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말을 하는 곳
윤병무 지음, 이철형 그림 / 국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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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에듀 밴드의 한 코너를 통해 윤병무 시인의 장소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하였다.

디지털 시대가 일상화 된 현실에 사는 나에게 나이답게 않게 디지털기기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 눈의 피로를 주는 일이라 잘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 법..

이 경우는 달랐다.. 눈의 피로를 감수하면서까지 읽을 필요가 있었고, 글을 읽고 난 후에는 가슴 먹먹함과 함께 잊고 있었던 지난 추억을 하나 둘씩 꺼내보는 그 시간이 그냥 좋았다..

 

처음 연재가 되었을 때는 그냥 코너의 제목이 좋았다..

눈속말을 하는 곳..

제목에서 느껴지는 따스함과 정이 있다고나 할까??

우리에게 귓속말은 매우 익숙한 말이지만 눈속말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하여 제일 먼저 접해본 글은

1. 수천 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서점..

연재는 서점이 처음으로 시작 되었지만 책에서는 서점에 대해 3부 곡곡 편에서 소개해주고 있다.

 

이 책은 이철형 작가님이 연필로 그린 마음 속 풍경화와 함께 윤병무 시인님의 산문연재 글이다.. 그리고 장소에 대한 글이다..

우리가 가 보았던 곳, 혹은 가 볼 곳에 대한 글인 것이다..

, 우리가 생활하는 을 소재로 한 산문인 것이다..

 

나의 가슴에 탁 와 박힌 문구가 있는데..

온통 자녀에게 마음이 가 있는 엄마-아빠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그루터기가 되길 바랍니다..

라는 작가님의 글이다.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의 에너지가 아이들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하나일 때는 아이가 하나이기 때문에 더 그랬고..

아이가 둘이 되자 두 아이에게 다 신경을 써야 하기에 정말 나의 모든 마음이 아이들을 향해 있는 지금이 된 것이다..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 아이와 나의 인생을 분리시킬 수 없다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거 같다.. 나의 경험상..

 

한편 한편 연재 되어 가는 글을 보면서

.. 이 연재글을 책으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는데..

아무래도 나에게는 디지털 기계에 의존해 책을 읽기 보다는 종이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아주 컸기 때문이다..

책 출간이 되면서 내가 드디어 눈속말을 하는곳 이라는 책을 받게 된 것이다..

그것도 작가님의 친필 사인이 된 책으로 말이다..

 

 

역시 글은 종이로 된 책으로 읽어야 한다..

전자기기를 통해 보는 글과 종이로 된 글을 읽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두고두고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보고 또 보고.. 또 찾아보고..

그러면서 책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이 한권의 책은 그럴 만한 가치가 너무도 충분히 있는 듯하다..

똑같은 장소라도 한번 갈 때, 두 번 갈 때 느낌이 다르지 않은가..

그 다름의 느낌을 바로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1, 2,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곳..

점집, 버스 정류장, 국숫집, 영화관, 고찰, 철도역, 우편함, 횡단보도, 묘소, 맥줏집

2부는 곳곳..

집골목, 펜션, 야영지, 엘리베이터, 외가, 맛집, 다락방, 전통시장, 미용실과 이발소, 처가

3부는 곡곡..

서점, 빈소, 공중전화 부스, 사무실, 본점과 분점, 옥상, 안마원, 상설의류 할인매장,

화장실, 산책공원

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들의 차이점을 알고자 이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 공간적인 또는 추상적인 일정한 자리나 지역

곳곳..여러 곳 또는 이곳저곳

곡곡.. 굴곡이 많은 산천이나 길의 굽이굽이.. 방방곡곡.. 한 군데도 빠짐이 없는 모든 곳..

 

구분은 곳과 곳곳, 곡곡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무심히 지나쳤던 모든 장소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리고 장소에 따라 한편 한편 다른 이야기가 실려 있기 때문에 내가 먼저 읽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먼저 읽어도 글의 흐름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1, 2, 3부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3곳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편의 신앙 없이도 눈속말을 하는 곳.. 고찰 古刹..

1부에 나와 있는 장소중에서 제일 나에게 가깝지 않은 장소이다..

이 장소는 그래서 더 나에게 끌림을 준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후 내가 이 장소를 찾아갔을 때 가질 수 있는 기대감을 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쩌다 낯선 지방에 갈 일이 생기면 저는 출발하기 전에 먼저 그 일대의 오래된 사찰을 검색해봅니다.

시간위에 앉아 서서히 늙어간 문화가 유적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은 바로 그 현장인 고찰을 찾아 문화를 느껴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이 어디든 그 배경에는 더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최초의 어머니인 자연생태가 함께하고 있어 더욱 좋습니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제가 고찰을 찾아가는 이유는 그뿐입니다.

 

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종교에 대한 왠지 모를 거부감이랄까..

그래서 교회에 가지 않듯이, 성당이나 절에도 가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이 글을 읽고 보니 그렇다..

굳이 사찰을 종교적 입장에서만 볼 필요가 없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해외에 나가 유적지는 돌아보면서 정작 우리나라의 우리 문화가 깃들여 있었던 이곳에는 가지 않았구나..

많이 반성할 일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도 어느 지방을 방문하기 전 이렇게 작가님처럼 그 근방의 오래된 사찰을 검색해보고 한번 가보고자 한다.. 작가님의 이 글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한편 한편 글을 쓰고 그 글이 끝나면 작가는 덧말을 붙인다..

 

  

눈속말이라는 낯선 낱말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귀에 소곤대는 말이 귓속말이면 자기 마음을 누군가와 주고 받는 말은 눈속말입니다.

그러기에 소통 여부를 떠나 그런 눈속말은 숭고합니다.

 

눈속말의 의미를 이곳 고찰편에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덧말을 통해 그 장소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덧붙여 말하면서 장소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주기도 하면서 정리해주기도 한다..

 

2..

곳곳편의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꼭 필요한 곳.. 집골목..

 

 

어린 시절 나는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았다..

우리 옆집도 그렇고.. 우리 앞집도 그렇고..

그래서 우리 집 주변에는 집골목이 있고..

강아지 2마리와 함께 뛰놀 수 있었던 마당이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고무줄놀이며 땅따먹기를 하던 집골목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강아지를 키우자고 말할 때면 그 시절 나의 추억이야기를 꺼내곤 하는데..

마당이 있어야 강아지를 키울 수 있다고..

그래야 강아지도 스트레스 안 받고 뛰어놀 수 있다고..

엄마는 좋았겠다를 연신 내뱉는 아이들을 보며 현재 아파트에 살면서 마당이 있는 집은커녕 집골목은 가보지 못한 우리 아이들이 안타깝고..그렇게 살게 해주지 못하는 게 참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적막한 겨울날이면 집골목은 눈구름을 꼬드겨 함박눈을 받아내기도 했겠습니다. 그러면서 눈구름이 쏟아내는 눈발의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 들으며 하얗게 밤을 새웠겠습니다.

 

.. 어쩜 표현력이 이리도 풍부하실까..

작가가 시인임을 너무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같다..

 

3..

곡곡편의 슬픔의 무게를 함께 들어주는 곳.. 빈소..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느끼는 게 바로 이 빈소를 찾는 횟수가 많아질 때가 아닌가 싶다..

나의 30대엔 결혼식에.. 돌잔치에.. 여기저기 축하해 줄 자리를 함께하기 위해 바쁜 주말을 보내야 하는 날이 많았었다.. 그땐 그 축하해 줄 자리가 끝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 시기인가부터 부고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경사에는 불참하더라도 애사는 꼭 챙겨야 한다는 지당한 말이 있는 겁니다.

기쁜 일은 함께하는 이가 많지 않아도 그 자체로 기쁘지만, 슬픈 일은 위로하는 이가 많을수록 슬픔을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그래서 빈소를 찾는다..

그들의 슬픔의 무게를 함게 들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빈소편을 읽을 땐 가슴 먹먹함을 많이 느꼈던 부분이다..

죽음이라는 단어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기에.. 그래서 더 그랬을지 모르겠다..

우리 부모님께.. 그리고 시부모님께..

책을 읽기 전보다 더 자주 전화드리고.. 주말엔 직접 찾아가 뵙기도 하였다..

 

이 한권의 책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한 거 같다..

좋은 생각.. 나쁜 생각.. 기쁜 생각.. 슬픈생각..

나의 삶, 모든 곳을 쭉 둘러볼 수 있었던 정말 좋은 시간이었던 거 같다..

 

한 편의 글로 따스함을 전해준 윤병무 작가님과..

한 장의 그림으로 제 마음속을 대변해준 이철형 작가님과..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서평단으로 채택해주신 허니에듀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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