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원 1 - 요석 그리고 원효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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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 1 - 요석 그리고 원효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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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불평등>에서 폭발하며 <불평등>은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는 <신분의 차이>에서 비롯함을 깨닫게 하는 보기 드문 <정치소설>이며 동시에 플라토닉한 사랑과 에로틱한 사랑을 신비할만큼 잘 버무림으로써 숨막히도록 재미있는 <연애소설>을 쓴 작가 김선우의 빠진 살 오천그램에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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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 1 - 요석 그리고 원효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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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불평등>에서 폭발하며 <불평등>은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는 <신분의 차이>에서 비롯함을 깨닫게 하는 보기 드문 <정치소설>이며 동시에 플라토닉한 사랑과 에로틱한 사랑을 신비할만큼 잘 버무림으로써 숨막히도록 재미있는 연애소설을 쓴 작가 김선우의 빠진 살 오천그램에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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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 1 - 요석 그리고 원효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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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애하는 님을 사랑하는 방식과 고통 받는 사람들을 평안하게 하는 방식이 둘이 아닌 하나임을, 원효와 요석의 사랑과 삶을 통해 깨닫게 하는 소설. 스탕달의 <적과 흑>에 버금가는 치열한 연애소설, 이 시대의 미래를 전망케 하는 숭고한 정치소설. 개인과 국가에 대해 질문하면서도 참 재밌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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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집 이층 창비시선 370
신경림 지음 / 창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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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유폐幽閉

 

네 눈을 통해 나는 네 내부 깊숙한 곳으로 잠입한다.

거기 푸른 숲도 있고 하얀 길도 있고 붉은 꽃밭도 있어 우리는 함께 걷기도 하고 누워 별을 보기도 하고 진종일 뒹굴기도 한다.

그러다가 나는 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 것을 안다.

나는 놀라 문을 두드리고 발버둥치지만 너는 눈을 굳게 감은 채 완강히 나를 일상 속으로 되돌려보내기를 거부한다.

나는 황홀하다.

(신경림, 《사진관집 이층》, 창비, 2014, 40면)

 

“1935년생 신경림 시인이 팔순이 되는 작년, 2014년 초에 내놓은 《사진관집 이층》은, 시 독자로서의 내게, 좋은 시는 재미 또는 유희성 그리고 저항성 그리고 난해함과 어떤 친근 관계를 갖는지, 새삼 질문케 한, 시집입니다.

‘늘 음지에 서 있었던 것 같’은 그는, 여전히 ‘녹슨 삽과 곡괭이를 들고 모’인 ‘그들의 함성...울부짖음...피맺힌 손톱으로 벽을 긁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동시에 지금은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도 봅니다.

독일의 한 지성인은 시인으로 하여금 〈서정시〉를 쓰지 못하게 하는 참담한 세상을 말했지만, 참 시인은, 세상이 참담할수록 더, 자기의 시에서 〈서정성〉을 빠트리지 않는다는 것을 신경림 시인은 우리에게 실천적으로 보여줍니다. ☞ [더 읽기]”(정승옥)

 

[더 읽기]

 

팔순이 되는 해, 열한 번째 내는 시집(전집은 제외)에서 신경림 시인은 세월이라는 게 그냥 가는 게 아니구나, 나이라는 게 그냥 먹는 게 아니구나, 아름답게 늙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구나, 꼰대란 말 안 듣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마음과 몸속에 ‘세월’을 쌓아가면서, 어떤 이는 한층 더 ‘지혜로움’과 ‘유연함’을 보이지만 ‘자기확신’과 ‘고집불통’으로 치닫는 시인들, 역사학자들, 정치인들이 결코 적지 않은 시절이라서인지 신경림 시인의 《사진관집 이층》이 더욱 반갑습니다.

 

시인의 일관된 시적, 인간적 비전을 보여주는, 20년도 넘게 묵혔을 〈쓰러진 것들을 위하여〉, 세월을 슬기롭게 쓴 시인에게만 찾아들 ‘혜안’과 시인의 시적 역량이 절정에서 만나 이뤄낸 절창 〈별〉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것으로 이 시집은 그 존재가치가 이미 넘칩니다.

오늘은 시인의 핵심이 될 이런 주제들을 잠시 옆으로 밀어놓고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황홀한 유폐〉, 〈몽유도원〉.

 

지난 10권의 시집에서 시인이 에로티슴érotisme은 물론이고 에로틱한 분위기를 시도한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빠르게 훑은 탓인지 몰라도 나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팔순에 펴낸 열한 번째 시집에서 〈황홀한 유폐〉를 만납니다. 다시 한 번 적습니다.

 

네 눈을 통해 나는 네 내부 깊숙한 곳으로 잠입한다.

거기 푸른 숲도 있고 하얀 길도 있고 붉은 꽃밭도 있어 우리는 함께 걷기도 하고 누워 별을 보기도 하고 진종일 뒹굴기도 한다.

그러다가 나는 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 것을 안다.

나는 놀라 문을 두드리고 발버둥치지만 너는 눈을 굳게 감은 채 완강히 나를 일상 속으로 되돌려보내기를 거부한다.

나는 황홀하다.

(신경림, 《사진관집 이층》, 창비, 2014, 40면)

 

이 시를 읽으며 나는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뿔》에 있는 두 편의 시, 〈말을 보며〉와 〈걸인행乞人行 1- 손〉을 떠올렸습니다. 이 두 편의 시는 연이어 실렸습니다. 먼저 〈말을 보며〉 전문입니다.

 

눈을 떠라 네 눈을 통해 네 속으로 들어가마

네 속에 들어가 네 기억을 타고 멀고 달콤한 여행을 떠나마

황량한 초원을 질주하고 다시 고량밭 옥수수밭도 내달리마

너와 함께 서서 지평선에 지는 방석만큼 큰 해도 보고

낯선 거리를 짓누르는 둔중한 찻소리도 들으마

양철 차양에 듣는 빗방울 소리에 귀도 세우고

마방집 떠들썩한 술추렴에도 코를 벌름거리마

네가 눈을 감으면 나는 네 속에 갇힐 것이다

나갈 수가 없어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이다

부끄러움도 뉘우침도 사라질 것이다

(신경림, 《뿔》, 창작과비평사, 2002, 43면)

 

그리고 〈걸인행 1 - 손〉, 역시 전문입니다.

 

완강히 거부하다가 너는 마침내 눈을 벌리고 나는

그 눈을 통해 너의 내부 깊숙이 들어간다

그리고는 너의 과거 속을 유유히 헤엄친다

환한 보름달빛이 드러내는 끈끈한 정사도 엿보고

푸른 이슬에 함빡 젖은 이별도 구경한다

뜨겁고 치열했던 장바닥에서의 삶도 따라가 보고

갑자기 닥친 나락으로의 추락도 함께 경험한다

그만 밖으로 나갈 때가 되었다 더듬어 문을 찾지만

눈은 철문처럼 닫혀 있구나 네가 죽었으므로

손으로 두드리고 발로 차도 감긴 눈은 꼼짝 않는다

나는 단념하고 너의 내부에서 살아갈 궁리를 하지만

이 안타까운 구걸의 소리는 아직도 너의 것이리

한장의 구겨진 지폐를 위해 내밀어진

꼬질꼬질 때묻은 손도 너의 것이리

(신경림, 《뿔》, 창작과비평사, 2002, 44면)

 

먼저 쓴 두 편의 시 〈말을 보며〉, 〈걸인행 1 - 손〉과 〈황홀한 유폐〉, 모두 “나”는 스스로 또는 간청해서 “네 눈”을 통해 ‘네 내부 깊숙한 곳’, “네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속에서 나는 너와 함께든, 나 혼자든 잘 놉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네 눈이 닫힐 수 있거나 닫혀 있습니다.

닫힌다면(〈말을 보며〉), “나갈 수가 없어...자유로워질 것이”고, “부끄러움도 뉘우침도 사라질 것이”며, 이미 닫혀서(〈걸인행 1 - 손〉) “나는 단념하고 너의 내부에서 살아갈 궁리를”할 것입니다.

 

〈황홀한 유폐〉는 다릅니다. “네 눈을 통해 나는 네 내부 깊숙한 곳으로 잠입”해 “푸른 숲...하얀 길... 붉은 꽃밭도” 있는 그곳에서 함께 “걷기도 하고 누워서 별을 보기도 하고 진종일 뒹굴기도” 하면서 잘 놉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네 속에서 너와 하나가 됩니다. 나는 되돌아가려 발버둥치지만 실은, 척하는 동작일 뿐일 수 있습니다. 이 시가 앞 의 두 시와 달라지는 것은 바로 한 줄짜리 마지막 연 때문일 것입니다.

 

“나는 황홀하다”

 

남녀사이의 유치한 작업 멘트 가운데, 여자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호수 같은 네 눈 속에 풍덩 빠지고 싶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마지막 한 줄 때문에, 〈말을 보며〉와 〈걸인행 1 - 손〉은 어림없지만, 〈황홀한 유폐〉는 이 작업 멘트를 한껏 시적으로 승화시킨 신경림 판 에로틱 버전version이 될 수 있습니다.

 

〈몽유도원〉과 〈유배〉를 함께 읽어 보길 권합니다. 먼저 〈몽유도원도〉 전문.

 

훌훌 옷을 벗어던지고 그 여자는

하얀 몸을 물속에 숨긴다, 날렵한 인어다.

정신이 어지럽다, 주저한다.

저 옷을 감추어 그 여자를 지상에 묶어둘거나.

그러나 내 번민은 부질없다, 잠시 뒤

물속에서 나온 그 여자

옷 아무렇게나 버려둔 채

꽃같이 웃으며 나를 향해 걸어오니.

세속의 어지러운 바람에 취했으리.

새와 벌 나비 일제히 날아오르고

복사꽃 온 들판에 활짝 핀다.

땅과 하늘이 온통 빨갛게 물들 때

나 어찌 두렵지 않으랴, 그 여자 문득 깨어나

주섬주섬 옷 찾아 입고

훨훨 하늘로 날아오를지도 모르는데.

나는 깨지 않으리 이 꿈에서,

비록 이 꿈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일지라도.

(신경림, 〈몽유도원夢遊桃源〉 , 《사진관집 이층》, 창비, 2014, 38-39면)

 

그리고 〈유배〉, 전문입니다.

 

한번 강을 건너와서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지요

이곳에서 새롭게 삶을 일구고 사랑을 만들었답니다

여기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땅이라 알면서요

옛날도 옛 고장도 가마득히 잊어버렸어요

목욕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왔다가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선녀 얘기 따위는 아무도 몰랐어요

지금 우리는 두려워 떨고 있어요

당신이 입고 돌아갈 옷 여기 있노라 누군가

감추어 두었던 헌 옷을 꺼내놓으면 어쩌나요

돌아가면 우리들은 유배당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지금 유배당해 있는 것을 모르고

더 멀리 바다를 건너가서는 돌아오지 않을 궁리를 하지요

(신경림, 〈유배流配〉, 《뿔》, 창작과비평사, 2002, 19면)

 

《뿔》에 실린 시들에 비해 《사진관집 이층》에 실린 시들은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개인의 세계로 파고드는 감이 있습니다. 시 제목도 그렇습니다. ‘유폐’는 물론이지만 ‘몽유도원’도 폐쇄적인 공간이기는 마찬가지. 신경림 시인은 팔순이 지난 이제 알고 있습니다. “시가 오늘 우리들의 아름다운 삶을 제약하는 여러 조건과 맞서는 일에도 등한하지 않아야 할 것이”지만 오늘의 내 삶, 우리의 삶에 충실한 시, 그 삶을 누구나가 내는 목소리가 아닌 나만의 목소리로 노래/절규하는 시를 쓸 때 비로소 시작詩作에 신명이 나고 시에 활기가 생긴다는 것을.《사진관집 이층》의 이 두 편의 시가 내게 남다르게 다가온 것은 이 시들이 신경림 시인의 이러한 〈원숙한 시론〉의 결과물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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