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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회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8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나카야마 시치리의 『히포크라테스 회한』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히포크라테스 우울』에 이어지는 히포크라테스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이번에도 법의학이라는 소재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결국 더 중점에 두는 것은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시신은 말하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한데 경찰과 검시관이 귀를 막고 있어.” 누군가에게는 이미 끝난 죽음이지만, 미쓰자키 교수와 마코토, 고테가와 형사는 그 죽음이 정말 자연사였는지, 사고였는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외면당한 살인이었는지를 끝까지 파고든다. 특히 이번에는 “앞으로 나는 사람을 딱 하나 죽일 거야. 반드시 자연사로 보이게 말이야.”라는 섬뜩한 예고까지 등장해서 처음부터 긴장 만땅으로 읽게 된다.
미쓰자키 교수의 독설과 독선은 여전하고, “성역에 발을 디딘 순간, 미쓰자키는 일개 노인에서 군주로 변모한다”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지는 지점도 웃기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벽해 보이던 그 사람의 실패와 회한이 조금씩 드러난다. “사람은 실패한 만큼 배운다네.” 누구보다 타인의 죽음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실패 앞에서는 얼마나 엄격했을까 싶다.
책은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따라가며 외국인 노동자, 차별과 혐오, 부족한 법의학 제도 같은 현실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단순히 범인을 찾는 재미만 있는 미스터리를 넘어서서, 죽은 사람에게도 사정이 있고, 말하지 못한 진실이 있고, 그걸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지속해서 외친다.
“내가 사죄해야 할 상대는 네가 아냐. 비탄의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살해당한 죽은 자에게지.”
그러고보니 이 시리즈에서 말하는 법의학은 단순히 범인을 잡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걸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사건이 풀릴 때의 통쾌함도 있지만,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보다보면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다.
그리고 역시 시치리 작가의 작품답게 잘 읽힌다. 복잡한 법의학 이야기를 어렵게 끌고 가지 않고, 사건과 인물의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서 페이지가 꽤 빠르게 넘어가서 좋다. 이렇게 세 번째 이야기까지 오니 등장인물들인 미쓰자키와 마코토, 고테가와가 조금씩 익숙해지는 재미도 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시신의 목소리를 들려줄지, 이 세 사람의 관계가 어디까지 변모할지도 궁금해진다. 앞으로도 시치리 작가의 좋은 작품을 잔뜩 국내에 가져와주는 든든한 블루홀식스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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