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때도 그랬었지. 

쓸까...말까..무엇을 써야할까. 

한낱 몇몇 글자들의 유희일뿐....시간이 지나면 퇴색되어지는 것을.. 

친척집에 놀러갔었다.  

그 집엔 이쁘장하고 당당한 대학생 큰언니가 있었다. 

어린 아이의 눈에도 항상 그 당당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정말 나는 조용한 아이였을까? 조용함으로 가장한 여러 얼굴의 아이였을까? 

내 정체성의 모호함은 때때로 심한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래도 삶의 대부분은 지금껏 일관되게 한모양만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한 순간의 도발을 거쳐서 조용한 모습이 삶을 살아가는데 편하다는 걸 알았다. 

그걸 너무 어릴때 알았다는게 아이답지 못했을뿐. 

여러책들이 빼곡히 진열된 책상에 앉아 한권의 책을 꺼내어 그 집에 없는듯 읽어내렸다.  

3분의 2쯤 읽었을무렵! 

드르륵~ 

문소리와 함께 큰언니가 들어오더니 홀깃 바라보고는 후다닥~ 책을 낚아챘다. 

'너는 아직 이 책 보면 안돼!' 

언니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아직도 순진무구한 코흘리게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여러 사촌들중에 아마도 가장 순진무구라고 생각할정도였으니. 

아직도 그 책의 제목이 생각난다. 

사실 성인의 입장이면 그리 외설적이지도 않았던것이 아이에겐 충격적인 내용이라 생각했을터. 

폭식하듯 이것저것 책을 많이 읽었던탓인지 그 책의 내용도 그저 담담할뿐이었다. 

참으로 외설적인 것은 한 어린아이가 읽었던 그 책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쉼없이

메스컴에 보여지는 수많은 것들이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미친짓이다. 

미쳐있는 삶 속에 매어있는 멍애를 끊으려면 지구밖으로 나가야 하리라.  

땅을 벗어나지 못하기때문에 사람들은 발버둥치며 한정된 시공간에서 미쳐간다. 

그 끝을 누가 생각하랴....가엽은 인생인 것을. 

내 삶이 함께 미쳐가고 있음을 발견하게될 때, 그 속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진정제를 투여한다. 

화로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어릴적 기억으로 붙잡는다. 

그때도 그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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