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
루쉰 지음, 전형준 옮김 / 창비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 승리법?

이 책은 아큐(阿Q)라는 한 남자가 중국의 신해혁명 전후의 격동기를 비루하게 살다가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정전(正傳)형식으로 풀어낸 중편소설이다.

“어리석고 약한 국민은 비록 체력이 튼튼하고 오래 산다 해도 고작 보잘것없는 본보기나 구경꾼 노릇만 할 뿐 아닌가? 병들거나 죽는 사람이 아무리 많더라도 그런것은 불행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우선해야 할 일은 저들의 정신을 고치는 데 있다. 그리고 정신을 고치는 데는 문학과 예술이 가장 적합한 것이라고 생각 했다.” 는 것이 작가가 이 소설은 쓴 동기였다고 한다.

일본에서 의학을 전공한 루쉰, 그러나 우연히 본 사진 한장-동포가 일본군에게 처형당하는데도 구경꾼으로 서있는 중국 군중들의 모습이 담긴-으로 중국인의 육체가 아닌 중국인의 정신을 고쳐야겠다는 일념으로 의사의 길을 접고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아Q의 ‘정신 승리법’은 ‘자기합리화’를 통해서 중국인들이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하고 여전히 중화사상에 갇혀 있는 중국인들의 폐쇄적인 정신을 이 소설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실패로 끝난 신해혁명, 중국의 변화를 기대했던 루쉰의 좌절의 끝에서 이 책은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살아가면서 치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속을 해치는 치장은 속을 더욱 부실하고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겉은 속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종착지여야한다. 지나치게 보이는데 천착하면 남는 건 허망함일 뿐이다.

소위 '정신 승리법'을 다른 말로 바꾸어보면 무기력이 불러오는 자기합리화이다. 계속 당하면서도 지금의 괴로움보다 더 큰 고통을 상상하면서 무기력하게 그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 끝은 그 누구도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 자신의 이름자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무지와 무기력은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움과 실소를 자아낸다.

그 불쌍하고 어리석은 아Q의 마지막은 누명으로 인한 죽음이다. 아니 죽임이다. 무지와 오해의 끝은 자신의 생명조차 지킬 수 없다. 알고 눈감아주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엄밀히 다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상황이 어렵고 급박할수록 정신줄은 놓지 말아야 살아날 길이 있는 법이다. 그리하여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자신의 갈 바를 알아, 현명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그래서 정신적으로만 이겨 자기합리화와 자기기만에 빠지지말고 진짜 싸워야할 대상과 당당히 싸워 승리해서 완전한 정신 승리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러다 때로는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 참된 정신이 살아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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