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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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아름다운 외모는 강력한 재산이다. 인간은 타인과 소통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다. 이렇게 타인과 소통함에 있어, 외모의 중요성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더욱 심하다. 특히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병적이라고 해도 될 만큼 외모에 집착한다. 상대적으로 능력을 높게 평가받는 남자보다도, 여자의 경우가 더욱 그러하다. 이 21세기의 한국이라는 시공간은, 못생긴 외모를 지닌 여자에게는 지옥일 뿐이다.  

마이너한 것에 관심을 표해왔던 박민규의 이번 작품은 바로 그 못생긴 외모를 지닌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피부 한 장과 뼈 몇 조각에 불과한 그녀의 얼굴은, 피부 한 장을 벗겨내면 아무 의미도 없을 그 얼굴은, 그녀의 그 피부 아래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변형시켜 버릴 만큼 그녀의 인생을 쥐락펴락하게 된다. 그녀의 성격과, 습관과, 행동 방식과, 나아가서 결국 인생 자체가 모두 바뀌어 버린다. 그녀의 못생긴 얼굴, 그 하나 때문에. 적어도 현대 한국 사회라는 이곳에서, 그녀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 인간에게 주어진 얼마 안 되는 가치를 누리는 것조차도 그녀에게는 과욕이었다. 처음으로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믿기 힘든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녀는 수십번을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그녀 자신에게 수십번은 되물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되는 걸까.  

이 책은 "못생긴 여자의 사랑", 이 짧은 구문이 품고 있는 그 헤아릴 수 없는 눈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박민규의 시선은 담담하다. 그는 동정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못생긴 여자가 감당해야 할 그 모든 것들을 차분하게,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서술할 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 슬픔은 더욱 진하게 전해진다.  

추함을 죄로 여기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누릴 수 있는, 아니 누려야만 하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다. 박민규는 그녀에게도 그것이 주어졌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녀가 주인공을, 요한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아니, 바꿔 말하면 주인공이, 요한이 그녀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그를 통해, 어느샌가 이 현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며 하루에도 수십번 추함을 단죄하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그녀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라는 그 당연한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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