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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평점 :
밍런과 두 아이를 키우며 평범하게 사는 정팡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다. 밍런이 이혼하자고 통보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혼하게 된 것도 힘겨운데, 밍런은 살인 혐의로 구속되고 조사를 받던 중 돌연 자살한다. 그리고 편지를 남긴다. 편지를 본 정팡은 밍런의 숨기고 싶었던 비밀을 알게 된다.
'당신에 대한 감정이 죽었어. 어쩌면 인간에 대한 감정이 죽은 걸지도 몰라.’
인간에 대한 감정이 죽었다. 인간에게는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수 없다. 혹시 사이코패스일까? 아니면 히키코모리? 많은 추측을 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평범한 것이었다.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무작위 뽑기처럼 생각지도 못한 비밀이 튀어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밝혀지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 정도의 비밀이라면 만들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알면서도 따먹는 선악과의 열매처럼 사람의 욕망은 절제할 수 없는 천성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코끼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코끼리는 주로 암컷과 새끼들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데, 수컷 코끼리는 성체가 되면 따로 독립해서 생활하거나 수컷 코끼리끼리 모여 산다고 한다. 밍린은 가족에게서 떨어져 진짜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 수컷 코끼리였다. 자기만의 공간, 비밀이 가득한 삶.
'코끼리랑 같이 사는 꿈을 계속 꾸는데, 그 코끼리가 풍선처럼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거야. 처음에는 코끼리한테 짓눌려서 고통스럽더니, 신기하게도 나중에는 코끼리와 집이 하나가 된 것처럼 어느새 적응되더라.’
그뿐 아니라 코끼리는 점점 커지는 밍린의 기이한 욕망이었다. 처음엔 그런 욕망을 꿈꾼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세상의 시선이 두려웠지만, 결국 자신의 욕망대로 살기로 다짐한 것이다.
그리고 미련과 의심으로 밍린의 코끼리를 망가지게 한 정팡은, 밍린의 숨기고 싶은 비밀을 지켜주고 유언을 수행함으로, 더럽혀진 코끼리를 깨끗하게 목욕시키는 여자다.
'평범한 인생이란, 햇살을 향해 애써 기어오르는 일이다. 밍런은 굳이 어둑한 땅 밑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나는, 한술 더 떠 그 사람을 떠밀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코끼리의 무게에 눌리는 것처럼, 비밀의 무게에 압박당하게 된다. 그래서 점점 궁금해지던 밍린의 비밀이 밝혀졌을 때는,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인생을 산다는 것은 쉬운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어려운 일인 거 같다. '아무 일도 없었어.’라는 말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아무 일도 없는 오늘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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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woojoos_story 진행, 서사원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