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는 24시
김초엽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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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 뭐라고 생각해? 나는 노는거. 그냥 사람들 외롭지 않게 해 주는거다 싶어."

NC Fiction Play

한때 게임 캐릭터나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현질의 극한을 맛보았던, 나름 노는 유저였지만 노력과 수고에 비해 만족감은 잠시, 현실감각이 벼락처럼 환기되면서 진정한 즐거움에 대한 의문을 가진적이 있다. 나에게 행복함과 허무함을 동시에 안겨준 게임 리니지의 제작사이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모기업인 엔씨소프트가 국내에서 소설좀 쓴다는 대표 작가 7인과 손잡고 기획한 단편소설 앤솔러지. <놀이터는 24시>가 출간 되었다.

즐거움의 미래’라는 주제로 유동적인 우리의 삶에 작가들 각자의 다양한 상상이 더해져 소설은 매력적이고 이채롭다.

작품마다 즐거움의 본질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들이 책며들지만, 공급 곡선에 관여하는 인공지능 로봇대신 소비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소비로봇 '마사로'가 주인공인 배명훈 작가의 <수요곡선의 수호자> 가 특히 흥미로웠다.

막연한 불안과 불확실성속에서 스스로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잘 해낼때 우리는 '즐거움' 이란감정을 느낄수있을것이다.

☆☆ 감정은 배합이었다. 어떻게 맛을 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이국적인 음식도 누군가는 간단한 향신료의 배합으로 풀이할 수 있듯, 감정 또한 몇가지 기본 감정의 배합으로 설명될 수 있었다. 감정의 화소를 세밀하게 분리하고 잘 알려진 기본 감정을 골라낸 다음 적절한 공식대로 잘 배합하면 그럴듯한 감정을 추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거꾸로 하면 감정을 재현하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감정은 개체의 경험이고, 개체마다 다른 방식으로 배합되기 마련이었으므로, <수요곡선의 수요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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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김원희 지음 / 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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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죽지 않았다면 어쨌든 삶은 끝난게 아니다. 아직은 더 섧고, 더 외롭고, 더 고독하고, 더 인내하고, 더 아픈 시간이 지속될 것이다. 그런 것들을 부여안고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끝없이 해나가야 한다. p13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자영업자에게 코로나 현실은 더 감당하기 힘든 요즘, 잊고 있었던 내 장래희망 (당당하고 멋진 할줌마되기)을 새롭게 상기 시켜준 재밌는 책을 만났다.

저자 김원희님(71살)은 한국전쟁 때에 태어나 전집 외판원부터 안해 본 일 없이 산전수전 다 겪은 보통의 부산 할머니. 새로운 무언가를 삼가 하는 노년에 할머니는 오히려 남아있는 육신을 맘껏 쓰고 가야 한다며 100세가 돼서도 지팡이보단 캐리어를 끌고 싶어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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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강한 저자는 자식들 다키우고 60세가 되어 영화나 책에서만 보던 저 너머 세상을 캐리어를 끌며 거침없이 해외여행을 다녔다. 이책은 할머니의 유쾌하고 솔직한 에피소드 가득한 좌충우돌 여행기이다.(22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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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호기심으로 50세에 도전한 스타크래프트에서 “원희는 몇 짤(살)?”이란 질문을 받고 “원희는 50짤”이라 대답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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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했듯,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니, 슬기롭게 기다리다 보면 좋은날 있겠지.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할머니의 남다른 시선과 인생통찰 덕분에 덩달아 나도 할머니처럼 해보고 싶은것, 할 수있는 것들을 꿈꾸어본다. 할머니처럼 당당하고 멋지게 늙어가야지
(블로거도 하심. '할매는 항상 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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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내리다 : 피츠제럴드 단편선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7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보영 옮김 / 이소노미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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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이소노미아의 신간 기대평입니다.피츠제럴드의 유려하고 웅숭깊은 문체를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마음껏 느낄수 있는 번역이라니 특별히 더 기대됩니다
이번 신간으로 피츠제럴드의 인간적인면모와 그의 위대한문학성을 다시한번 깊이 느껴보고 공감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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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일은 충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작은 일들이 한데 모여 이루어진다." -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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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이안소영님의 소개로 다큐멘타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를 본적이 있다. 현대문명이 어떻게 쓰레기를 아웃소싱하는지 그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주는데 마을은 플라스틱 끓인물로 도랑을 만들고 하천의 죽어가는 물고기를 건져 반찬으로 먹는 모습은 봐내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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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나름 환경을 생각한답시고 텀블러와 에코백을 분신처럼 들고 다니고 그린피스 후원자로서 지구환경살리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그러나 딱 그것뿐. 내 생활을 들여다보니 이책의 저자가 말하는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에는 아직 한참을 미치지 못했다. ⠀⠀⠀⠀⠀⠀⠀⠀⠀⠀⠀⠀⠀⠀⠀⠀⠀⠀⠀⠀⠀⠀⠀⠀⠀⠀⠀⠀⠀⠀⠀⠀⠀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생활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자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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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거 좀 사지마라. 돈도 버리고 다 쓰레기다.!" 물건은 돈을 좀 주더라도 좋은걸 사야하고, 멀리 보면 이게 아끼는 방법이라고, 산림을해보니 그말은 진리였다. 싼 가격, 화려한 광고에 혹해 산 것들은 금방 망가지거나 불편했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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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원칙이 "얄궂은거 사지않기"라니 무릎을 치며 반성중이다. 저자는 부엌에서 욕실에서 거실에서 청소하면서 쓰레기 없는살림을 실천할수없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제시해놓았다.
저자의 바램처럼 '이제 나무 칫솔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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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뿐 아닌 모두, 그리고 현재만이 아닌 미래를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선택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의 세계에는 따뜻한 선의가 가득해 보였다. 나도 그들처럼 내 건강을 위한 일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보고 싶어졌다.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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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지구에 빚을 지고 살아가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해보려는 작은 노력. 이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나라도 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날 하루는 기분 좋게 잠이 든다. 반찬통을 들고 가 장을 보고, 텀블러에 커피를 받는 작은 일들. 작지만 분명 선의에서 비롯된 일이다. 착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한 날은 스스로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 물론 지금도 내가 우선인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쓰레기를 줄이는 덕분에 종종 나 아닌 모두를 생각해본다.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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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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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뗄수없는 치밀한 묘사로 시작되는 김숨 작가의 이번 신간은 강렬한 이미지 그대로 잊혀지고 찢겨진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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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반이 된 고려인 강제이주. 1937년 중일전쟁의 시작과 더불어 연해주에는 여행 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11월 새벽 갑작스럽게 연해주에 정착해있던 고려인들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태워졌다. 이는 스탈린의 소수민족 이주 정책으로 연해주, 극동아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켜 버린 것. 고려인이 일본의 첩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
성냥을 긋고 긋는 소리, 양철 그릇들이 허공에서 자지러지는 소리, 게딱지 같은 빵 껍질 뜯어 먹는 소리, 코고는소리, 맥없이 앓는 소리, 널빤지 뒤틀리는 소리. 그리고 마침내 석탄더미 같은 어둠 저편에서 “엄마, 우린 들개가 되는 건가요?”라는 열병을 앓는 듯한 소년의 목소리가 소설의 도입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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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니라 말이나 가축을 실어 나르는 3.5평 열차 한칸에 27명의 고려인들. 소설의 서사는 지문보다 그들 개개인의 고통으러운 사연과 지옥같은 역사를 입체적인 목소리로 이어간다. 마치 까만 장막안 연극을 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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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이어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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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 지린내, 눅눅해진 건초가 썪는 냄새, 굿릿한 살냄새, 케케묵은 목화솜 냄새, 땀과 때에 찌든 옷냄새, 보드카 냄새, 담뱃잎 타는 냄새, 염장 청어 냄새가 뒤섞여 열차 공기중에 떠돈다.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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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는 생사 확인 조차 불가능한 오물투성이 열악한 열차안에서도 음식과 이불을 나누고, 머리를 땋아주고, 죽은 아이를 위해 염을 해주며 서로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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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받아줄 땅을 찾아 떠도는 소설속 고려인의 아픈 여정은, 우리도 모든 사람이 한곳에 정착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모두 어디선가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커다란 세계 속 이주열차에 타고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가는 난민 같은 존재라고 말한 저자의 철학이 그대로 담겨있다. ⠀⠀⠀⠀⠀⠀⠀⠀⠀⠀⠀⠀⠀⠀⠀⠀⠀⠀⠀⠀⠀⠀⠀⠀⠀⠀⠀⠀⠀⠀⠀⠀
김숨작가는 전작 <한 명> <흐르는 편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었고 구상과 집필에만 꼬박 4년, 다시 개고하는 데만 2년 6개월을 쏟아부은 이번 소설로 다시한번 숭고한 문학적 의미를 남겼다. 고독한 작가님이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김숨은 필명. 본명은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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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가 뿌리 뽑히고 삶이 왜곡돼 일생을 떠돌며 살았던 카레이스키들의 이야기 (작가의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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