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자유 - 김인환 산문집
김인환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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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언제나 공백과 싸우고 있으며 시는 이 공백에 이름을 지어주려는 욕망의 실험이다. 욕망은 어떻게 작동하고 고장 나는가? 욕망은 어떻게 한 신체로부터 다른 신체로 옮아가는가? 어떠한 욕망이 어떻게 흥분하는가? 욕망이 편력하는 환경은 어떠한가? 문제는 거창한 지식이 아니라 정직한 욕망이다. 욕망만이 인간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자신을 개방하는 용기를 선사한다. 욕망은 있음이 아니라 넘어서서 있음이고 욕망의 본질은 타자의 부름에 있다. 욕망은 모든 한계를 꿰뚫고 분열과 모순을 자체 내에 보존하는 끝없는 의욕이며 깊은 정열에 의하여 특별하게 충격된 심적 운동의 끊임없는 충실성이다.<랭보와 모던 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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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을 세계 최고의 사상으로 생각하는 나는 몇년전 계간지 <대산문학>에서 니체와 동학 창시자인 수운 최재우의 유사성을 조명한 인상적인 에세이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난다 서포터즈 책으로 받은 이책에 그 에세이가 실려 있어 어찌나 반갑던지. 저자는 문학평론가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이며 작고한 평론가 황현산 선생과는 가까운 벗이자 학교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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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집중을 요하는 230p 분량의 책 <타인의 자유>는 독서, 동학, 중세철학 ,천사, 법, 황현산과 랭보, 라캉등 11개의 철학적 키워드로 다채로운 글들이 수록 되어 있어 인문학자 김인환 선생의 사상 면면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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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라캉과 나> 는 지금까지 지적 맹신과 지적 컴플렉스로 위축되어 있던 내언어의 한계에 새로운 성취와 갱신의 체험을 주었다. 철학자 지젝의 라캉 혹은 <에크리>는 통독은 커녕 한줄 읽고 울고, 난해한 해설 또한 언발에 오줌 누기식이던 나같은 독자에게 김인환 선생의 이번 신간 산문집은 누구에게나 열린 배움의 강단이 될 것이다.

p18⠀⠀⠀⠀⠀⠀⠀⠀⠀⠀⠀⠀⠀⠀⠀⠀⠀⠀⠀⠀⠀⠀⠀⠀⠀⠀⠀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관계의 회로를 따라가면서 독자는 책들의 의미를 재조정하고 재분배해야 한다. 맥락은 닫힌 창고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광장이기 때문에, 맥락의 정체는 언제나 우리의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맥락이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맥락의 독서는 시작에서 시작으로 이어지는 놀이가 된다. 독서는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는 창조적 놀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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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창조적인 독서를 위해 맥락의 독서 (측면독서)를 강조하는 저자는, 책이 지식의 도구나 정보 창고가 아닌 우리의 존재 양식으로서 가치를 논한다. ⠀⠀⠀⠀⠀⠀⠀⠀⠀⠀⠀⠀⠀⠀⠀⠀⠀⠀⠀⠀⠀⠀⠀⠀⠀⠀⠀⠀⠀⠀⠀⠀⠀
진정한 사랑은 타인을 타인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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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 (1871~1919)의 저서 <러시아혁명에 대하여>에 나오는 구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에서 제목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
타인의 자유에 관한 로자의 대중주의 신념을 한국의 ‘화백 민주주의’와 연관지었고 타자의 존재와 권리를 존중 하고 타인을 있는그대로 받아 들일수있는 겸손과 배움의 자세가 나자신의 것임을 깨닫해준 귀한 책.

끝없이 이어지는 앎과 깊은 사유의 발자국은 호흡을 조절하지 않으면 자칫 길을 잃게 된다.⠀⠀

시민의 언어는 지껄임이고 시인의 언어는 얼말이다.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이고 스님은 시를 사는 사람이고 평론가는 시인과 스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사람이다.<자정의 성찰중>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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