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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담담한 문체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멍울들을 보여준 작품들이었다..소설마다 먹먹함이랄지, 안타까운 감동들이 켜켜히 쌓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감정의 깊이가 깊어 쉽게 읽히지가 않았다..과거와 현재의 나의 모습도 그 속에서 발견하면서 과연 사람들간의 관계속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보지만...답은 없었다..삶이란 그저 지나간 삶속에서 후회할 뿐인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아마도 정답은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관계속에서 힘을 얻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한다..그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기도 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혹은 시간의 무심함 속에서 그 관계는 단절되어버리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자연스로운 것이고, 그것을 자연스럽다고 하기에 너무 안타깝다. 그 과정속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불완전한 감정의 존재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기도 한다..
7 편의 단편 소설들 속의 등장인물들을 보며 답답함, 안타까움, 쓸쓸함, 무기력함 등을 느끼기도 했고 그들이 받은 깊은 상처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 혹은 어쩔 수 없다고 자조하는 상황속에서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나를 대입해보아도 아마 내 모습도 그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공감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한 숨이 쉬어지기도 했다..
가장 인상깊던 소설은 <씬짜오, 씬짜오>와 <한지와 영주> 였다..관계의 단절로 인한 안타까운 상황들과 그들의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씬짜오, 씬짜오>
한 순긴의 치기어린 말로 그 관계가 깨어져버린 두 가족.
숨겨진 진실이(안타깝게도 이 두 가족 개인들의 문제 혹은 실수가 아님에도) 표면화 된 순간 그 관계는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게 죽임을 당한 투이 엄마의 가족과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공에게 죽임을 당한 내 아버지의 형.
이들 가족들의 죽음이 표면화 되던 순간 두 가족의 균형은 깨어져버렸다.
이전 얼마나 잘 어울렸던지에 관계없이 한 순간에 얼어버린 두 가족의 끈..
이별의 선물로 받은 털실 모자를 받으면서도 투이 엄마와 투이는 신호등 저 편에서 꼼짝안고 서있기만 힌다.
진정한 자신을 알아주었던 투이 엄마와 단절하게 된 그녀의 엄마는 점점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한 듯 하다.
<한지와 영주>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두 젊은이가 머나먼 이국 땅에서 만나 서로의 감정을 나누었던 <한지와 영주 >.
장기봉사활동 중 만난 두사람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가까워진다. 그러나 갑작스런 한지의 단절 행동으로 인해 두 사람은 갑자기 그 관계가 깨어진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정말 너무나 궁금하지만 그 마음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나이로비 출신의 한지는 침대에 누워 움직일 수 없는 여동생 레아를 책임져야하는 수의사..
더 행복하고 자유로운 영주의 삶을 위해 ..
그는 그녀와의 단절을 선택했을까?
야생 코뿔소를 데려다 기르다가 야생으로 돌려줬다던 한지의 말이 인상깊다..
헤어짐의 순간 ..그 코뿔소는 계속 뒤를 돌아 한지를 보았지만..발은 앞으로 야생의 숲으로 가고 있더라고...
현재는 가질 수 없는 과거의 행복한 기억이 ..기쁨이 아닌 고통이 될 수 있음을 그녀 할머니의 말씀으로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잡을 수 없는 행복의 기억은 놓아줘야 한다는 것..
영주는 지질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다.
시간의 흔적이 쌓여진 지층의 흔적들을 관찰하는 것이 그녀의 세상이다.
땅 위 표면에서는 그 시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땅 속을 헤쳐봐야만 그 시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버릴 수 없는 기억을 얼음 캔 속에 쌓아두기로 한다..그 기억으로 고통받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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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재능이야. 넌 그런 재능을 타고났어."
할머니는 어린 내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란다. 그러니 너 자신을 조금이라도 무디게 해라. 행복한 기억이라면 더더욱 조심하렴. 행복한 기억은 보물처럼 보이지만 타오르는 숯과 같아. 두손에 쥐고 있으면 너만 다치니 털어버려라. 얘야, 그건 선물이 아니야." - p.164
나는 노트를 둥그렇게 말아서 얼음을 캔 구멍 안에 넘고 깊이 밀어 낸다. 노트는 별다른 저항없이, 미끄러지듯 얼음 속으로 떨어진다. 그것은 적어도 일만 년간 썩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시간 동안 거듭해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그 기억들이 나를 떠나 이 얼음에 붙기를.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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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웠다..
아름다운 관계의 끝이 그런 결말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 냉정한 현실이 야속했고 그 결과를 받아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더 씁쓸했다..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던 소설이었다..
어떤 계기로 인한-한 순간의 오해나 무심함으로 인한- 관계의 단절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 수 있는지, 그 결과는 우리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상관없이 감수하고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안타깝기도 했다.
섬세하게 감정을 울리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