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이 엉키지 않았으면 몰랐을 - 엄마의 잃어버린 시간 찾기
은수 지음 / 이비락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내향성이 강한 편이다.

떠들썩한 곳보다 조용한 곳이 좋고

혼자 있으면 외롭기보다

자유롭고 편함을 느낀다.


결혼과 출산 이후, 내 삶은 하루도

조용하고 안정된 날이 없었던 것 같다.

초보 엄마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큰 애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작은 아이는 유치원에 다닐 만큼 컸다.


이제 숨 좀 돌릴 수 있게 됐는데

도리어 마음이 허전하고 불편한 건 왜일까?


도둑 맞은 것만 같은10년,

늘어나는 새치보다 속상한 건

옅어지는 자아와 침몰하는 자존감이다.


난 누구일까? 내가 태어난 이유는?

내 삶을 마무리할 때,

후회없이 살았노라 말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지금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도태되는 내 삶이 분하고 눈물겨워서

페미니즘 소설을 들추어 보고

아이반 엄마들 모임을 나가 보아도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 상황과 심리를

너무도 잘 대변하는 에세이를 만났다.


스텝이 엉키지 않았으면 몰랐을

엄마의 잃어버린 시간 찾기

 

 

 

페미니즘 소설이 숱하게 던지는 문제의식보다

엄마가 된 한 여성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더 큰 공감과 울림으로 다가 왔다.


오랜 친구를 만나듯

편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이 드는 에세이.


스텝이 엉키지 않았으면 몰랐을

엄마의 잃어버린 시간 찾기

 

 

결혼과 육아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느라 고군분투하다

수많은 설움과 좌절을 맛본 나날들.

자아를 찾기 위한 끝없는 고민과 노력이 있었기에

작가로서의 이력을 쌓아가는

은수 작가님.


'이도 저도 아닌 시간'이 지나면

나도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에세이 속에 언급되거나 인용된 책&영화가

책 뒤편에 잘 정리되어 있어 좋았다.

책 읽다가 굳이 메모하지 않아도 되어서.


스텝이 엉키지 않았으면 몰랐을

엄마의 잃어버린 시간 찾기


책 속 공감 백배 문장들을 추려 본다. 

 

p.207

엄마에게 자꾸 신성한 올가미를 씌우는 한, 엄마가 한 사람으로서 지니는 소망과 고뇌가 드러나기 어렵고 성찰과 치유로 이어지기도 힘들다. 물론 연약한 한 생명이 크려면 일정 기간 부모의 헌신이 필요하다. 그 과정이 부모에게 새로운 인간적 성숙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업주부와 워킹망'이라는 낡은 구도 안에서 전업주부는 이래서 부족하고, 워킹맘은 저래서 안 된다는 논리에 묻혀 '엄마도 사람이다'라는 지당한 명제가 힘을 잃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아이를 통해 인간적 깊이를 더해 가는 엄마, 사회 활동에 가치를 두는 엄마, 자기 성장을 도모하는 엄마, 가족에게서 독립할 준비를 하는 엄마......대립적인 이분법이 아니라 다채로운 색깔과 다양한 단계를 거치는 존재로서 엄마를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혼자 있고 싶었다. 아니, 엄마 말고 그냥 나로 한 시간이라도 존재하고 싶었다. - P77

어머니 세대처럼 전통적인 현모양처상에 순응하고 싶지 않지만 막상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에는 가정 내 뒷받침도, 사회적 지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결국 화살은 자신을 겨냥한다. - P122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고 주변 인물들이 온통 악당 노릇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 모두를 멀찍이 줄 세우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때가 감춰진 삶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순간이자 나를 변화시킬 기회일지 모른다.


- P185

그 힘든 외줄타기 같은 육아의 과정에서 엄마에게만 끝없는 의무를 부여하고 결과를 두고선 한없는 책임을 요구한다. 아빠는, 학교는, 사회는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는다.


- P2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