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ㅣ 머묾 세계문학 자아 3부작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해영 옮김 / 머묾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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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남자였고, 여자였으며, 각 성별의 비밀을 알았고 약점을 공유했다.'
  '그래서 그녀는 두 성별을 서로 견주어보았고, 각 성별이 더없이 개탄스러운 결점들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번갈아가며 확인했고, 자신이 어느 쪽에 속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올랜도』를 읽는 동안 혼란스러웠다. 남자인가 했더니 여자가 되었고, 시를 쓰는가 하면 찢었고, 과거의 이야기인가 하면 지금의 이야기였고, 꿈 이야기인가 하면 현재 이야기였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풍랑이 이는 바다를 작은 돛단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처럼 오르내리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300년이 넘는 세월을 살며, 막대기로 매달린 머리를 내리쳐 바닥에 떨어뜨리고 여왕에게 장미수 그릇을 건넨 소년에서 사랑에 빠지고, 대사, 군인, 여행자가 된 청년으로, 여인이 되어 집시들과 생활하다 우아한 숙녀가 되고, 은둔자가 되었다가 삶을 사랑한 아가씨가 되고, 문인들의 후원자가 되었다가 시를 쓰고, 남자처럼 너그럽고 솔직한 여자가 여자처럼 묘하고 섬세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는, 여러 다른 자아를 살아간 올랜도의 삶이기에 글도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간 모양이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를 겪은 뒤에도,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여전히 예전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이 음울하고 사색적인 기질이 있었고, 똑같이 동물과 자연을 사랑했으며, 똑같이 전원과 계절에 대한 애착이 있었다.'

  '그녀는 시대와 싸울 필요도, 시대에 굴복할 필요도 없었다. 시대의 일부이면서도 그녀 자신으로 남았다. 따라서 이제 글을 쓸 수 있었고, 그래서 썼다. 쓰고, 쓰고, 또 썼다.'

  많은 세월과 많은 자아, 세상의 여러 시선에도 불구하고 올랜도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남자이건 여자이건 이름이 변함없이 '올랜도'인 것처럼.

  '성의 변화는 올랜도의 미래를 바꿔놓았을지 모르지만, 정체성은 전혀 바꿔놓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은 개인의 역사뿐 아니라 올랜도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와 문학의 변화도 보여준다. 16~17세기, 남자일 때 올랜도는 여왕도 만나고 조신, 대사, 군인 등 다양한 역할을 감당했지만, 여자가 되고 나서는 사교계에 초청되어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문학의 순수함이 무너지는 모습도 나온다. 순수하게 문학을 사랑했던 천재들이 돈 때문에 글을 쓰고, 자기의 글을 쓰기보다 다른 사람의 글을 평가하는 평론가로 바뀌는 내용들은 씁쓸함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끝까지 자신의 시와 문학을 사랑하는 올랜도와 대조를 이루었다.

  올랜도는 땅에 뿌리박은 참나무처럼 단단히 묶여 살기를 바라면서도 기러기처럼 자유롭게 날아가기를 소원했다. 지금 살아가는 세상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도 모든 속박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게 삶을 꿈꾸는 올랜도의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는 누구의 자녀, 누구의 부모, 무슨 직책으로 다양하게 살아간다. 내가 어느 위치에 있건 어떤 일을 하던 나는 나다. 나의 역할이 바뀌고 지위가 바뀌더라도,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자만하거나 교만하지 말고 나로서 살아가야겠다.


※ 우주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세문단 옵챗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우주세문단 #올랜도 #버지니아울프 #머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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