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환자를 질병의 숙주가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이해하는 과정

저서 소개글 中

* '홍익출판 미디어그룹'에서 도서 지원을 받았습니다.

기대평에서도 말했다시피, "환자를 질병의 숙주가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이해하는 과정" 이 하나의 문구에서 이 책을 학수고대하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집단이 가진 특성만 생각하며 개인이 가진 온전한 인격에 대하여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지극히 단순하게 일반화를 하기도 하고, 철저하게 양분하여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던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인격적 유대가 아닌, 대상이 지니는 특성으로 나눠지게 된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도 그렇다. 환자는 단순하게 병을 지닌 사람으로, 의사는 병을 고치기만 하면 되는 존재로 변해간다. 의사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선언하며 의업에 종사함을 온누리에 알리던 그 따듯한 마음 대신에, 환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기보다는 질병을 가진 연구 대상, 치료할 대상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의술도 기본적으로 인간을 치료하기 위한 기술이고, 학문이라는 것을, 모든 의술 행위에는 '인간'이라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각인하는 계기를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오흥권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교수와 그의 수업을 들은 권시진 학생이다. 오흥권 교수는 2019년에 <영화와 문학으로 보는 내러티브 의학> 강의로 서울대학교 의학대학 교육상을 받았고, 이 강의에서 펼쳐진 인문학적 고민을 담아 이 책이 나왔다. 권시진 학생은 수강하면서 함께 강의를 들은 동기들과 담론과 토론을 나누었고 이 책을 함께 쓰게 되었다.

구성은 프롤로그, 본문, 에필로그로 되어 있다. 본문에서는 19편의 영화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와 다룰 내용에 대한 소개, '영화 속 의학 이야기'(의학적 주제와 교양 수준의 의학적 지식 등을 설명한 부분)로 구성되어 있다. 19편의 영화는 ≪언노운 걸≫, ≪사랑의 기적≫, ≪시티 오브 조이≫, ≪8월의 크리스마스≫, ≪컨테이젼≫, ≪밀리언 달러 베이비≫,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칠드런 오브 맨≫, ≪타고난 재능: 벤 카슨 스토리≫, ≪리포 맨≫, ≪패치 아담스≫, ≪스틸 앨리스≫, ≪화장≫, ≪게임 체인저≫, ≪나, 다니엘 블레이크≫, ≪엘리펀트 맨≫, ≪겟 아웃≫, ≪로즈≫, ≪1987≫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이 부족해 목차를 모두 싣지는 못하니, 목차는 출판사의 소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목차만 잘 읽어도 다룰 내용들을 거의 다 예측할 수 있다.

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먼저인가.

당연하지만 놓치고 있는 것. 다시 인간으로.

책의 본질적인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는 '인간의 존엄성'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를 말하면, 단연 하나. 그 자체로 존엄하기 대문이다. 환자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먼저인 것은 무엇보다도 당연하다. 환자이기 이전에 인간. 삶을 영위하는 동물이다.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단순히 명이 붙어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개념이 아니다.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자신의 이상을 꿈꾸며 내달리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을 삶을 영위한다고 말한다.

의사는 살려 내기를 선언한 사람이고, 환자는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의사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환자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차라리 그 종착지인 죽음을 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들이 가장 무력해지는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중요 신경부위를 다쳐 마비가 되는 경우, 더 이상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암이 번져 죽음을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경우,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희귀병이나, 기형으로 태어나 왕도가 없는 경우 등 치료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경우이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매기'가 그런 인물이다. 권투선수로 경기를 치르다 상대방의 반칙에 의해 목뼈가 부러지며 하반신 마비가 되고, 설상가상으로 욕창으로 다리를 잘라내게 된다. 매기는 자살시도를 하고, 그녀의 가족과 같은 '프랭키' 코치에게 치료를 끝내고 싶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결국, 프랭키는 약물로 그녀의 죽음을 도와주고 결말을 맞는다.

물론 이 일은 불법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죽음에 가까이 다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기의 선택을 도와준 그가 얼마나 큰 죄를 지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좀 더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면 오히려 선한 일로 판단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의사에게 있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인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의 판단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향성을 보다 옳게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의사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환자와 대화하고 그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기 위해 애쓰는 그런 사람이야말로 판단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의사'라면 말이다. 앞서서 하나의 예시로 책에서 다룬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이 말고도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노력해보면 좋겠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자. 좀 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까지.

사색을 넘어서 의견을 나누고 발전된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읽을 때에는 학교 동아리던, 독서 모임이던 누군가와 이야기하면서 읽으면 좋겠다. 근본적으로 '영화와 문학으로 보는 내러티브 의학'이라는 강좌에서 다뤘던 내용들을, 선정된 영화를 보고 학생들이 나눴던 이야기로부터 만들어졌다. 그래서 더욱 이야기할 거리들이 많다. 읽으면서 잠깐 책을 덮고 주인공들에 이입해서 생각해보아도 좋고, 철학적인 사색을 해보아도 좋다.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 사회가 의견을 나누고 지속적인 토론을 거쳐야 생명에 대한 더욱 건전한 인식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관심을 더욱 갖게 된다. 또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잘 읽히는 가볍게 읽고 끝내는 책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책이 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ttps://blog.naver.com/yoongg123/222062199960


https://blog.naver.com/yoongg123/222062199960『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세나북스에서 책을 한 권 더 받았다. 『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라는 책이다. (( 최수진 대표님 감사합니다! )) https://blog.naver.com/yoongg123/22206219996https://blog.naver.com/yoongg123/222062199960

먼저 이 책은 1인 출판사인 세나북스의 대표, 최수진 작가의 글이다. 책의 내용을 가볍게 설명해보자면, 1인 출판사의 경험담이자, 출판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조언들을 적어놓은 책이다. 커다란 줄거리는 목차와 함께 간략하게 정리한다.

1장 1인 출판사로 산다는 것

2장 출판과 글쓰기

3장 1인 출판사 일상

4장 인쇄, 유통과 친해지자

5장 어떻게 책을 팔 것인가?

이렇게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1인 출판사로서의 활동들을 간략하고 넓은 범위에서 서술했다. 작가가 1인 출판사의 길로 걷게 된 과정, 프리랜서로서의 1인 출판사, 출판업에 관해서도 다루었다. 2장에서는 출판사 대표로서 본 작가라는 직업, 저자가 출판사 대표이자 작가이기에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았다. 전반적으로 '콘셉트'에 관한 내용이다. 3장에서는 인쇄와 유통의 과정을 자신의 경험대로 설명했다. 4장은 인쇄에서 유통까지의 구체적인 사례와 경험이 자세하게 담겨있고, 5장은 홍보와 마케팅에 관하여 다뤘다.

전체적으로 기본적이고 총괄적인 내용과 뒤에는 자세한 팁들이 담겨 있다. 저자가 본문에서 설명했다시피, 가볍게 읽고 지나 간 내용이 사실 중요한 내용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적인 내용들이 나온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되는 내용들도 있다. 출판사 대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설명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1인 출판사 수업의 실전편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정도로, 자세한 팁들과 홍보에 관한 내용들은 확실히 팁이라고 불릴 만하게 자세한 정리를 해주셨다.

자신의 글을 책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겠다. 작가님께서 답변해 주시기를,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어느 정도 출판의 지식이 도움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작가분들이 이해를 좀 더 쉽게 해주시고,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어 원활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출판의 과정에 관하여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다면 작가분들에게 도움이 된다. 출판하는 과정이 자세히 드러나고 출판사로서의 고충, 작가분들께서 오해할 수 있는 점들이 자세하게 드러나 있어 비전문가인 사람도 이해하기 쉽다.

진솔한 경험담을 읽다 보면 '인쇄한 분량에 비해 판매량이 부진하여 물류창고의 비용을 아끼기 위해 파쇄를 선택해야 했던 경험담이나, 출판사의 스테디셀러였던 일본 관련 책들이 불매운동의 여파로 판매율이 급감하여 어려움을 겪은 내용'등을 보면 역시 녹록지 않다. 하지만, 출판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권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행복이기 때문이다. 초반에 자리도 못 잡고 휘청거릴 때에는 힘들겠지만,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하기만 한다면 안정이 되고 꿈을 이루며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독립출판과 1인 출판사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고 있는지, 죽어가는 출판업계에서 전망이 얼마나 있을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앞으로의 출판업계의 전망과 다른 출판사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마케팅 기법이나 경영방식 등을 찾아보아도 좋을 것 같다.

1인 출판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 출판의 과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분,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직접 책을 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서평] 『우리는 왜 끊임없이 곁눈질을 하는가』 이진경


* 이 서평은 '엑스북스'에서 책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서평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리 추천한다는 말을 쓰고 싶다. 정말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어느 정도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이고, 번역본을 그냥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권한다.

- 프롤로그를 읽고 나서

프롤로그부터 인상 깊었다. 여태까지 읽었던 책들에서 찾아볼 수 없던 논리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로고스'가 있는 프롤로그이다. 니체의 눈으로 니체를 읽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니체에 대한 오해 없이 그의 입장을 철저히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설명을 시작한다.

'엄격함'과 '엄밀함'의 차이점을 잘 설명하며 읽는 이가 어떤 방식으로 읽어주기를 원하는가 제안하고 있다. 글쓴이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보다 쉽게 책을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의 역할을 해준다.

무겁다. 하지만, 잘 움직인다. 지금까지 읽어온 철학 책들은 내용이 가볍거나,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반면, 이 책은 마치 부드럽게 잘 굴러가는 수레에 철학이라는 무거운 짐을 싣고 옮기는 기분이다. 결코 가볍지는 않다.

ⓒ Sapiens

- 본문을 읽으면서

책의 본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어렵다. 니체의 철학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무리 쉽게 풀어쓴 책이라고 하더라도, 이해하기에 넓은 배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주의 깊게 엄밀한 해설을 한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몇 부분을 소개한다. 계보학에 대한 설명 부분과 '힘에의 의지'라는 니체의 용어를 설명한 부분이다. 니체의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은 그의 눈으로 글을 읽어나가는 것이기에 엄밀해질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이 책에는 엄밀함을 위해 설명하는 부분이 많아 철학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은 읽기 벅찰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관심이 있고 번역본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먼저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이 책을 다시 완독해보고 더 잘 이해한다면 『도덕의 계보』를 다시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쓴 '니체의 눈으로 읽는 니체'의 또 다른 시리즈인 『사랑 할만한 삶이란 어떤 삶인가』를 읽어 보아도 좋겠다.


제 1장 계보학이란 무엇인가? - 2. 두 가지 계보학

계보학에는 상당히 다른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계보'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해석해 '기원'이나 '혈통'같은 역사적인 발생 요인으로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다른 하나는 계보학을 발생 요인을 추적하는 것이라고 보는 점은 같지만, 그 발생 요인을 어떤 것을 '만들어 낸 원인'으로 해석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철학적 개념으로 말하면 '작용인(efficient cause)을 찾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물이나 사태 같은 '결과'(effect)를 실제로 만들어낸 원인(cause)을 찾는 겁니다. 가령 니체처럼 모든 것이 힘에의 의지의 산물이라고 본다면 어떤 사태나 사물을 만들어 낸 것이 '어떤 힘'인지, '어떤 의지'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이때 발생인을 찾기 위해서 굳이 역사적 발생사를 찾지 않기에 '역사적 추적'의 형태를 취하지 않습니다. 약간 있어 보이는 말로 대비하자면, 전자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발생인을 찾는 점에서 '통시적'(通時的) 계보학이라면, 후자는 현존하는 것 안에 있는 발생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란 점에서 '공시적'(共時的) 계보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제 2장 힘에의 의지 - 4. '힘의 의지'와 '힘에의 의지' 中

힘의 의지는 힘인 의지이고 일차적으로는 힘이 발동시키는 의지입니다. 예를 들면 날아가는 공이 계속 가려고 하는 관성은 그 자체로 힘이지만, 계속 가던 방향으로 가려는 '의지'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기장을 형성하는 것은 자석인데, 자기(磁氣)란 바로 그 자석이 미치는 힘이지요. 그런데 이 힘은 그 자기장 안에 들어온 쇳가루를 특정한 방향으로 배열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통상의 어법에선 물리적인 것에 '의지'란 말을 사용하지 않지만, 실은 자석도 날아가는 공도 자신이나 다른 것을 특정한 양상으로 움직이게 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셈이니까요. 이는 '자기력의 의지'지 '자기력에의 의지'가 아닙니다. 전기를 이용하여 자기력을 바꾸려고 한다면 그게 '자기력에의 의지'라고 해야겠죠. 그리고 그건 '자기력의 의지'가 아닙니다.


위의 두 단락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니체의 텍스트를 최대한 알기 쉽도록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일 것이다. 이 책은 모두 이렇게 구성되어 있으며, 작가의 생각을 통해서 동시에 니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읽는 동안에 소화해야 할 양은 많았지만, 삼키기 힘들 정도의 내용은 없었다. 다만 보다 잘 이해하려면 여러 번 읽어보아야 한다. 문체를 보면 알겠지만, 모두 '하십시오체'로 독자들에게 설명해 주듯이 서술하고 있다. 이런 문체가 어려운 맥락을 보다 유연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니체가 중심적으로 다루었던 문제를 압축적으로 담은 용어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여 이해하기 쉽게 한다.

- 마무리

이 책을 평가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해서 평가의 잣대를 들이밀기는 힘들다. 다만, 철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니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며, 번역본을 다시 시도해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어느 정도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은 권해볼 책이다. 니체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다시 한번 책을 봄으로써 좀 더 자신의 의견에 대한 명확성을 키우고, 비판을 해볼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 모든 자산은 여전히 안전하게 머니랜드에 은닉되어 있으며, 그곳에서 무려 수십 년 동안 세계 거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모은 돈들을 합쳐 놓고 있다. 이런 일은 우연이 아니다.

본문 중에서, p.111 中

<머니랜드>를 읽기 며칠 전. <팩트풀니스>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어 보았거나, 여러 콘텐츠들로 접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세계에 대한 희망찬 생각을 마음에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세계는 놀랍도록 발전해왔다. 생각보다 더 좋은 곳이라고 여길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희망을 헛된 희망이라고 말하듯이 산산히 부숴놓았다. 세계가 이룩한 자본주의의 상위 포식자들은 더러운 돈을 쥐락펴락하며 눈덩이 굴리듯 굴려가고 있었다.

이 책의 부제인 '사악한 돈, 야비한 돈, 은밀한 돈이 모이는 곳'이라는 설명이 '머니랜드'라는 존재를 입증하지 못하지만 실존하는 세계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책의 저자 소개를 빌려 짧게 말하면, 저자는 '올리버 벌로'라는 언론인으로, 러시아 지역에서 활동했으며, 인권유린, 구소련의 도둑 정치에 대한 글을 썼다. 머니랜드에서는 유령회사, 신탁, 비밀 은행 계좌 등으로 이루어진 국제적 자산 보호 산업을 설명한다. 세계 각지에서 긁어모은 자금들을 은닉하는 부패를 여과없이 밝혔고, 파헤쳐 놓았다.

읽고 난 생각들은 처참했다. 읽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졌고, 분노했다. 어쩌면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작업들을 해온 것이지만, 믿고 싶지 않았다. 현존하는 규칙 중 국가의 법률만큼 비좁은 공간은 없었으며, 돈이 가진 방자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독재정권에 대해 논하면서, 마피아 집단과 비교하는 부분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과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독재정권이 국가 전체의 부를 이끌어 내는 것은 서민들의 주머니의 크기를 키우고 그들의 돈을 털어내기 위함이고, 개인이 그런 환경 속에서도 개인의 목적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렇게만 상황이 흘러간다면 이기심으로 뭉친 사람들이 나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한 비유를 들면 마피아가 지역을 장악하면 오히려 범죄가 줄어들고 보호세라는 이름으로 돈을 걷는다는 것이다. 이런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방향성도 이제는 사라졌다. 이전까지는 밖으로 돈을 반출하기가 쉽지만은 않았고, 살 수 있는 재화들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돈을 세탁하여 영국이나 미국의 빌딩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신상이 드러나지 않는 계좌들이 만들어졌으며, 법의 망은 피해가며 돈의 힘은 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 이제는 거액의 탈세를 하고, 독재자들은 자금을 외부로 반출하기가 쉬워졌다는 의미이다. 만약 한국의 독재정권시대때 이런 일들이 가능했다면, 우리나라도 우크라이나처럼 파산의 위기에 처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독재 이외에도 돈을 세탁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머니랜드로 돈을 보낸다. 돈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생각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많은 부유한 자들이 머니랜드의 방법을 이용했다. 조세회피를 하기 위해서 역외회사를 만들고, 서로가 서로를 소유하게 만들고 가상의 회사만 명목상으로 존재하게 하여 실소유자는 철저하게 은닉되었고, 해외로 숨기는 것 뿐만아니라 돈을 가지고 법의 그물망을 피해가면서 채권을 발행해 돈을 굴려나가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은 머니랜드를 두고 보기만 해서는 안되는 시기까지 왔다. 많은 사람들이 돈의 실체를 알고, 법망을 촘촘하게 만들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


<머니랜드에 맞서기>

그렇다면 우리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잇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우리는 도둑을 감옥에 넣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세계의 훔친 부를 우리의 도시들이 세탁하지 못하도록 저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처럼 인내를 요구하고, 힘겹고, 전문적이고, 빛나지 않는 일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제휴를 구축할 준비가 된 정치인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만 진정으로 우리의 경제와 우리의 사회에 대한 통제군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세계에 대한 대대적인 약탈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본문 p.396


모든 사람들이 막연하게 '자금의 세탁은 일어난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많은 자금들이 어떻게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몸집을 불려나가는지, 얼마나 많은 자금들이 불공정한 방법으로 법망을 벗어나 활개를 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 잔혹한 실체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은 그 사례들을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질 만큼이나 많이 보여주니 참고하길 바란다. 경제에 관해 조금도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는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찬찬히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얼마나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교묘히 감시를 피해가는지 감탄이 나올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봐주기를 바란다. 머니랜드에 맞서 좀 더 공평한,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나아가는 길에서 같이 한 걸음을 내딛을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


p.s. 정독 하기는 했지만, 서평을 자세히 쓰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이해를 바란다. 시간이 난다면 조금씩 수정을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이는 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보통 입력이 출력을 부른다. 책을 자꾸 읽다 보면 문득 쓰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입력이 출력을 부르는 한편, 출력이 입력을 부르기도 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입력에 대한 갈망을 가지게 되고 입력의 질도 달라진다. 눈과 귀가 예민해지고, 손도 바빠지고, 생각도 달라진다.

본문 중에서 (p.41)

이 책의 구성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줄거리 설명을 대체하면,

1장. 글을 쓰는 이유

2장. 글을 쓰는 자세

3장. 글쓰기 연습법

4장. 글쓰기 습관화 전략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글쓰기의 필요성, 마음의 무게, 일상적 글쓰기 등 글쓰기의 필요성과 그 마음가짐, 글쓰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음을 설명하고 있다. 3장과 4장에서는 초보자에게 필요한 보다 실전적인 팁을 알려주고 있다.

제목 그대로 글쓰기를 처음 시작한 사람에게는 정말 도움이 되는 책이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면, 보통 자신의 글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여 자신감을 갖고 계속 이어나가기 힘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너무 거창한 계획을 갖고 시작하여 본인이 힘들게 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의 내용은 다른 글쓰기에 관한 책들, 저자 본인의 경험과 다른 사람들의 경험, 그들의 논리를 많이 가져와 글쓰기의 이유와 마음가짐을 잘 설명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객관성을 갖기 위해서 여러 저서들을 인용하고, 그들의 경험으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본인의 경험과 생각으로 더 내용이 깊어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저자는 오래도록 글쓰기를 해왔고, 책을 출간하기 전까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돌아본 경험들이 분명 많을텐데, 초보자를 위한 글이어서 보다 넓게 인용을 해서 글을 쓴 것인지 본인의 묵은 경험이 덜 쓰여진 것 같다. 조금 더 본인의 경험이 세밀하게 드러나면 더 좋겠다.

3, 4장의 글쓰기에 관련된 팁들은 도움이 된 내용이 꽤나 있었다. 많은 작가들이 이야기했듯이 일기는 워낙 중요한 글쓰기 중 하나여서 널리 소개가 되었다. 하지만,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할 때에는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 항상 들어온 일기 이야기 이외에도 다른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본문에서 나온 몇 가지를 요약해 소개하고자 한다.


짧게 소개하는 글쓰기 시작 방법

1) 보이는대로 쓰기

말 그대로 '보이는대로' 쓰는 것이다. 더 짧게 줄이면 '관찰일기'정도로 말해볼 수 있겠다. 미술을 배울 때 정물화를 그려보듯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다. 소재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이미지 검색을 활용하자.

2) 명언, 명문장 활용

명언이나 명문장은 정제되어 있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많다. 삶에 대해 압축적으로 설명하거나 지혜, 철학의 주제 등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넓은 소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 글들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한 편의 글이 된다.

3) 인터넷 서점 활용

인터넷 서점에서는 다양한 책들을 살펴볼 수 있다. 그 책들의 목차나 소개 내용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글감들을 찾아낼 수 있다. 관심사에 부합하는 내용들이 담긴 책들을 찾아 간단히 읽어보면 다양한 소재가 생겨난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다. 글쓰기를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소재를 찾기가 힘들 때 다양한 방법을 시도 할 수 있도록 아주 잘 유도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글쓰기에 대한 내용보다 글쓰는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만의 도구로 첨예하게 조각하여 글감이라는 대리석 덩어리에서 조각품을 탄생시켜야지, 부드러운 조각을 만들기 위해 주변의 말과 빈 조언으로 아무렇게나 뭉개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한 사람들이 자신의 도구를 찾아가 조각을 드러내보였으면 한다. 시작부터 무뎌지지는 않으면 좋겠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인, 소설가, 수필가 그런 글쓰는 사람이 되어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되자.

말은 할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글은 쓸수록 명확해진다.

글을 쓰자. 음악으로 몸짓으로 말로 표현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가장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글이기에, 우리는 모두 글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