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라는 제목이야 읽은 것마냥 익숙했지만
실은 영화도 본 적 없고 이 소설의 결말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결말은 대충격이었다.

2권 막바지를 향해 가는데, 페이지 수는 줄어가는데
왜 톰은 다시 등장하지 않는지 궁금한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정말 멍,해짐.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 더군다나 남성 작가의 작품들을
지금의 시각에서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지점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전에 읽은 <그리스 인 조르바>에 비하면 양호한 정도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조드 일가의 캘리포니아로의 여정과 사이에 그 시대 상황을 전반적으로 조망해주는 챕터들은 독특하고 재밌었다. 굉장히 상세한 묘사들이 지루함을 야기할 법도 한데, 오히려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들어줬다. 특히 초반에 황폐한 땅과 거북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기억에 남고, 고향을 떠나기 위해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의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묘사를 통해 조드 일가가 겪는 일련의 일들이 그들만이 처한 상황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후에 이 소설은 짐 캐이시의 철학적인 대사들, 톰의 의젓한 모습과 결심, 어머니의 강인한 모습으로 떠오를 것 같다.
사실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모성 신화에 기대어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는데, 결말은 필연적이게도 그리 마무리되어 그 점은 무척 아쉽다.
여성, 남성이라는 클리셰적 상징ㅡ남성은 이성(머리), 여성은 가슴(감성)이라는 도식, 여성과 대지, 젖과 꿀의 흐르는 대지, 여성의 모유에서 건져올리는 희망ㅡ들이 지금에 와서 내게 큰 감흥을 주지는 못하므로.
또, 이야기를 읽어 나가면서 이 노동자들의 처지가 어떻게 해결될까, 해결될 여지는 있는 건지 내심 기대도 되고 우려도 되었는데, 사산한 로져샨이 갑자기 성녀가 된 듯 희망적 메시지를 안겨버리니 이거 넘 종교적이잖아ㅡㅡ



쓰다 보니 아쉬운 점을 많이 쓰고 말았는데,
실은 두 권을 읽는 동안 꽤 즐거웠다.
난민이 된 사람들, 생존에 내몰린 사람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상황들, 그들의 불안과 분노, 그들을 경계하는 캘리포니아 사람들.
그럼에도 살아가는 난민들과 어떻게즌 계속 변화하는 세상,
거기서 우리는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들을 치밀하게 보여준 점은 좋았다.


결말은 정말 뜨악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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