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내뱉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어록들을 기록할 마주이야기 노트였다. 그 노트를 2호는 겨드랑이에 늘 끼고다닐만큼 아꼈다. 마주이야기 노트는 2호의 첫 글쓰기 노트였고였고, 최고의 읽기 교재였다. 2호가 6살이 되었을 때, 1호는 날마다 신문 스크랩을 하면서 ‘하루 한 편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2호가 형처럼 자기다 노트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마련은 했는데, 글자 쓰는 걸 힘들어 하니 별수 있나. 2호가 말하면 나는 그것을 받아 적어 ‘대필‘ 했다.
주제는 다양했다. 그날 했던 과학 실험 과정과 결과를 2호가 말로 하면 내가 받아 적었다. 2호 노트에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 집에 가는 길에 관찰한 개미들 이야기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2호가 말하면 내가 대필했다.
7살 때부터는 영어 일기와 영어 독후록을 쓰기 시작했는데 늘 일필휘지로 일기를 썼던 1호와는 달리 2호는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글쓰기를 힘들어 하고 귀찮아했다. 고로 나의 대필 인생이 조금 더 길어 졌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일기 쓰기를 지겨워 하길래 신문스크랩으로 갈아탔고, 그것은 주효했다. 세상 돌아마랑 같이 읽고 얘기 나누고 글로 정리한다는썼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엄마랑 같이 읽고 얘기 나누고 글로 정리한다는 게 뿌듯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