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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 인생을 위한 고전, 개정판 ㅣ 명역고전 시리즈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9년 10월
평점 :

우리는 정신적인 멘토가 사라져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간단한 지식은 인터넷 클릭 몇 번만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서는 아예 동영상 째로 설명을 제공받으니 거의 정보의 홍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요즘 TV 뉴스를 보다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신종 사건사고로 점철되어 있는데, 이제 왠만한 대형사고 외에는 우리의 시선을 끌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또, 인터넷 댓글을 보면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은 사람은 거의 적군 취급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다보니, 편안하게 아무 생각 없이 댓글을 달았다가는 피아식별 구분 없이 당겨지는 방아쇠에 장렬하게 전사하기 십상이다.
언제부터 대중의 마음이 이렇게 즉흥적이고, 본능적으로 바뀌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씁씁한 느낌이 끝나갈 즈음에는, 보다 영속적이고 보편타당한 가치관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한번씩 해보게 된다.
작년 연말부터 힐링클럽 활동의 일환으로 《논어》를 읽기 시작했는데, 약 한 달의 기간을 거쳐 오늘에야 마지막 장까지 모두 읽게 되었다. 논어에 대한 전체 주석 격인 해제(解題)를 한 챕터로 치면 본문의 20편과 함께 모두 21장이 되는 분량이다. 그리 짧지 않은 기간이지만 전체 내용을 모두 속속들이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음을 느낀다.
이번에 읽게 된 《논어》는 작년 10월에 개정판이 나온 김원중 교수의 《인생을 위한 고전, 논어》이다. 저자는 2018년에 시작된 네이버 오디오클립 ‘논어백독’을 통해 이미 중국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 바 있다. 이 오디오클립을 통해 젊은 독자층을 많이 확보한 저자는 원문에 대한 상세한 해석을 달아, 한 호흡에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의 개정 신판을 이번에 내놓게 되었다.
이 책의 문장 배열은 여백의 미를 살려 여유가 있으며, 커다란 활자로 구성된 원문과 해석은 쉽게 읽히고 또 재미가 있다. 그리고, 원문의 아래 쪽에 나오는 주석을 읽다 보면 당시의 상세한 시대적 흐름을 알 수 있고, 원문 사이사이에 인용된 대괄호, 소괄호 글은 한 호흡에 문장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힘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이 책의 제목이 된 《논어》는 공자 사후에 제자와 주위 문인들이 그것을 모아 논의하여 편찬하였기에 논어(論語)라고 했다는데, 그 어원이 재미있다. 《논어》는 공자의 핵심제자와 제자의 제자들이 모은 자료들을 적어도 수십년의 시차를 두고 편찬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앞부분, 해제(解題)에 나온 설명대로 여러 판본이 나오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검색해본 결과, 공자가 활동한 기원전 5세기 경은 동서양 문명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인물들이 나타난 시기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서양문명의 토대가 되는 철학을 태동시켰고, 인도에서는 석가가 탄생한 시기라고 한다. 우리가 서양문명을 이야기할 때,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사상을 먼저 언급하듯이, 동양에서는 유교의 출발점인 공자가 동양문명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각 장별로 마음에 닿는 문장의 원문과 해석, 그리고 당시에 느꼈던 소회를 개인적으로 정리해 두었다. 시대적인 배경이 지금으로부터 무려 2,500년 전의 일이라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도 당연히 있었지만 ‘당시 상황이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생각해보며,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첨삭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도 널리 귀감이 될 만한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 느낌을 적어나가는 것만 해도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논어》가 워낙 방대한 분량인지라 개인적으로는 각 장에서 두 개의 문장 정도만 추려서 그 느낌을 기록해두었다. 그런데 기록 중 일부를 이 독후감에서 인용하고자 하니 어디서부터 내용을 끄집어내야 할 지 도무지 엄두가 안 나고, 잘 못 끄집어냈다가는 용두사미가 될 것 같아 구체적인 인용은 생략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이 《논어》를 읽고 마음의 수양을 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직접 지면으로 만나는 것도 괜찮고, 오디오클립 ‘논어백독’을 통해 접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으로 생각된다.
이 책의 해제 부분 말미에 ‘《논어》는 다른 고전과는 달리 읽는 이에 따라 같은 문장을 전혀 다른 의미로 파악하기도 한다’..라는 표현이 있다. 유명 학자들도 이럴진데, 이제 논어를 처음으로 읽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해석 상의 다양한 측면을 오히려 즐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다시 한번 되집어 보며 자신의 의견을 첨삭해보는 것이 고전을 접하는 좋은 자세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 글의 마지막을 논어의 위정(爲政) 편에 나오는 다음의 문장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자왈,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혹되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