계에서 멀어지게 되곤 한다.

무엇보다 외국인 작가가 한국에서 6년을 보내며 바라본 한국의 모습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치는 성형 문화, 경쟁, 혐오, 도시의 고립 같은 풍경이 조금 낯선 시선으로 비춰지니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만 같다.

읽는 내내 편하지만은 않은 내용이다. 욕망도, 사랑도, 기술도 꽤 노골적이다. 그 불편함이 이 책이 가장 말하고 싶은 우리의 단면이다. 우리는 외로움을 견디기 싫어서 어디까지 ‘완벽한 관계’를 만들어내려 할까.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존재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봐야할 지점이다.

『박피』는 외로운 인간이 사랑을 대신할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이야기처럼 읽혔다. 리얼돌처럼 매끈한 표면을 벗겨내고 나면, 남는 건 생각보다 초라하고 연약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말씀하시던 여자친구가 이게 맞나요?
두 사람은 계속해서 ‘이것’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이것. 너트와 스프링으로 이루어진 생명이 없는 기계.

#슬로우리드 #박피 #베로니카곤살레스라포르테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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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별이다 - 나태주 대표 시선집
나태주 지음 / 더블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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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나태주 시인의 별 같은 시집 『너는 별이다』 와의 만남✨️

조금, 아니 꽤나 특별한 시집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한국 독자를 위해 만들어진 시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말 그대로 시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시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시를 읽는 내내 무언가를 거치지 않고 ‘마음에 바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풀꽃」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를 오래 바라보는 시선, 「아끼지 마세요」처럼 지금 사랑하고 지금 표현하라고 말하는 마음, 「너를 두고」에 담긴 이별과 그리움까지. 특별한 소재는 아니지만 곱씹어 읽다 보면 어느덧 단어들도 문장들도 내 마음속 바다에 별이 되어 박힌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80의 꿈」이 너무 좋다. “이제 나의 나이는 80 / 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어린 사람들이 “저 시인이 새롭게 쓰는 시를 우리가 읽지 못해 얼마나 섭섭하냐!”고 말해주길 바라고, 더 나아가 세계의 젊은 사람들이 한글을 배워 자신의 시를 읽어주기를 꿈꾼다는 고백이 참 나태주 시인답다. 팔십의 나이에도 여전히 꿈을 꾸고 있고, 그 꿈이 결국 한글과 시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일이라는 게 참 아름답다.

시를 읽으며 나의 속도부터 생각까지 모든게 천천히 바뀐다.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것들, 가까이 있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 그리고 정작 나 자신에게는 너무 인색했던 마음 같은 것들을 조금씩 돌아보게 된다.

권말에 실린 해외 독자들의 편지도 인상적이다. 한국어가 아직 서툰 외국인들이 「풀꽃」이나 「행복」을 읽으며 위로받고, 어떤 사람은 「너를 두고」를 통해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을 다시 열었다고 한다. 시가 바람이 되어 국경을 넘어가는 장면이다.

『너는 별이다』는 그저 오늘은 네가 꽃이라고, 너 자신을 살아가라고, 아프지 말라고 일러준다. 읽고 나니 나도 오늘은 덜 서두르고 싶어진다. 쉬어가며 내 곁의 작은 것들을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이 책이 말하는 ‘별’은 아주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라서 더 특별하고 아름답다.

#너는별이다 #나태주 #더블북 #시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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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회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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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히포크라테스 회한』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히포크라테스 우울』에 이어지는 히포크라테스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이번에도 법의학이라는 소재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결국 더 중점에 두는 것은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시신은 말하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한데 경찰과 검시관이 귀를 막고 있어.” 누군가에게는 이미 끝난 죽음이지만, 미쓰자키 교수와 마코토, 고테가와 형사는 그 죽음이 정말 자연사였는지, 사고였는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외면당한 살인이었는지를 끝까지 파고든다. 특히 이번에는 “앞으로 나는 사람을 딱 하나 죽일 거야. 반드시 자연사로 보이게 말이야.”라는 섬뜩한 예고까지 등장해서 처음부터 긴장 만땅으로 읽게 된다.

미쓰자키 교수의 독설과 독선은 여전하고, “성역에 발을 디딘 순간, 미쓰자키는 일개 노인에서 군주로 변모한다”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지는 지점도 웃기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벽해 보이던 그 사람의 실패와 회한이 조금씩 드러난다. “사람은 실패한 만큼 배운다네.” 누구보다 타인의 죽음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실패 앞에서는 얼마나 엄격했을까 싶다.

책은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따라가며 외국인 노동자, 차별과 혐오, 부족한 법의학 제도 같은 현실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단순히 범인을 찾는 재미만 있는 미스터리를 넘어서서, 죽은 사람에게도 사정이 있고, 말하지 못한 진실이 있고, 그걸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지속해서 외친다.

“내가 사죄해야 할 상대는 네가 아냐. 비탄의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살해당한 죽은 자에게지.”
그러고보니 이 시리즈에서 말하는 법의학은 단순히 범인을 잡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걸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사건이 풀릴 때의 통쾌함도 있지만,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보다보면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다.

그리고 역시 시치리 작가의 작품답게 잘 읽힌다. 복잡한 법의학 이야기를 어렵게 끌고 가지 않고, 사건과 인물의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서 페이지가 꽤 빠르게 넘어가서 좋다. 이렇게 세 번째 이야기까지 오니 등장인물들인 미쓰자키와 마코토, 고테가와가 조금씩 익숙해지는 재미도 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시신의 목소리를 들려줄지, 이 세 사람의 관계가 어디까지 변모할지도 궁금해진다. 앞으로도 시치리 작가의 좋은 작품을 잔뜩 국내에 가져와주는 든든한 블루홀식스만 믿는다.

#히포크라테스회한 #나카야마시치리 #블루홀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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