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 좋아
이은소 지음 / 새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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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든 편집자이다.


이은소 작가의 원고를 받고,

거의 한 달여 만에 책을 만들었다.

드물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짧지만 힘 있는 문체,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밝고 따뜻한 시선,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 전개가 편집자로서 독자로서,

이 책을 단숨에 만들어내게 한 힘이었다.


세상에는 무수한 차별이 있지만,

또 누구나, 내가 당하는 차별이 가장 아프다고 얘기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들이 받는 차별과 아픔의 이야기들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본다.

더구나 학교 안 십 대 성소수자 학생들의 이야기는......


이 책의 주인공은 고등학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교 생활을 거쳤겠지만, 별일 없어 보이는 그곳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할 수 있는 특수한 공간이며 사회임을

이 소설을 만들면서 새삼 느꼈다.

어떤 의미로든 찍히면, 길이 안 보이는 곳이다.


비열한 욕 한마디가, 싸늘한 눈길이

누군가의 목숨까지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폐쇄된 공간이 '학교'이다.

아직 어른으로 채 성장하지 못한

십 대 성소수자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3월 꽃눈을 덮치는 매운 눈바람과 같다. 가혹하다.


"너는 왜, 혈액형이 A형이니? 굳이?"


이렇게 묻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성 정체성을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마음도 그러하리라고 본다.


또한 나는 이 소설을 정말이지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와 믿음'으로도 읽었다.


친구든 그 누구든, 사람에게 그런 마음을 품었던 적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귀한 사람이다.

"선생님, 현우 책상에 남자 사진 붙어 있어요."
"벗은 사진이래요." "현우는 게이래요."
수업 분위기가 못 견딜 정도로 가라앉을 때면 아이들은 마법 가루처럼 농담을 뿌려 분위기를 띄우곤 했다. 그 중 하나가 이런 류의 농담이었다.
"현우야, 남자가 좋아? 상담 선생님 좀 뵈어야겠구나." 선생님의 대꾸에 아이들은 웃으며 졸음을 쫓았다.

"내가 우는 건, 준영아. 네가 게이라서 우는 게 아니야. 난 괜찮아. 네가 게이라도 괜찮아."

"사람들이 네가 게이라는 것만 보고, 네 좋은 모습을 보지 못할까 봐, 그게 속상해서 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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