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코로나 19로 인해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 보니 이에 관련된 책을 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우선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설 중에서는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였다. 책을 사놓고서 바로 읽지는 못했는데, 그 사이에 《페스트》는 TV ‘책을 읽어드립니다’ 프로에 한번 방송되더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계속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고 하니 가히 카뮈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사실 카뮈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약간의 로망이 있었다. 바바리코트 깃을 올리고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에서 제임스 딘의 반항아적인 모습을 떠올렸고, 그가 말했던 ‘부조리’도 결국은 기존사회의 모순을 온 몸으로 거부하는 저항의 지식인이었기에 가능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방인》은 부조리의 본질을 부각하다 보니 다소 어둡고 난해한 편이다. 반면에 《페스트》는 실천적 행동주의자인 리유를 내세워 ‘페스트’라는 부조리한 현실과 정면으로 승부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제공한다.
이 소설에는 ‘서술자’라는 명칭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서술자’는 이 책의 주인공인 의사 리유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1인칭 ‘나’를 사용하지 않고 굳이 ‘서술자’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의사 리유의 시점에 한정하지 않고 주요인물의 시선으로 확장하여 보다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이 이야기는 지도로 보면 아프리카 대륙 맨 위의 알제리 (당시는 프랑스 영토)의 조용한 해안도시 오랑에서 발생한 최악의 전염병 페스트에 대한 저항의 연대기이다.
1940년대의 어느 날, 오랑시에서 쥐가 한 두 마리씩 죽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주민들의 원인 모를 사망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거리에는 죽은 쥐들이 넘쳐나게 된다. 의사 리유는 시 당국에다 전염병의 위험성을 알리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