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두 얼굴
폴 존슨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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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주며 거대한 관념 체계를 형성하고 교조와 명령, 권유로 세상을 움직이고자 한 사람들, 소위 우리가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위선과 모순은 이책이 처음 출간된 30년전이나 지금이나 현실은 크게 달라진것이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이기적이고 추악할까?

이책은 영국 현대사의 최전선에 위치한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의 대가인 폴 존슨의 대표작 '지식인의 두 얼굴'이 출간 30주년을 맞이해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역사, 인문, 예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50여 권의 방대한 저작을 저술해 온 폴 존슨 특유의 현란한 문체로 지식인의 위선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뛰어난 심리학자이자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교육철학에서 한 획을 그었지만 실제로는 자식들을 보육원에 내다 버린 비정의 아버지였다고, 톨스토이는 매춘부를 찾아다녔으며, 노동자의 해방을 부르짖었던 카를 마르크스는 무려 45년간이나 자신의 가정부를 착취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병적일 정도로 거짓말을 일삼았으며, 논쟁을 즐기기로 유명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상대방에게 저주를 퍼붓던 과대망상증 환자였다. 여성 해방의 주창자로 알려진 헨리크 입센은 실제로는 여성 해방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물론, 여성을 인간으로도 취급하지 않았다.

저자는 "인류의 운명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에 따라 무고한 수백만 명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것을 목격한 우리의 비극적인 20세기가 남긴 중요한 교훈은 지식인을 조심하라는 것이다"라고 썼으며 또한 지식인은 인격이 미성숙한 어린애이면서 동시에 자기 이익이 관련된 일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악한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자기선전, 거짓말, 기만, 표절, 허위, 위선, 직무 유기, 무력함 등 모든 악덕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언행일치를 하지않고 순간적으로 임기응변에, 좌파 우파 진영논리에만 급급한 이중성을 가진 지식인들이 넘친다. 최근 일부 지식인들이 학연을 바탕으로 끼리끼리 맺은 유대강화가 신적폐로 등장해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소한 펜을 들고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은 본인들 실제의 삶도 충실하고 정의로운 참지식인이 되기를 원하는게 평범한 국민의 입장에서 지나친 욕심일까? 설익은 지식을 믿고 사회의 도덕을 선동하고 자만하는 일부 지식인들의 이중성이 그저 답답하고 슬플뿐이다.

저자의 글에 전적으로 공감하지 못한 부분도 있으나 지식인의 위대한 성취와 더불어 실제 삶에서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윤리와 도덕을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탐사한 흔적은 600페이지가 넘는 곳곳에 빼곡하게 잘 나타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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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일부 주요 지성인들의 도덕적, 판단적 신뢰도를 고찰함으로써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는 데 교훈을 얻고자 하는 목적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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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인물을 가까이서 관찰할수록, 그 인물의 모습은 더욱 괴상해진다. 전통을 짓밟고 보헤미안적 삶의 자유를 역설한 입센은 이제 스스로 지독하게 보수적인 인물이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풍자만화의 대상이 될 정도로 보수적인 인물 말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손녀인 마리 루이즈 공주는 입센이 모자 안쪽의 정수리 부분에 작은 거울을 붙여 놓고는 빗질할 때 사용하는 것을 목격했다. 맥스 비어봄이 그린 유명한 캐리커처에 잘 드러나듯, 사람들이 입센을 대하면서 얻은 첫 느낌은 허영심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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