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안 사이코
버지니아 페이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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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광기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자라온 환경 때문일까? 어릴 적 트라우마? 아니면 타고 태어난 천성일까? 아니면 이 모두 때문일까?

  '초가을이다. 냉기가 내리는 계절. 그리고 세 달 안에 이 집 안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석 달 전 가정교사로 엔저 저택에 온 첫날 위니프레드 노티가 한 말이다. 무슨 이유나 사연도 없이, 사건 사고도 없이 저택을 올라가는 계단에서 한 말이다. 마치 이 집 안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온 저승사자 같다.
  ‘이 사람 뭐지?'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엔저 저택에서 위니프레드 노티의 천연덕스러운 광기가 펼쳐진다. 일상적이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광기에 소름이 끼치고 거부감이 들면서도, 어느 순간 그저 넋을 잃고 그 광기에 스며든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그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들은 나를 좋아할 거야. 그들은 나를 기억할 거야.'

  잊힌 존재, 생명도 부정당한 존재. 소설이 전개되면서 그녀의 복수가 모습을 갖춘다. 어쩌면 위니프레드 노티는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존재이길 원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땅히 받아야 할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부정당하고 버려지고,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다면 어떨까?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결핍을 느낄 수밖에 없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기억되고 싶다. 그 기본적인 욕망이 채워지지 않을 때 인간은 비뚤어질 수 있다는 것을 현대 사회에서도 종종 본다.
  그렇다고 우리 주인공이 이 소설에도 위축되거나 자존감이 낮다거나 우울해하느냐. 아니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크리스마스에 살인하는 장면은 한 편의 예술공연을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 캐릭터에 빠져드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타고난 사이코패스다.

  그녀의 복수는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남존여비의 사상이 팽배한 사회. 다른 사람의 존엄은 무시하고 자신의 부와 명예만 중시하는 사회. 내면의 깊이보다 겉치레와 허영으로 뒤덮인 사회. 자비와 사랑이 없는 이기심만 가득한 사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가족까지도 버리는 무자비한 사회. 위니프레드 노티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 낸 괴물이다.
  남존여비의 사회에서 여자는 그저 남자의 배경 화면이다. 여자이기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남자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는 존재가 되고, 버려지고, 목숨의 위협도 받는다. 사냥도 심지어 살인도 남자의 전유물이다. 그런 사회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위니프레드 노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당당하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사람에 대한 원망도 없다. 너무 처연한 모습에 박수 칠 뻔했다.

  ‘이 세상 모든 소녀들은 그들도 살인을 꿈꿀 수 있다는 걸, 살인이 남자들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걸 배우게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위니프레드 노티의 복수를 지지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그녀의 광기가 반갑지 않다. 그럼에도 그녀의 처형이 마음 아프다. 다시는 방치되고 버려지는, 사랑받지 못하는 이들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타고난 사이코패스도 사랑받으며 제대로 교육받으며 자라면 사회의 일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이 끝이 아니다. 뒤틀린 세상이 계속되는 한 또 다른 위니프레드 노티가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 끝에도 그런 소녀를 만나게 된다. 위니프레드 노티보다 더 끔찍한 악녀일지 모른다. 조심하시라.

#빅토리안사이코 #버지니아페이토 #현대문학 #우주서평단 #우주클럽_장르문학방

※ @woojoos_story 진행으로 단체 디엠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hdmh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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