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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한 편의 스탠드 업 쇼를 보는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걸쭉하게 풀어낸 입담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한 순간도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배우의 명연기를 보는 무대 앞 관객이 된 듯..그의 입담을 따라 그의 모습을 눈으로 쫓게된다.
이 이야기는 학살과 전쟁, 폭력으로 점철된 세상의 자국을 지워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한 평생의 한을 말로 풀어 내듯, 이중적 의미를 지닌 말 한 마리가 되어 무대 앞으로 가뿐히 들어선다. 그가 시작하는 이야기와 함께 웃고 떠드는 동안 관객들은 그의 말 한 마디를 따라, 말 한 마리가 된 그의 모습에 희노애락을 느끼며 그의 무대에 동참한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시작되고, 공연의 끝과 함께 소설의 끝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한 편의 무대극이다..인생이 연극무대와 같은 것이라는 말처럼 무대속 인물의 등장과 퇴장은 한 인간의 삶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그의 내면을 파헤친다..직접적이고 도발적인 말들의 향연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움보다 고통이 가득차 있음을 느낀다..과연 그의 고통은 무엇인가.
한 인간의 삶의 고통이, 한 민족(유대인)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비극적인 인류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한 인간의 삶의 역사가, 한 민족의 역사로 흘러들어가고, 이러한 고통이 궁극적으로 인류의 고통을 야기시킨다.
인간의 삶에 비극과 희극이 어우러져 있는 풍자극으로 비유하며, 그의 조국 이스라엘에 대한 비극과 희극을 얼버무려 놓는다.
인간의 삶과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이야기하는 상흔들..
고통스럽기도하고 우습기도 한 인간의 삶과 역사에 대한 짜릿한 풍자와 유머..
삶의 고통속에서도 발버둥치며 희망을 발견해내려는 버둥거림..
우습지만 우습지 않았다.
고통스럽지만 절망에 빠져들고 싶지 않았다.
왠지 모를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고 싶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