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반양장) 주니어 클래식 3
사계절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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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啐啄同時)를 꿈꾸며...

공자가 지금 여기에 살아계신다면 어떤 모습일까?
덩치는 산만하고 생긴 모습은 우락부락한데 머리는 울퉁불퉁 짱구인 남자, 공인회계사 자격증(CPA)를 가졌고 학자 출신인데 청와대 별정직을 꿈꾸며 시내에서 사설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남자를 우리 시대는 어떻게 평가할까!

공자가 말하는 사람은 또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배우기를 즐기는 사람, 좋은 음악을 듣고 앵콜을 청할 줄 아는 사람, 예의 바른 사람, 과묵한 실천자, 책임감 있는 리더, 자기를 자랑하지 않는 겸손한 사람, 공적인 일에 사사로움이 없는 사람, 평범하되 비상한 사람, 멋과 맛을 아는 사람, 섬세함과 애틋함을 동시에 가진 전문가, 분명한 철학과 방향이 있는 리더,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게 하는 사람, 중심을 잡고 제대로 서 있는 사람, 아는 만큼 현장에서 땀 흘리기를 마땅히 여기는 사람, 정의롭고 정의를 실천하는 지식인 등을 군자로 보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덕목의 중심에 인(仁)을 두었다.

그 인(仁)을 안연에게 설명하기를 “내가 실체라는 생각을 넘어 관계라는 각성에 이르면 인이 되지. 단 하루라도 내가 실체가 아니라 관계라는 진리를 깨닫기만 한다면, 온 세상이 본래부터 사랑으로 충만한 것임을 환히 알게 되리라. 물론 이런 진리는 스스로 깨닫는 거지 결코 남이 해줄 수 없는 거야.” 인간은 실체가 아닌 관계요, 그 관계를 흐르는 에너지, 아니 물이라고 가르친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남들과 구별되기에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내가 남들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특별하다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전 세계가 따라서 바뀐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생물학적 생명을 넘어 사회적 생명을 가진 나를 항상 기억하고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 공자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을까?
공자가 향했던, 모델로 삼았던 시대, ‘요, 순, 우, 탕, 문, 무, 주공의 시대’는 어떤 시대였을까? “나라나 집안을 경영하는 자는 모자람을 근심하지 않고 고르지 않음을 근심하고, 또 가난을 근심하지 않고 평안하지 않음을 근심한다. 대개 고르면 가난하지 않고, 화목하면 모자라지 않고, 평안하면 기울지 않기 때문이다.”의 공자의 말씀에서 한 나라의 정치 경제적 구도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그 시대를 이끌 수 있는 리더는 인(仁)을 실천하는 내성외왕(內聖外王)의 리더, 즉, 이미 말이 아닌 몸, 아니 세포까지 인(仁)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정치 지도자를 기대한듯하다.

그 공자는 도가와 법가 사이, 개체와 전체 사이, 이상과 현실 사이 그리고 한 사안이 가진 둘 이상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그 당시에 합당한 이치를 찾는 가장 날카로운 선택을 필요했던 윤집궐중(允執厥中)의 중용을 지향했다. 중용이 지향하는 좋은 사회는 건강한 사회였다.

그런데 그 길은 좁은 길이요 누구도 지켜보지 않는 오솔길이요,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라서 가는 사람이 적고 힘겹고 소외된 길이었다.
그러나 공자의 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일으켜 비관적인 세상으로 몸을 던지는 길이다. 문제를 사회 구조의 탓으로 돌리며 뒤로 물러나 조소하는 은둔의 길도 아니요, 그저 제 한 몸의 안락을 위해 이념과 지식을 파는 참여 일변도의 길도 아닌 그 사잇길, 안될 줄을 번연히 알면서 뚜벅뚜벅 행하는 정의의 길이었다.
미래 지향적 사람, 그 공자는 자신의 나라를 떠나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 천하를 주유하면서 당대의 현실 정치 시장에서 두루 경쟁하면서 설득력을 획득해 온 ‘땀 냄새 밴 존재 증명서’ 논어를 써내려간 셈이다.

그 공자가 우리에게 손짓한다. “밥 먹을 땐 밥만 먹고 잠잘 땐 잠만 자는 것 아무리 헐한 음식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으라고. 멋을 추구하되 멋에 빠지지 않고 주변과 어울리도록 섬세하게 조화를 이루고 섬세함과 애틋함의 세계를 추구하라.”고

그 진리의 길은 공부하는 길밖에 없다. 먼저 간 쿵푸(功夫)의 고수(高手)에게 한 수 한 수 배우며 내가 하수(下手)임을 인정하고 아직은 어렵지만 그 길을 올곧게 가 줄탁동시(啐啄同時) 순간을 기다리며 정진할 뿐이다. 어쩌면 그 길은 내가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길 그 자체가 주인이 되어 나를 인도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말씀은 곧 진리요 진리는 사람으로 통한다. 그 길을 배움과 익힘을 함께 하는 사람, 동지요, 동반자요, (우리식의 표현) 동역자들 끼리 그 진리를 논하고 소통하며 소중한 만남을 통해 우리 함께 그 길을 같이 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 줄탁동시(啐啄同時) :
닭이 알을 깔 때에 알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하여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 함.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행하여지므로 師弟之間(사제지간)이 될 緣分(연분)이 서로 무르익음의 비유로 쓰임.(네이버 사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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