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거든."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피켓을 멘 채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쳐대는 사람이 떨린다고? 모아와 시내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수자를 바라봤다. 수지는 그것과 그것이 분명히 다르다고 했다. 예수 사랑을 외치는 일에는 분명한 믿음이 있는데 오카리나를 부르는 일에는 그것만 한 믿음이 존재하지 않늣다고. 오카리나를 부는 일은 나를 믿는 일에 더 가깝다고. 시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제가 저를 더 믿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긴 해요."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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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색채가 다른 색채들과 만나면서 스스로 변형되는 것처럼, 한 영상은 다른 영상들[이어지는 숏들]과 만나면서 변형되어야 한다. 파랑은, 초록이나 노랑이나 빨강 옆에 놓이면 이전과 같은 파랑이 아니다. 변형 없는 예술은 없다.(26)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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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함
예소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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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가장 먼저 스스로를 의심하곤 했다. (...) 나는 언제나 내가 한 행동들을 먼저 되짚어보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오래도록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했다. 벌서는 아이처럼.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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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함
예소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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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미정 엄마에게서는 절대로 누군가에게 함부로 휘둘리지 않으려는 결기가 느껴졌고, 나는 미정 엄마의 삶을 닮고 싶어했다. 그러니까, 내가 누군가를 이용하더라도 그것이 누군가에게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는 삶. 어떤 사건에 휘말리더라도 그 속에서 꼿꼿이 허리를 편 채 눈을 부릅뜨는 삶. 그때 나는 미정 엄마가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삶이라는 게 정말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는 건가? 기어코 해가 되고 마는 것이 삶 아닌가.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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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의 죽음을 통해 갈라지고 쪼개지고 으깨지고 녹아내렸다.
상실은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수많은 상실을 겪은 채 슬퍼하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될 거고 그것은 나와 관계 맞은 이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다. 엄마를 잃음으로써 내가 상실을 겪었든, 누군가도 나를 잃음으로써 상실을 겪을 것이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 상실의 늪 속에서 깊은 슬픔과 처절한 슬픔, 가벼운 슬픔과 어찌할 수 없는 슬픔들에 둘러싸여 종국에는 축축한 비애에 목을 축이며 살아가게 되겠지.
"나는 슬픔을 믿을 거야."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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