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얼개』 정문

* '바른북스'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소명선은 아버지 소명국의 얼굴을 돌 절굿공이로 찧었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숨이 끊어진 아버지의 얼굴을 계속 찧었다. 아홉 살 영선의 얼굴은 핏물로 덮였다. '엄씨 나가 잘해 부럿지?"

소설 『얼개』 中 첫 문단

첫 문단부터 잔인했다. 원래 인생살이를 이야기하고, 업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소설들이 그럴 수밖에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첫 문장부터 너무했다. 이렇게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을 접한 기억이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흠칫했다.

'얼개'라는 단어 자체를 잘 몰랐다. 생소했다. '얼기설기 엮인 것들'이라는 뜻인가 하고 대충 추측했다. '어떤 사물이나 조직의 전체를 이루는 짜임새나 구조'를 말한다. 제목을 이해하니 소설의 내용이 좀 더 와닿았다. 이 소설의 주된 줄거리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상황, 저지르는 일들과 선택들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굴러간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 삶의 짜임새, 구조를 나타내기 위해서 '얼개'라는 제목을 지은 것 같다. 주된 내용이 '업'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사람들 사이의 연과 인과응보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은 처음이라 서평을 쓰기에는 곤란한 면이 있다. 소설의 갈래를 설명하기에는 조금 까다롭다. 여러 인물들의 사건의 차례로 이어가기 때문이다. 처음은 전후 소설로 시작했다가 군부정권 시대까지 흘러간다. 그 중간에서 부동산의 어두운 면과 관련된(책에서 사업이라고 표현하는 것들), 사람과 사람의 욕심이 끝없이 이어진 소설이다. 말 그대로 사람의 욕심과 상황을 따라 이야기가 흘러간다. 사람과 사람을 속이고 죽이는 그런 삶이 돌아간다.

이 책에서는 여러 사람의 죽음이 나온다. 살해라는 표현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재산을 얻기 위해, 어쩌면 천벌로, 어쩌면 자신의 선택으로 그런 일들이 벌여졌을지도 모른다. 책에서는 다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데자뷔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얼개'인 것 같다. 악순환의 굴레와 구조. 인과응보와 선택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이익을 쫓아 움직인다. 욕심이 가진 힘은 사람들을 다시 파멸로 몰고 간다.

가장 소름 돋는 부분은 "저기, '류찬형 회장님'이 왔다."(p.151)라는 부분이었다. 여전히 반복되는 새로운 시작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와닫는 부분이었다. 그에게 빌붙는 사람들. '사업'의 이름으로 할 일들이 다시 펼쳐지는 듯했다. 작중에서 설명하는 돼지가 돼지인지 사람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대상이 헷갈리는 게 아니라, 느낌이 헷갈린다. 하찮게 여기는 돼지나 구역질 나는 사람들이나.

태생의 비밀을 서로 모르는 채, 사업과 음모와 갈등에서 얽혀 가는 '생기'의 이야기에서 피는 물보다 인연의 정도가 더 깊다고 믿지만, 그러나 결국, 인연이라는 것 자체는 얼개, '헛것'이라 깨닫고 그 업보를 포괄적으로, 도덕적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저서 소개 글

사실 아직 읽어도 한 번에 확 와닫는 글은 아니다. 불교적인 이해를 좀 더 갖춘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수월할 것 같다. 지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인연과 업보들 새롭게 생기고 반복되는 것들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정도로 이 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런 '사업'에서, '얼개'에서 허상을 쫓으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인과응보는 생각하지 않은 채, 얽혀 지내고 있지 않는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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