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피 -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장편소설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지음, 최혜정 옮김 / 슬로우리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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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의 『박피』는 읽으면서 몇 번이나 ‘이게 정말 사랑 이야기인가?’ 싶었던 책이다. 이 질문은 사실 이 소설의 핵심을 관통하기도 한다.

성형외과 의사 지호는 사람과의 관계에 계속 실패하고 지친 끝에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담아낸 AI 리얼돌 ‘성미’를 만든다. 성미는 지호가 원하는 말을 해주고, 원하는 모습으로 존재하고, 무엇보다 지호를 거절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외로운 사람에게 너무 완벽한 사랑처럼 보인다. 하지만 완벽해서 오히려 무서웠다.

📌“내 모든 영혼을 걸고 사랑해.”
“거짓말하지 마. 당신은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 아니, 애초에 감정을 느낄 수가 없는 거였지.”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상대는 감정을 느낄 수 없다. 이쯤되면 지호가 사랑한 건 성미라는 존재일까,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낸 욕망일까 궁금해진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멈춘 시기에, 성형외과와 리얼돌, 무속신앙과 첨단 기술이 한데 섞이는 설정도 꽤 기묘하다. 아버지의 병과 함께 “자연에 반하는 행동” 때문에 불운이 찾아왔다는 무당의 말을 듣게 되면서 이야기는 SF, 로맨스에서 조금씩 심리 스릴러로 변모해간다. 지호의 불안이 커질수록 나도 같이 불편해졌다.

특히 ‘피부’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드러낸게 재미있는 책이다. 성형으로 매끈하게 만들어진 얼굴, 완벽한 리얼돌의 피부, 그리고 그 아래 감춰진 욕망과 외로움. 제목처럼 하나씩 껍질을 벗겨내다 보면 결국 드러나는 건 기술이 아닌 인간의 마음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 실수하며 살아. 이 세상에 완벽한 관계가 어디 있어.” 하지만 완벽한 관계를 만들려고 할수록 오히려 관계에서 멀어지게 되곤 한다.

무엇보다 외국인 작가가 한국에서 6년을 보내며 바라본 한국의 모습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치는 성형 문화, 경쟁, 혐오, 도시의 고립 같은 풍경이 조금 낯선 시선으로 비춰지니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만 같다.

읽는 내내 편하지만은 않은 내용이다. 욕망도, 사랑도, 기술도 꽤 노골적이다. 그 불편함이 이 책이 가장 말하고 싶은 우리의 단면이다. 우리는 외로움을 견디기 싫어서 어디까지 ‘완벽한 관계’를 만들어내려 할까.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존재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봐야할 지점이다.

『박피』는 외로운 인간이 사랑을 대신할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이야기처럼 읽혔다. 리얼돌처럼 매끈한 표면을 벗겨내고 나면, 남는 건 생각보다 초라하고 연약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말씀하시던 여자친구가 이게 맞나요?
두 사람은 계속해서 ‘이것’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이것. 너트와 스프링으로 이루어진 생명이 없는 기계.

#슬로우리드 #박피 #베로니카곤살레스라포르테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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