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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평점 :
전쟁이 한 인간의 삶을 얼마나 무참히 유린할 수 있는지,
나약한 인간의 존재는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휩쓸려 갈 수 밖에 없는 먼지와도 같은 존재인지,
안타까움과 분노, 슬픔과 좌절 등이 혼합된 암흑속을 걷다온 느낌이었다.
실존 인물의 수기를 토대로 한 이 소설은 한국전쟁 시기 전후의 삶을 살아온 정찬우라는 인물의 삶을 소설로 각색한 작품이다.
감옥에서 나와 전북 고창 고향집으로 가는 길..
절뚝이며 걷는 정찬우를 따라 마지막 봉우리에서 남기고,
땅바닥에 주저 앉아 오열을 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고향집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가 만약 지금의 시대에 태어났다면 엘리트로서 자신이 원했던 학생들을 가르치며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을지 모르겠다.
적어도 그렇게 많은 인간의 잔혹함과 이중성, 기회주의적인 속성 때문에 절망과 냉소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을 덮고 난 후,
저자가 쓴 글을 보며 주인공이 돌아가신 년도를 확인해보았다.
감옥에서 나왔다고 해서, 반공이라는 죄목으로 몸에 꼬리표가 붙은 채 살았기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아니나 다를까 10년도 채 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한다..
갓난 아이를 남긴채, 그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말이다..
어쩌면 아닐수도 있지만..
돌아가신 순간 그는 얼마나 억울하였을까?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살지도 못하고,
떠밀려가는 삶에 부딪혀 이리저리 채이기만 하던 삶..
진정한 자유라는 것을 한 순간도 느끼지 못하고...
그 가슴 억눌린 답답함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아니면 드디어 이 답답하기만 한 세상을 벗어난다는 생각에 홀가분하였을까?
감히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6월 25일이 며칠 지난 이 즈음..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전쟁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져간다.
본인도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아니기에
전쟁에 대한 의식이 뚜렷하지 않지만,
전쟁을 경험한 조부, 부모 세대가 있기에 전쟁의 참혹함과 그 상처를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어린 세대, 다음 세대, 이 다음 세대로 가면
그들의 머리속에는 전쟁에 관련된 그 어떤 생각조차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 현재 한국이 종전국이 아니 휴전국임에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처럼
지금의 사회는 과거의 전쟁을 완전히 잊은 것 같다.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도,
그로 인해 상처준 사람들도...
또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 어떤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게 만드는 전쟁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 속에서 또 다른 정찬우 처럼..자신의 의지가 아닌 삶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을 살아나갔던 것 만으로도, 힘겨웠을, 또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삶 또한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