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서 2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기시 유스케의 책들 중, 검은 방 이상가는 작품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신세계에서'를 읽고 솔직히 정말 놀랐다.

인간들에게 초능력, 흔히 말하는 뭐든 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지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 나름대로의 대답과도 같은 소설이다. 그 대답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소수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유토피아, 그 공간 속에 숨어 있는 비밀.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의 구성이 정말 압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시 유스케는 정말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능 하나는 대단한 것 같다. 일본에서 이 정도의 'SF'를 읽게 될 줄은 몰랐고, 그 작가가 기시 유스케라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전체적으로 글이 지루한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전개가 매끄럽다. 후반부의 요괴쥐들과의 전쟁 장면이나, 악귀와의 싸움 장면 등, 때로는 장엄하고 떄로는 긴박감이 넘치는 등 순간순간 변화하는 서술이 일품이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 이 유토피아를 탄생시켰고, 그 이면에 숨은 비밀은 무엇인가 하는 등등의 여러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과정 역시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이 책의 재미는 그것만이 아니다. 1반에 속한 5명의 소년소녀들이 어린 시절을 공유하며 서로 쌓아나가는 추억들. 결국 그 모든 것이 배드엔딩으로 귀결된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만은 찬란하게 빛나고 생명력이 약동한다. 마치 스티븐 킹의 '그것'에서 6명의 아이들이 어울리는 그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 아이들이 공부하고, 놀고, 슬퍼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그 순간순간마다 넘쳐나는 사람 냄새, 그게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SF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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