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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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을 읽고..

조지 오웰, 도정일 옮김, 123쪽, 1998.8.5 초판(2015.9.26. 1판 94쇄), 민음사, 서울시 강남구

동물농장은 풍자와 우화를 결합한 풍자 우화이자 상징이 많은 소설이다. 동물농장은 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벼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이 발표될 당시 정치적 비판의 목적을 잃었을지언정 사회 심리적 목적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조지 오웰(본명, 에릭 블레어)이 ‘동물 농장’을 통해 미래의 전체주의를 경계하고 있지만 소설의 동물농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너무나 닮아 있다.

먼저 동물농장의 이데올로기를 제공한 메이저의 연설을 통해 오웰이 꿈꾸는 세상을 들여다보자.

-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고달프고 그리고 짧소. 우리가 노동해서 생산한 것을 인간들이 몽땅 도둑질해가지 때문입니다. ...(중략) 한마디로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오. 인간은 우리의 진정한 적이자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은 생산하지 않으면서 소비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11쪽
(중략) 무엇보다 동물은 동족을 폭압해서는 안됩니다. 힘이 세건 약하건, 똑똑하건 않건 간에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동물은 어느 누구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됩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합니다. -14쪽

메이저의 연설은 동물 농장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바꾸고 싶은 현실을 일깨워 차별 받지 않는평등한 사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은 그렇게 순탄하지 않다. 왜냐하면 집 까마귀 모지즈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슈가캔디 마운틴(신비한 하늘나라)’은 지상 어느 곳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들은 메이저의 사상에 체계를 더해 ‘동물주의’라는 이름을 붙이고 계명을 만들어 구체적 행동 강령까지 만든다. 그 계명은 아래와 같다.

1.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2.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이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 자서는 안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26쪽

동물농장의 계명은 적과 친구를 명확히 구분하고 친구들끼리는 누구든 평등하고 특권층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계명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변해만 가는데 그 이유나 과정을 미리 인지하는 동물은 거의 없다. 그렇게 다수의 우매한(?) 동물들은 눈앞에 놓인 과업(?)을 수행하느라 과거의 약속들이 지켜지는지 감시할 힘조차 없어 보인다. 그래서 결국 그 계명들은

1.2.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더 좋다.
3. 돼지는 옷을 입어도 되고 꼬리에는 댕기까지도 치장한다.
4. 어떤 동물도 ‘시트를 깔고’ 침대에서 자면 안된다.
5. 어떤 동물도 ‘너무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안된다.
6.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등으로 변질된다.

동물농장의 계명은 몇몇 힘을 가진 동물들의 담합으로 적들은 친구들로 변하고 작은(?) 문구의 변화가 소수에게는 무소불위의 특권과 편리와 안락을 제공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과거보다 더 불평등한 사회로 회귀하게 된다. 단지 그들이 꿈꾸는 평등한 사회는 클로버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 그녀의 머릿속에 담긴 미래의 그림이 있었다면 그것은 굶주림과 회초리에서 벗어난 동물들의 사회, 모든 동물이 평등하고 모두가 자기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회, 메이저의 연설이 있던 그날 밤 그녀가 오리 새끼들을 보호해 주었듯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주는 그런 사회였다. -78쪽

그리고 ‘과거 존스 시절...’ 운운하는 대목을 우리 사회에 적용해보면 과거 한국 전쟁이라는 우리 민족의 뼈아픈 역사를 악용해서 현재의 공동체 트라우마로 만들어서 다수의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옭아매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도 똑같다.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하는 강한 권력에의 의지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GDP 성장을 가져왔지만 또 다른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 물론 당분간은 분배량을 재조정(그는 감축이라는 말은 절대로 쓰는 법이 없고 언제나 재조명이라 말했다)할 필요가 있지만 ‘과거의 존스 시절에 비하면’ 사정은 이만저만 나아진 게 아니라고 그는 주장했다. -98쪽

잊지말고 기억하자. 권력은 견제와 감시가 없으면 반드시 부패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만고불변(萬古不變)의 진리이다.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몰라도 모두가 살만한 세상, 요순(堯舜)의 시대는 우리의 꿈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 방 안은 고함소리, 탁자 치는 소리, 의심에 찬 눈길, ‘그게 아니라니까’라며 맹렬하게 부정하는 소리들로 가득했다. 보아하니 나폴레옹과 필킹턴이 카드 게임을 하다가 둘이 동시에 똑같은 스페이드 에이스를 내놓은 것이 싸움의 발단이었다. 열 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 맞고함질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123쪽

소수가 자기들이 든 것이 스페이드 에이스(♠ 최고의 것)라고 핏대 세우면서 주장하지만 그 노름(놀음)판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감시하지 않으면 속을 수 밖에 없는 엄옥한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늙은 당나귀 벤자민만이 아는 진리가 아닌 것이다.

- 당나귀 벤자민만은... 지금의 사정이 옛날보다 더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고 앞으로도 더 나아지거나 더 못해지지 않을 것이며 굶주림과 고생과 실망은 삶의 바꿀 수 없는 불변 법칙이라는 것이었다. -114쪽

목숨을 건 치열한 전투를 걸고 얻은 전리품이 나눔의 문제에서 불공정하다면 그것은 결국 불평등한 사회를 배태할 수 밖에 없다. 결국은 되돌리고 싶지 않은 과거로의 회귀를 불러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부터 이 농장은 메이너 농장으로 불릴 것이며 이는 이 농장의 정확한 원래 이름인 것으로 알고 있다. -122쪽

동물농장의 세계는 러시아 혁명에 대한 풍자를 위해 쓰여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 풍자가 더 광범한 적용범위를 갖게 하자는 것도 자기 의도였다고 조지 오웰은 밝히고 있다. 이 해명에서 오웰은 권력 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혁명은 주인만 바꾸는 것으로 끝날 뿐 본질적 사회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 대중이 살아 깨어 있으면서 지도자들을 감시 비판하고 질타할 수 있을 때에만 혁명은 성공한다는 것 등이 그가 작품 동물농장에 싣고자 한 메시지라고 말하고 있다. 동물농장 앞부분 내용 중에 돼지들이 우유와 사과를 돼지들만의 몫으로 빼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오웰은 바로 이 대목이 혁명의 부패가 시작되는 전환점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 이는 동물들이 그 대목에서 돼지들을 차단할 있었다면 동물농장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러시아 사회주의는 독재와 전체주의로 타락했고 그 타락을 막지 못한 체제로부터 사회주의는 다시는 회생할 수 없다. 이것이 오웰의 논리이다. 동물농장이 압축하는 메시지 하나는 동물들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부조리, 이상향, 여론 조작, 선동, 욕심, 권력, 계급 등은 동물농장 뿐만 아니라 사회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까닭에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동물농장과 다를 바 없는 인간농장일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들은 부지불식간에 크고 작은 억압과 착취를 당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기까지 한다. 누구나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2016년 4월의 봄은 4년에 한번씩 어김없이 찾아오는 선거의 계절이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선동과 여론 조작 등 사회의 부조리가 여과 없이 표출되는 시기이다. 우리 사회를 이끌겠다고 나서는 한량들의 선동에 속지 말고 그들의 과거 행적이나 약속의 이행 등을 찬찬히 훑어보고 그 과정을 감시하자. 그것을 위해서도 누구나 한번쯤은 꼭 읽어야 할 고전이 동물농장이다.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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